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이사장, KBS 이사회의 잘못된 선택
김상근 이사장, KBS 이사회의 잘못된 선택
  • 박한명 논설위원
  • 승인 2018.09.12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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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 인물을 다시 이사장으로 선택한 건 KBS 자살을 의미

지난 이사회에서 강규형 이사가 폭력적으로 퇴출된 자리에 보궐이사로 들어온 김상근 목사가 이번 KBS 첫 임시이사회에서 다시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예상된 일이지만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알다시피 김상근 목사는 KBS 어용화, 타락한 관제방송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KBS를 관리, 감독하는 이사회가 김상근 이사장 체제가 되면서 두드러진 KBS 추락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 보도 간부들과 기자들에 대한 터무니없는 표적 조사를 진행, 징계를 추진하고 있는 ‘진실과 미래위원회’라는 기구가 만들어졌다. 진미위는 2016년 3월 ‘기자협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임’ 명의의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최근에 십여 명이 넘는 기자들에게 징계를 통보했다고 한다. 당시 성명은 KBS 보도가 지나친 정파성을 드러내선 곤란하며 이를 무시하는 기자협회의 중립을 촉구하는 취지를 담은 내용이었다. 자사 보도에 대해 공정성을 촉구한, 언론인이라면 너무나 상식적인 성명이었다.

거듭난 KBS 아닌 깊은 좌절로 이끈 김상근 목사

사내 성폭력, 성평등 문제 전담 기구를 표방했지만 진미위와 함께 또 다른 보복기구라고 의심받는 성평등센터도 김상근 이사장 체제에서 만들어졌다. 과거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직원 이메일 사찰 의혹이 불거진 것도 김상근 이사장의 이사회가 보호하는 양승동 사장 아래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상근 목사는 작년 1월 보궐이사로 선임된 후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한국 언론이 기로에 서 있다.

언론이 공정한 민주 언론으로 거듭날 것이냐, 또 다시 좌절을 할 것이냐가 엄중한 시기다” 필자는 김상근 목사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김 목사가 말하는 공정한 민주언론이 지금 KBS처럼 편 가르고 약자인 기자, 직원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하고 협조하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김 목사는 노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노조가 아닌 KBS 노동조합이나 공영노조의 이야기에는 아예 귀를 닫고 있다.

양승동 사장의 폭력적 경영행위 아래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악’하는 비명 소리는 왜 듣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의 자비로움은 철저하게 한 쪽을 향해서만 열려 있다. 뉴스시청률 30%(2012년 8월)를 넘나들던 KBS의 경쟁력 추락도 김상근 이사장 체제에서 더 급속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이 든다. 간판 뉴스인 1TV ‘9시뉴스’는 내내 하락세를 보이다 두 달 전인 7월엔 12%대까지 주저앉았다. 이런 현상을 언론 환경이 바뀐 탓으로만 핑계 댈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에서 법인카드를 긁은 사장, 회사규정을 어기고 외부행사에서 거액을 받아 챙겨 징계절차를 밟던 자를 무리하게 부사장에 앉히는데 역할을 한 사람도 김상근 목사다. 희미한 도덕심과 양심을 가진 사장과 부사장이 이끄는 KBS가 국민의 방송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방송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다 보았을 김상근 목사 자신은 어떤 소감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건 김 목사가 뜻하던 KBS의 거듭난 결과인가, 아니면 더 깊은 좌절인가.

그럼에도 소수 이사들에게서 보는 희망

김상근 목사는 그의 아슬아슬한 이념이나 정파적 편협성과는 별개로 이렇게 망가진 KBS를 방치한 이전 이사회의 수장이다. 이런 그를 여권 다수 이사들은 이번에도 똘똘 뭉쳐 이사장으로 만들었다. KBS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완전히 죽이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헷갈리는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첫 이사회에서 보여준 야권 이사들의 당당한 모습이다.

황우섭 이사와 천영식 이사, 서재석 이사 등 야권 이사들은 김 목사의 이사장 자격을 정면에서 따져 물었고 성명을 발표해 국민에게도 알렸다. 그 덕분에 자기편이 하는 일은 무슨 짓이든 용납하겠다는 식으로 한쪽으로 일관된 김상근 목사와, KBS가 지금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소수 이사들이 이사회에서 김상근 이사의 과거 행적을 따지자 여권 측이 이사회를 갑자기 비공개로 돌렸다니 그게 방증이다. 김상근 목사가 KBS 이사장으로서 적절히 직을 수행해왔다면 비공개로 돌릴 이유가 없다. 뭔가 꺼림칙한 게 없다면, 국민 앞에 당당하다면 김상근 목사에 대한 야권 이사들의 검증 과정 전체를 공개했었어야 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김상근 목사가 KBS 이사회 이사장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평가와 정보가 필요하고, 또 토론이 필요하다 했던 김태일 이사가 찬성표를 던진 점이다. 필자는 김태일 이사가 찬성표를 던진 건 현재 KBS가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김 이사가 비록 야권 추천을 받았지만 여당 측 이사나 다름없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필자는 아직 기대를 버리고 싶지 않다.

김태일 이사의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상식인 이라면 이사로서 현재 KBS 위기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공영방송, 공정언론이라면 KBS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답은 이미 명확히 나와 있다. 김 이사도 직무를 수행해가다보면 KBS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린 기형적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어찌됐든 KBS 이사회는 김상근 목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하면서 불안한 첫 걸음을 뗐다. 벼랑 끝에 몰린 KBS가 영영 낭떠러지로 추락할지 기사회생할지는 이제 이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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