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좀 서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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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좀 서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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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 뜬금없이 부탁 하나있단다

언젠가 중학교 2학년때 같은반이였던 친구녀석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었다.

분기별로 전하는 그녀석의 안부를 들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중.

녀석 뜬금없이 부탁 하나 있단다.

뭔데?
-보증 좀 서주라

어?
보증 좀 서달라고?
왜? 직장에서 필요하다냐?
-아니

가진것도 없는데 보증서도 되냐?
-어.

내가 가진게 없는데. 괜찮냐
(속으로 약간 의아해 하며)
-해줄거냐 안해줄거냐.

알았다. 근데 자격이 되나 몰라
-내 주변에선 너밖에 해줄 사람이 없다.

뭐. 그래 뭐가 필요한데
-시간만 좀 내주면 된다

무슨 보증이 시간만 가지고 되냐?
-토요일날 시간 좀 내라

알았다. 근데 무슨 보증인데
-어. 혼배미사 증인. 그것도 보증이라더라.
............

근데 무슨 갑자기 혼배 미사래.
-어. 그렇게 됐다. 사연은 나중에 말해줄께.
....

중학교 시절 무척 친했던 녀석. 고등학교때 문과와 이과로 갈리는 바람에 2년간 소흘했다가 고3때 다시 동네 도서관을 함께 다니며 같이 소주방에 드나들었지. 고2때 가출 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고 그 방황의 시간. 잔소리를 많이 하는 내가 생각났단다.

그 친구 덕에 고3시절 뒷자리 아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이룰 수 있었고 부모님 몰래 술마실때도 외롭지 않았지. 고3이 끝나고 그 친구는 멀리 지방의 항구도시로 진학했고 그 덕에 연고가 없던 남쪽 바다까지 훌훌 여행갈 수 있었다. 뱃고동 소리에 잠을 깰 수 있었던 그친구의 옥탑방 자취집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동네 이름이 바로 월영동이었지.

거기서 만난 동갑내기와 올해 결혼을 한단다. 장장 11년을 사귄 커플. 고등학교 시절 훤칠한 용모로 제법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그 녀석 대학에 가서 다분히 플레이보이 기질을 발위할 것 같았지만. 새내기때 처음 사귄 여자와 결국 평생을 같이 한다고. 그 결혼식의 보증인이 되어달라고. 내게 덤덤하게 부탁을 했었다.

가끔 언어나 말이 진실한 삶의 모습앞에서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깨닫곤 한다. 머리와 이론으로만 세상을 제단하고 실제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거나 진솔하지 못한 자들. 그 부류에 필경 나도 속해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날은 괴로운 날이다.

그 친구를 보면 그래서 괴롭워지곤 한다. 언어나 말에 기교를 부리지 않고 마음에 변덕을 부리지 않고. 묵묵히 세상을 버티며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볼때마다 부끄럽고 괴롭다. 삶에 밀착하지 못하고 뿌리내리지 못하고. 뭐가 잘났다고 부유한단 말인가..

두 명의 사람이 한 평생을 함께 살겠다고 신 앞에서 맹세하는 그 예식에. 내가 감히 증인으로 나선기 억이 난다. 외람되게도. 신 보다는 그 친구에게 부끄러웠다. 앞으로도 그 녀석의 어깨가 한층 더 커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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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이 2006-08-28 15:05:33
이글을쓴당신 부끄러움을안당신은 이미부끄럽지않은당당한사람이군요 이렇게일깨워주어야 비로소부끄러움을느끼는사람 참으로 자신이 안타깝군요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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