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은 미드 ‘엑스파일’이 아니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드루킹 특검은 미드 ‘엑스파일’이 아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권세력 외압, 언론, 무능한 특검이 빚은 코미디극, 진실은 꼭 밝혀진다

“허익범 특검이 유일하게 잘한 일은 특검 연장 포기다” 박지원 의원이 한 말이다. 역량이 모자라는 특검팀이 수사를 맡았으니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허익범 특검은 조롱 섞인 이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떤 것이든 너무나 수치스러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 들어야 정상 아닐까. 역대 특검 중 수사기간 연장포기라는, 이런 식의 자기무능을 고백한 사례는 없었다.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권력 간섭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수사한다는 특검 취지를 스스로 뭉개는 최악의 흑역사를 쓸 수밖에 없었을까. 아무리 외압 탓, 언론 탓 하지만 수사하는데 이 정도 어려움을 예상 못했다면 애초 왜 특검을 받아들였는지 어리둥절하다. 특검의 명예? 안 하느니만 못한 더럽혀진 명예 아닌가. 허익범 특검은 “내가 이러려고 특검을 했나” 가슴을 쳐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드루킹 특검 수사의 본질

마치 한편의 웃기지도 않는 저질코미디를 감상한 느낌이다. 사건 초기 경찰과 검찰이 의도적인 부실수사로 방어막을 먼저 친 것이 특검수사에 장애가 됐다는 덴 동의한다. 그렇다면 그 증거인멸 수사부터 시작해 사건의 맥을 따라갔어야 하지 않을까. 그랬다면 권력 핵심과 곧바로 닿았을지 모른다. 노회찬의 불법정치자금 따위의 곁가지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특검의 수사 의지가 초기부터 의심받았던 것이다. 이상하게 겉돌거나 헛다리를 짚더니 김경수에 면죄부를 발부해 주는 것으로 막을 내린 꼴이다. 민주당의 외압도 역대급이긴 했다. 드루킹의 USB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자 시종일관 노골적으로 특검을 압박했다. 추미애 대표는 “특검의 불법 행태 책임 묻겠다” “영장청구는 정치특검의 면피용”이라며 겁박했다. 본인이 판사출신인데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이렇게 막무가내였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주자들도 “악의적인 망신주기 수사” “급조된 정치특검” 등 구호로 김경수 구하기에 올인했다. 외압의 강도도 이 정도면 한반도를 삼켰던 최악의 태풍 루사급이었다.

특검은 무기력하게 끝나지만 소득이 없진 않다. 비록 일부이지만 언론이 드루킹 게이트니,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니 하는 따위의 명명에서 벗어나, 이 사건이 탄핵과 대선정국에서 있었던 일종의 정치공작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 경인선 활동백서’ ‘대선기간 킹크랩 운영안내.pptx’ 파일 등과 같은 증거들이 명확히 가리키고 있다. 드루킹 김동원이 작성했다는 228쪽 분량의 이 백서엔 드루킹 범죄단이 2016년 9월 12일부터 2017년 5월 26일까지 모두 2만1077건의 뉴스 기사를 관리한 사실이 담겨 있다. 하루 평균 83건, 많으면 500건의 기사에 댓글 여론조작을 실시했다. 2016년 9월이면 한겨레신문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최순실이 관여했다고 단독보도를 한 달이다. 이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미확인 보도가 무차별로 쏟아졌다. 여기에 드루킹 일당은 공감 비공감 추천 방식으로 방대한 양의 댓글 여론을 조작했고, 기사를 네이버 등 포털 메인으로 밀어 올렸다. 그러면서 불붙은 여론은 악화일로로 확대, 재생산됐다.

이렇게 조작된 여론에 탄력을 받은 정치권이 박근혜 탄핵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였으니 지난 5·9조기대선은 드루킹 일당이 작업한 결과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세계 정치사에 이런 범죄행위가 있었나? 구체적인 조작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대선기간인 2017년 4월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양자구도를 이룰 즈음 뜬금없이 ‘안철수 조폭’ ‘안철수 차떼기’란 검색어가 포털을 장식했던 일이 있었다. 이 사건도 드루킹 범죄조직단의 작품이었다. 안철수가 조폭과 연루됐다는 의혹, 안철수 차떼기 의혹, 또 병설유치원 신설 공약과 관련해서도 ‘공주가 가니 왕자가 왔다’란 캐치프레이즈로 ‘안철수는 남자 박근혜’란 프레임을 덧씌운 것도 이들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뜰 조짐이 보이자 문재인 후보 표 깎아먹을까 걱정한 드루킹이 심상정 비난 여론을 조성했던 공작도 이들 작품이었다. 민주당 당내 경선 땐 문재인이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띄우려 이재명, 박원순, 안희정 경쟁 후보들 안티 댓글조작도 벌였다.

그래도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드루킹 일당이 여론을 손쉽게 조작하면서 문재인의 정적들을 제거해나갈 수 있었던 건 휴대폰을 사용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덕분이었다. 드루킹은 자신들이 탄핵정국 이후 대선기간 동안 100개의 킹크랩을 동원했다고 한다. 휴대전화 30개가 킹크랩 1개이니, 3천대의 휴대폰이 여론조작에 동원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1인당 네이버 아이디가 3개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9천이 된다. 가령 안철수 조폭 연루 의혹 기사에 댓글을 달고 9천개의 공감을 누르면 네이버 메인 기사로 빼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이 사실은 대선기간 동안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을 누비던 어지간한 대선 관련 기사 치고 드루킹의 작업이 안 들어간 기사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네이버의 포털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이고 최소한 국민 55%가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보는데, 여론조작이 이 정도 규모면 대선조작이라는 말이 크게 어색하지 않다.

여론조작에 동원된 비용만 따져도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휴대폰 3천대 가격을 중고 최저가 수준인 3만 원으로 계산해도 9천만원, 근 1억이다. 만일 공기계로 와이파이(WiFi)를 돌렸다면 3천대 휴대폰을 돌릴 수 있는 와이파이 규모는 대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이런 널리고 널린 팩트야 말로 이 사건이 개인 일탈이 아닌, 한 국가의 서버를 마비시킬 수 있을 정도로 조직적인 엄청난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바로 이런 범죄 의혹 몸통, 공범자로 의심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범죄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 김경수가 선대위 대변인과 수행팀장을 하면서 모셨던 그분 아닐까? 경공모란 말이 어려워 경인선이란 이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의 주인공, 지난 대선 경선 현장에서 “경인선에 가자”며 드루킹 조직에 친밀감을 표시했던 그의 부인.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진실을 말해야 할 이유는 도처에 널려 있다.

마지막으로 언론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김경수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언론들은 특검에 역풍이 부니, 특검 수사가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느니 바람을 잡았다. 수사기간 연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작부터 초를 치기도 했다. 차고 넘치는 정황증거에도 김경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특검 스스로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하는 것으로 수순을 밟는 이 코미디 같은 수사드라마의 결말은 그래서 어쩌면 예정돼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팬티 벗고 뛴 집권세력의 외압, 딸랑이 언론이 빚은 이중주에다, 이들에 굴복한 특검이 빚은 완벽한 트라이앵글 작품이다. 특검이 종료되고 남은 의혹은 검찰에 넘겨 수사한다지만 정권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검찰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여기저기 튀어나온 진실을 다시 상자에 주워 담을 순 없다. 드루킹 특검(김경수·드루킹 특검이 되었어야 할)은 미드 엑스파일이 아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THE TRUTH IS OUT THERE)”란 무책임한 결말로 매조지도 못하는 미스터리 공상드라마가 아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