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아, 네가 어디에 있느냐?” 창조주 하나님이 동산 수풀 속에 숨어 있는 사람을 부르며 찾았다. - 창세기 3장 8-9절에서-
박달재는 충북 제천시에 소재한 것이 구성진 노래와 함께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강원도에도 하나 있다. 동해시와 삼척시 경계에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4m)이 여자의 젖통처럼 봉긋하게 나란히 솟아있고, 그 사이의 고개 마루가 또 다른 박달재이다. 그리고 그 아래로 무릉계곡의 물줄기가 폭포와 함께 길게 뻗어가다가 “무릉반석”으로 비경을 마무리 짓고 있다.
천명이 앉아도 좋을 이 마당바위에 시인묵객들의 풍류가 참지 못한다. 그들이 석각(石刻)한 글씨 중에 양사언이 남긴 초서 12자가 단연 눈길을 끈다.
武陵仙源 신선들이 즐기고 있다는 무릉도원이라.
中臺泉石 너른 반석에 샘이 솟는 바위도 있구나.
頭陀洞天 번뇌조차 씻은 듯이 지워버리는 골일세.
무릉도원은 중국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소설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낙원이다. 어느 어부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 복사꽃이 피어 있는 수풀 속으로 잘못 들어갔는데, 강물의 수원이 되는 깊은 동굴을 발견했다. 그 동굴을 빠져나오니 평화롭고 아름다운 별천지가 펼쳐졌다. 그곳의 사람들은 전란에 피폐된 세상과 단절된 채 수백 년 동안 잘 지내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신선(神仙) 사상에 기초한 전원의 유토피아를 묘사한 것이다. 도연명은 관직에서 은퇴한 이후 죽을 때까지 20여 년간 은둔생활을 지속하였다. 세속을 초월한 성자(聖者)로서, 자연을 진정 사랑한 시인으로서 그의 초상이 정립되었다. “귀거래사”는 도연명의 그런 심정을 잘 나타낸 시문이다. 소동파(蘇東坡)는 그를 중국 역사상 최고의 시인으로 치켜세웠다.
아래는 도연명의 작품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첫 부분이다.
歸去來兮 자, 이제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 시들은 전원에 어찌 돌아가지 않을까.
旣自以心爲形役 지금까지 마음은 노역하기에 바빴으나
奚而獨悲 마냥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다음은 예상을 뛰어넘는 풍경에 접할 때 떠오르는 감탄사, “별유천지비인간”이란 구절이 나오는 산중문답(山中問答)이다. 이태백(李太白 701-762)의 인품이 잘 나타나는 시이다. 이 작품제목에서의 문답은 한 사람이 두 품격으로 나뉘어 자문자답(自問自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속인(俗人)과 선인(仙人)이다. 헌데 “복사꽃 띄운 물”이 주는 느낌은 사뭇 에로틱하다.
問爾何事棲碧山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笑而不答心自閑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 띄운 물이 아득히 흘러가는 곳
別有天地非人間 별천지가 있으니 인간세상과 다르다네.
남녀유별(男女有別)은 삼강오륜에 나오는 부부유별(夫婦有別)과 같은 맥락이다. 즉 남자가 작대기라면, 여자는 그 근거인 구멍이다. 그렇다. 여자는 남자에게 없는 별유천지(別有天地)가 따로 있다. 그래서 남자는 자기의 정체성이 흔들리며 삶이 고달프면 그 앞마당에 가서 쉬고 싶어진다. 엄마의 품일 수도, 애인의 질일 수도 있다. 또 동지로서 공진도 일어날 수 있다.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us)는 그 이름처럼 제우스의 전령 헤르메스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신의 동산에서 자라다가 15세 때 세상 구경을 떠난다. 한 아름다운 호수에서 살마키스라는 님프의 구애를 거절했다가 그만 낭패를 당한다. 요정이 그의 몸을 껴안고 한 몸이 되는 바람에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자웅동체의 괴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창세기는 조물주가 첫 사람의 갈비뼈로 첫 여자를 지었다는 쌍생성(pair generation) 출현의 설화를 전한다. 이로서 남자와 여자가 딴 몸으로 서로 어울렸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남녀분리 이전의 사람모습은 자웅동체였다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후 “부부일체”라는 결혼의식은 이와 같은 인류원형으로의 복귀, 즉 쌍소멸(pair recombination)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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