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고위공직 음주운전자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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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고위공직 음주운전자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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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평 의원 음주운전' 보도를 보고

 
   
  이훈평 의원’헌정 사상 최초로 음주단속 걸린 현직의원’  
 

’헌정 사상 최초로 음주단속 걸린 현직의원’

4월 9일 오후 11시 30분 경, 민주당의 이훈평 의원은 서울 관악구 봉천1동 파출소 앞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총선을 1년 가량 앞둔 시점에서 민심을 미리 잡아놓기 위해 이 의원은 시장 상인들과 술자리를 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이날 이 의원은 소주 3잔과 맥주 1잔을 마셨다. 이 의원은 운전기사를 먼저 퇴근 시켰기 때문에 직접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의원이 운전하던 그랜저XG 승용차는 봉천1동 파출소 인근 도로에서 음주단속에 걸렸다. 음주측정 결과, 이 의원은 면허정지 처분 대상인 혈중알코올농도 0.086%가 나왔다. 이 의원을 음주 단속했던 경관은 의경이어서 이 의원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관악경찰서로 이송되어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이 의원의 신분이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 의원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음주단속에 걸린 현직의원’이 됐다.

이 의원은 사고 다음날인 10일 관악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지역구 의원으로서 품위를 떨어뜨렸다”면서 사과했고, 12일 이 의원의 홈페이지(www.maddle.co.kr/hplee)에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다. 음주운전 단속에 ‘순순히 응한’ 이 의원의 자세에 대해 네티즌들은 감동했고, 홈페이지에 이 의원을 격려하는 글들이 접수되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금배지 아름다운 면허정지’라고 평했다.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을 달게 받은 이훈평 의원의 자세는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이유는 ‘법을 어긴 사람은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상식이 실종된 한국 사회의 단면이 이 사건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도 음주를 한 채 핸들을 잡았다면, 범법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금배지의 위력이 한국의 교통 경관들을 움츠러들게 했을 것이다. 더구나 지역구 의원이었다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수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음주단속을 통과한 후, 이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 1호 음주운전 피단속자’라는 불명예를 명예롭게 받게 된 것이다.

 

 
   
  '음주운전 걸려 스타된 의원'?음주운전이 '스타'를 만드는 사회가 아닌, 당당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사진은 조선일보의 이훈평 관련 기사이다.
ⓒ 디지틀조선일보
 
 

’당당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영국의 유명한 정치가 처칠 수상에 대한 일화가 있다. 어느날 하원에서 열리는 회의에 늦은 처칠 수상은 운전기사에게 속도를 높일 것을 재촉했다. 처칠 수상의 차는 속도와 신호위반으로 교통경관에게 딱지를 떼게 되었다. 처칠 수상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교통경관에게 “하원회의에 늦어 본의 아니게 교통법규를 위반하게 되었다”면서 ‘선처’를 부탁했다.

교통경관은 잠깐동안 처칠 수상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당신은 처칠 수상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처칠 수상은 단호한 교통경관의 말에 당황했다. 교통경관은 당황하는 처칠 수상에게 다시 말했다. “내가 알고있는 처칠 수상은 절대로 이런 부탁을 하실 분이 아닙니다”라고. 처칠 수상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면서도 흐뭇한 마음으로 딱지를 뗐다. 그리고 그 경관을 승진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일화의 핵심이 교통경관의 요구를 큰 마음으로 대한 처칠의 면모일까. 그건 이 일화의 핵심이 아니다. 이 일화의 핵심을 굳이 처칠 수상과 관련 지어서 찾아내려고 한다면, ‘처칠 수상과 같은 위대한 사람도 때때로 범법행위를 할 수 있고, 그 범법행위를 감추기 위한 청탁을 하기도 한다’는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일화의 핵심은 '영국 교통경관의 책임의식'이다. 누구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당당히 수행할 수 있는 그 자존심 말이다. 이 일화의 교통경관과 처칠 수상 모두에게 ‘건전한 상식’이 있었다.

이훈평 의원의 음주단속 적발이 미담으로 여겨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음주운전자가 음주단속에 걸려 면허가 정지되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한국사회 안에서 그렇게 인식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이제 ‘당당한 상식’으로 이러한 관념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2, 제3의 고위공직 음주운전자가 계속 나올 수 있고, 법의 평등한 적용이 한국사회 안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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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2003-04-20 22:51:10
김태우 기자님의 숨은 견해에 동감합니다만 고위공직자 음주운전자가 나와야 한다는데는 동의가 안됩니다. 고위직 음주운전자 안 나오고 발전해야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키드 2003-05-10 16:12:12
진짜 바람직한 사회라면... 저 국회의원은... 대리 운전을 시키던가 택시를 탔어야 하죠. 원칙을 두번 깨지 않은 것은 높이 사줘야 할만큼 이 나라가 원칙을 우습게 아는 나라라 안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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