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왜 바람을 피우는가?”

요즘 TV 브라운관을 가득 메우는 한 가지 주제가 있으니, 바로 ‘불륜’이다. 채널 돌리기가 무섭게 튀어나오는 불륜연속극 덕분에 대한민국 아줌마들은 옆에 있는 남편을 가자미눈을 뜨고 노려보기 일쑤고 또 남편은 남편대로 “혹시 저 사람이....?”하는 불륜의 세태로 만들고 있다.

왜 바람을 피울까?

남성이 자신의 종족을 퍼뜨리고 싶다는 ‘종족보존본능론’서부터 이제 살만하다 싶으니 딴생각을 품는다는 아줌마들의 ‘자본론’까지 생겼다. 이러한 의견 중에서도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생물학적 불륜 정당론’이란 게 있다.

남자에게도 여자의 폐경처럼 성욕이 감퇴하고 생물학적인 활동성이 떨어지는 현상은 존재하는데 문제는 여자처럼 어느 순간 ‘폐경기다!’라고 딱 표시 나는 그런 게 아니고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진행되는 것이 바로 남성의 ‘폐경기’라고 한다.

남자는 40대가 되면 이때부터 서서히 고환에 있는 남성호르몬 분비세포가 죽기 시작한다.나이가 들어 갈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술 담배를 많이 할수록 이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이 고환세포가 죽어가면서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은 감소하고 서서히 남성성이 사라지게 된다. 남성성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과 비례해 발기 기능도 저하된다.

이 상태에 이르게 되면 남성들은 자신의 성기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불안감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성행위에 집착하게 되고 성행위 빈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얼핏 보면 이해가 안 되는 행위 같지만 자신이 서서히 남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거란 걸 예감하게 된 남성들은 강박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자신의 남성성을 확대하기 위해 즉 성행위를 생각하게 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섹스에 예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생각을 와이프를 통해 입증하면 아주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을 터인데, 그동안 너무나 익숙한 조강지처 와이프에게서는 실패하고 성적인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남자로 인정해주는 여자를 찾게 된다는 ‘불륜정당론’이 나온다. 남성의 불륜을 옹호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다시 한번 되짚어 볼 만한 구석이 있다.

40대의 위기, 40대 가장의 무기력함 등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말이 아니던가? 40대 가장의 외도와 곁눈질은 남성성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확인과 불안감 때문이란 느낌이 든다. 40대 남성들에게 연민이 가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불륜이 만연해서 인지 아니면 시청률 경쟁을 위해 꺼내 든 자극적인 소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안방극장을 달구고 있는 불륜열풍은 바로 이런 남성들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을 담보로 한 이야기란 점에서 뒤끝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