영화 “아마데우스”에서의 모차르트, 그 천재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의 살아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출할 수 있는 용기다.
-김용옥의 “여자란 무엇인가”의 앞 잔소리 중에서 -
지금은 그를 심지어 “잡놈”으로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잡놈이란 평에는 온갖 잡기에 능하다는 시샘도 없잖아 들어있다. 20년 전에 그는 동양학 철학교수 출신인데 지금은 명예, 석좌의 덧칠이 붙어있다. 그 사이에 극단 단원, 한의사 면허취득과 개업, 공중파 TV에 나타나 건강/노자/공자/인도 등의 테마로 삼은 강좌시리즈, 신문기자, 또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이쯤 되면, 그럴만한 인물은 지금 우리나라에 딱 한 사람뿐이다. 도올 김용옥(1948-)이다. 천안의 소문난 집안의 6남매 중 막내였는데, 유독 그만 세칭 KS(경기고-서울대) 마크를 달지 못한 콤플렉스를 가졌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학졸업 이후 11년간 국립대만대학, 동경대학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받았고, 하바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따내었다. 모두 현지어로 논문을 썼다.
도올은 1982년 고대 교수로 부임하여 1986년 “한 지성인의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사임하기까지 당시 경직된 분위기가 만연했던 캠퍼스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동양학 강의에는 한꺼번에 천오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했었고, 그가 베풀었던 토요특강은 주로 외부현장의 인사를 초청하였다. 그때마다 학생들은 시간 전에 자리차지 다툼이 치열했다고 한다.
도올은 한 학기를 마치면서 종강기념 특강을 이어갔는데, “여자란 무엇인가”의 제목이 붙은 이 특강은 바로 교수직을 사임하기 직전에 이루어졌었다. 이를테면 40세가 되면서 그의 삶이 연구실에서 광야(?)로 들어가는 모멘텀을 이루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이때 신들린 무당처럼 세 시간 반을 들여 학생들에게 봉사했지만, 의외로 끝내 “작두”까지 오르지 못했다.
“여자란 무엇인가”란 단행본은 그 여한을 풀어놓은 마당으로 시퍼렇게 날선 그의 모습이 싱싱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끝까지 여자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다만 여자(女子, woman)라는 용어가 무엇인지를 언어학적으로 구라를 풀었다. 그런데 보통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설명이 잘된 “살아있는 여자”의 모습을 예상한다.
도올은 스스로도 밝히듯이, “여자란 무엇인가”란 결국 “인간이 무엇인가”와 같은 거대 화두(話頭)의 물음이다. 그것은 철학 본연의 중심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처음만 있지 중간과 끝이 없다. 그러므로 굳이 여자라는 측면으로 좁혀 들어가고 싶다면, 우리는 “한 남자에게 저 여자는 누구인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는 그런 인프라(infra)를 깔아준 것이다.
남자가 살아있는 모습으로 여자를 그릴 때 제일감은 “사랑”이다. 기독교 신학은 전통적으로 사랑을 아가페와 에로스로 구별하였다. 예를 들어 아가페가 신성한 사랑이면 에로스는 세속적 사랑이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헌신적 사랑이 아가페라면, 남녀의 호혜적 성애는 에로스이다. 그러고 보면 신구약 모든 바이블은 수직적 아가페와 수평적 에로스의 이야기로 짜여졌다.
그러나 사실은 아가페와 에로스는 하나이다. 이 둘은 동전의 앞뒤 양면으로 비유할 수도 있다. 동양은 음양이 어울려 하나의 태극이 된다고 하는데, 이때 음양은 에로스와 태극은 아가페로 각각 대응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수의 천국비유 중에도 “신랑-신부(마25:13)”의 예가 있다. 어쩌면 아가페와 에로스는 사면체 심플렉스의 한 측면을 따로 보여주고 있을지 모른다.
사랑은 사람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먼저 주어졌고, 세상에 속했으나 동시에 초월한다. 그러나 그런 사랑이 어떻게 해설되든지 간에 여자는 현실 속에서 한 남자를 본능적으로 사랑할줄 아는 사람이다. 아버지, 남편, 아들, 남자 친구, 이웃 남자 어느 누구든지 간에 여자는 어떤 순간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것은 생득적으로 유전자에 기록된 듯 하다.
“여(女)” 글자는 무릎을 꿇고 앉자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도올은 이런 형상이 남자에 굴종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 아니라 여자가 아이를 분만하는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탁월한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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