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도 쑥 캐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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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우리도 쑥 캐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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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에세이> 쑥과 냉이

 
   
  ^^^▲ 쑥쑥 올라오고 있는 쑥
ⓒ 이종찬 기자^^^
 
 

"아빠! 저기 저 할머니들은 논둑에 앉아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쑥을 캐고 있잖아. 쑥을 캐다가 냉이나 달래도 캐겠지"
"쑥을 캐서 뭘해?"
"녀석도 참! 너 오늘 아침에 맛있게 먹은 그 국이 무슨 국이었니?"
"쑥-국- 아항~ 이제 알겠다. 저 할머니들도 쑥국을 끓이려고 쑥을 캐는구나"

아지랑이가 활활 타오르는 논둑에는 머리에 하얀 수건을 쓴 할머니들이 쑥을 캐고 있습니다. 논둑에 아무렇게나 놓인 바구니 속에는 하얀 솜털이 촘촘히 돋아난 파아란 쑥들이 제법 담겨 있습니다. 바구니 한쪽에는 그 쑥들에게 가운데 자리를 뺏긴 냉이도 언뜻언뜻 보입니다.

둘째 딸 빛나의 까아만 눈동자 속에도 쑥과 냉이가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빛나의 맑은 눈동자 속에 담긴 쑥과 냉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휴! 쑥들 때문에 숨막혀 죽겠어"
"누가 아니람. 할머니들은 우리들을 상큼한 봄맛이 난다면서 된장찌개에도 넣어 먹고, 나물로도 무쳐서 맛있게 먹잖아? 근데 왜 하필이면 쑥들 곁에 우리들을 내버려 두는지 모르겠어"

마치 우물 속처럼 깊숙한 빛나의 눈동자 속에 담긴 냉이가 저마다 한숨을 폭폭 내쉬면서 불평을 합니다. 그때 바구니 한가운데 왕처럼 떡 버티고 있던 쑥들이 냉이를 바라보며 기가 찬다는 듯이 한마디 툭, 내뱉습니다.

"얘! 너희들은 무슨 불평을 그리도 하는 거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 좀 해 봐. 너희들은 아무리 된장과 고춧가루, 참기름 같은 여러 가지 양념에 버무려져도 사람들의 밑반찬밖에 되지 않잖아. 하지만 우리 쑥들은 떡도 되고, 국도 되어서 사람들의 주린 배를 든든하게 불려주는 쌀, 보리와 같은 그런 양식이란 말이야. 하지만 밥상에 올라가면 밥상 한가운데에는 누가 앉니?"

그랬습니다. 쑥은 가난한 살림의 양식이었습니다. 내가 어릴 적 마을 어머니들께서는 논둑 곳곳에 먹음직스럽게 자라나는 쑥을 한바구니 캐서 향긋한 쑥국을 끓였습니다. 또 쑥을 밀가루에 버무린 뒤 무쇠솥에 쪄서 쑥털털이를 만들기도 했고, 찹쌀가루와 섞어 맛있는 쑥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 하이얀 꽃망울을 맺은 냉이
ⓒ 우리꽃 자생화^^^
 
 

냉이 또한 우리들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밑반찬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특히나 입맛이 떨어지는 나른한 봄날에 밥상 한가운데 놓인 냉이무침과 냉이 된장찌개는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군침이 돌았습니다. 그리고 냉이무침과 냉이 된장찌개를 먹고 나면 어느새 우리들 마음 속에도 봄내음이 향긋하게 묻어나곤 했습니다.

"아빠! 우리도 쑥과 냉이를 캐자"
"왜?"
"우리도 저녁에 냉이무침과 쑥국을 끓여먹게"
"칼도 없고 바구니도 없는데?"
"그냥 손으로 캐서 과자봉지에 담아가면 안돼?"
"???"

그렇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는 빛나를 데리고 쑥과 냉이를 캐러 가야겠습니다. 양지꽃이 노랗게 피어나는 논둑에 앉아 쑥과 냉이를 캐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것도 호기심 많은 딸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빛나 나이에 내가 겪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 지금도 들판에 지천으로 널린 냉이
ⓒ 우리꽃 자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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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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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2003-04-18 18:52:25
기자 편집회의에 글이 잘 들어가지 않는군요.
편집국장님! 이 기사 "쑥과 달래" 를 "쑥과 냉이"로, 그리고 본문에 있는 달래도 모두 냉이로 바꾸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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