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종사자의 수준이 곧 음식위생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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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종사자의 수준이 곧 음식위생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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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를 올려줘라

월드컵 열기가 가시자마자 나라가 온통 학교급식 식중독 사건으로 들끓고 있다. 사건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의견이 매스컴을 도배하고 있다. 정치권,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교육인적자원부, 학교급식 납품업체, 시민단체 등 이때가 지금껏 기다려 온 현안들을 해결할 호기라고 생각이나 하는 듯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 다른 식중독 사건이 터졌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반응이나 처방이나 대동소이하다.

정부가 식량생산 및 식품가공 단계에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위해요소중점관리(HACCP) 제도를 도입하였음을 자랑하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거늘 이번에 그 누구도 이 제도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식품안전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주장하던 행정가 및 전문가들은 다 어디 가고 이제 위탁과 직영, 식자재 관리 규정만을 운운하며 문제 해결을 호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통계만을 보면 우리나라는 식품안전에서 선진국보다 우수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서 복통이나 설사가 나면 손님 탓으로 생각하거나, 혹시 항의라도 하면 오히려 식당에서 큰소리를 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손님에게 “행정당국에 보고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어쨌든 식중독 사건이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통계상으로는 선진국보다 발생 건수가 적다. 이것이 우리 국민의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이다.

이번에 식중독을 일으킨 병원균이라고 지적된 노로바이러스(norovirus)에 대한 미국 질병통제본부(CDC)의 자료에 따르면 사람의 배설물에 들어 있는 감염바이러스가 물, 식품, 또는 사람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을 거치므로 식품 취급자의 위생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냉동저장, 섭씨 60도, 수돗물에 들어 있는 농도보다 높은 10ppm의 염소수에서도 살 수 있으므로 조리된 후에 유통되는 식품이나 샐러드 같은 비조리 식품에서 주로 발생할 수 있음도 알려 주고 있다.

2004년 2월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식당에서 학생들의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발생했다. 보건당국이 조사했지만 샐러드를 먹은 학생들이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는 사실만 확인됐고, 식당의 시설이나 식중독 발병 과정을 밝히지 못해 대학에 특별한 요구조치 없이 일단락됐다.

결국 이런 종류의 식중독은 식품이 단체급식 장소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오염되어 있었거나, 현장에서 음식을 취급하는 사람이 감염됐거나, 주방기구가 오염되어 있는 경우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식자재를 구매 관리하고 음식을 취급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안전관리부처가 분산되어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거나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하면 개선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식자재의 관리를 법적으로 규제하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수준을 넘어선다.

문제의 해결 방안은 단 한 가지이다. 음식물을 취급하는 사람들의 위생에 대한 의식 수준 향상이다. 급식 단가 때문에 질 낮은 식자재를 사용하게 된다면 문제의식을 가지고 단가를 올려야 한다. 종사자들이 자신의 위생 수준이 제공하는 음식물의 위생 수준을 결정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기 전에는 아무리 엄격하고 우수한 제도를 만들어도 무용지물일 것이다. 식중독은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사 사고’다.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학장 이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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