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임을 기다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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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임을 기다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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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44>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 그대 생각에 밤마다 잠 못 이루노라
ⓒ 붓꽃/우리꽃 자생화^^^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버혀 내어
춘풍(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이 시조는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 삼절로 꼽혔던 조선 시대 최고의 기생이자 뛰어난 시인 황진이의 대표적인 시조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보이지 않으면 눈자위에 거무스럼한 그리움의 그림자가 끼일 정도로 사랑하는 임, 그 임을 기다리며 일년 중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짓달 밤을 호올로 지새우고 있는 성숙한 여인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낸 절창이다.

동짓달 긴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 내어
봄바람 이불 속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정든 임 오신 밤이면 굽이굽이 펴리라

황진이의 시조를 현재의 우리말로 옮겨 보면 위와 같다. "한 허리 베어 내어/봄바람 이불 속에 서리서리 넣었다가/정든 임 오신 밤이면 굽이굽이 펴리라" 에서 한 허리를 베어 낸다는 말의 의미를 잘 살펴보자. 여기에서 한 허리는 사랑의 반쪽인 나 자신이기도 하고 내 사랑하는 임이기도 하다. 또 내 속치마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임과 하나가 되어 사랑을 완성할 내 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사랑을 봄바람처럼 포근한 이불 속에 고이고이 넣어두었다가 꿈에도 그리운 사랑하는 임, 내 사랑의 반쪽이 찾아오면 봄바람 같은 그 이불 속에서 꼭 하나가 되고 말겠다는 것이다. 또한 일 년 중 가장 긴 동짓달 밤을 잘 접어두었다가 임이 오시는 짧은 봄밤에 구비구비 펴서 긴 봄밤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명월 황진이는 개성에서 살던 황진사의 첩의 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아름다운 얼굴과 서예, 가무가 뛰어났다. 황진이가 15세 되던 해 있었던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한동네에 살던 총각이 황진이를 짝사랑 한 나머지 상사병에 걸려 죽었다. 그런데 그 총각의 상여가 황진이의 대문 앞에 이르자 갑자기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죽은 그 총각의 친구가 이 사실을 황진이에게 알렸다. 황진이는 소복단장을 하고 나가 자신의 치마를 벗어 관을 덮어 주었다. 상여는 그제서야 움직였다. 사람들은 황진이가 아마도 이 일 때문에 기생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황진이는 첩의 딸이라는 이유로 늘 멸시를 받으며 살기 보다는 자유롭게 살기를 원했다. 그래서 황진이가 자유분망한 기생의 길을 걸은 것이라는 말이 보다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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