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화의 아버지로 칭송 받는 박정희 전 대통령 | ||
또 다시 독재자인가, 영웅인가를 두고 한국 현대사에서 끊임없이 논쟁이 일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평전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고 동아일보가 전했다.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에 관한 전기적 연구'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박정희 평전'(이학사 펴냄)은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인권(1957-2005) 씨의 유고 평전이다. 이 책은 그동안 다수 출간된 박 전 대통령 전기물과 다르게 비평을 가미한 평전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
전씨는 박정희의 성장 과정과 경험을 짚어보면서 그의 삶과 사상을 '심리적 고아'라는 개념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저자는 박정희가 대구사범 재학시절 심리적 고아가 됐다고 주장한다. 심리적 고아란 박정희 자신이 적극적으로 가족관계로부터 이탈해 행동한 것을 뜻한다.
책은 이후 박정희의 행동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는 '권위체'로 투신함으로써 존경할 만한 선배, 역사적 위인, 국가, 단체 등에 대한 강력한 존경과 숭배로 나타났다고 해석한다.
궁극적으로 보면 박정희가 가진 '심리적 고아'의 특성은 5ㆍ16 쿠데타와 유신 추진 등에 결정적 영향을 줬으며, 그의 국가주의적 정치사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통령이 된 뒤 경제와 안보를 강조하게 된 것도 바로 심리적 고아의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전씨는 심리적 고아와 함께 박정희에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년시절의 '유기 불안'을 꼽는다. 권위적인 아버지의 경제적 무능, 이에 대립하는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과 헌신, 명랑함이 결여된 형제관계 등이 원인이라는 것.
박정희의 정치사상인 '국가주의'도 성장 과정에서 겪게 된 정신적 불안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결합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박정희가 어린 시절 체험한 가난은 결국 근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낳았으며 훗날 자립을 강조하는 사상으로 연결된다.
박정희의 삶을 통해 가장 두드러진 신념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영웅 숭배, 횡적 인간관계가 아닌 종적 인간관계에 철저했던 성향, 조급한 계몽주의 등으로 정리한다.
저자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논쟁적 인물인 그에 대해 "사망한 직후 한동안 '버림받은 재자'였다가 이제 '박제된 영웅'으로 기억되는 이 상황은 (중략) 박정희가 상정했던 약육강식의 현실세계의 반영이란 점에서 흥미로운 역사의 반복을 보여 준다"는 말로 끝맺었다.
▲ 화제의 책 '박정희 평전' |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을 전기적 관점에서 분석, 종합한 박정희 평전이다. 박정희는 한국 현대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정치가였으며, 그가 집권했던 18년 5개월은 박정희 개인의 성격, 사상, 행동이 한국 정치에 점점 더 구체적으로 관철되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박정희에 대한 연구는 박정희 개인은 물론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을 검토해보면, 박정희 개인에 대한 연구가 질적, 양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져왔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 평가론 속에 함몰되어 있는 형편이다.
또한 박정희 개인에 대한 연구는 그의 정치 행위를 "장기 집권 욕"이나 "권력에 굶주린 인간"의 관점 또는 "정통성 확보론"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들은 그의 장기 집권이 절정에 이르렀던 1970년대 말 형성된 관념을 대변하는 것으로 그의 성격이나 인간적 면모는 물론 박정희의 사상과 행동 및 정치적 인식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박정희 연구" 또는 "3.4공화국 연구"들은 그들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였던 박정희 자신의 견해와 사상에 대한 주목을 게을리 했거나, 그의 주장과 행동들을 박정희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박정희는 찬성과 반대의 무수한 역사적 평가들 속에서 하나의 박제된 이미지로 남는 데 이르렀다.
한 개인을 잘 이해하자면 관심의 방향을 달리하여 그의 성장 과정부터 살펴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따라서 이 책은 보통 사회과학적 정치학의 연구 대상이 아니라고 경겨지는 개인사를 탄생부터 죽음까지 시계열적으로 검토하여, 박정희 개인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심층적이고 누적적 연구를 가능케 하는 연구 체계를 갖추려고 한다.
'박정희 평전' 438쪽, 1만6천원. '전인권이 읽은 사람과 세상' 518쪽, 1만8천원.
▲ 피아노치는 박대통령과(아래) 단란했던 육영수여사와 함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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