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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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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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향 여진구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자네 따님은 지금 무슨일을 하시나?"

선생님의 첫 질문내용이다.

선생님은 지금 충남 공주에서 사모님과 같이 자식들의 효도를 받으며 편안하게 지내시고 계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친구들과 같이 한 번 밖에 찾아 뵌 적이 없다. 무례하게 전화로 가끔 선생님 안부를 물어 오곤 한다. 변명하고 말고 여지도 없다. 성의가 없을 뿐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선생님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자네 따님은 귀국했나. 무슨 일을 하나?"

선생님께서 오랜만에 안부전화를 드린 나에게 묻는 말씀이시다. "외국 여행가이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라고 말씀 하신다.

비행기타고 세계를 주름잡는 일을 하고 싶어하던 딸이 결국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기억이 있다. 그것을 기억하시는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에 대한 생각이 날 때 마다 선생님의 희고 깨끗하신 얼굴이 떠오른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50년이 넘었는데 제자들의 자식 일까지 기억하고 계신 선생님이시다. 지금 비교적 건강하게 공주 마곡사에서 노년을 보내시고 계신 선생님은 아호가 송 향이시고 함자는 (여 진 구) 선생님이시다.

작년에 전화가 왔다. 얼마전 선생님을 찾아간 동창들이 결혼식 주례를 가끔 보고 이제는 경제활동을 못하고 있다고 본인의 얘기를 듣고 선생님께서 직접전화를 하신 것이다. 황송한 마음이었다. 좋은 일이니 열심히 정성을 다해 주기 바란다는 말씀으로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몇 년 전 모교 서대전초등학교 7회졸업생 6학년4반 제자들과의 단체상면에서 50여년전의 일을 기억하시는 선생님의 기억력은 정말 놀라우셨다.

"자네 아버님과 유천동 뚝방에서 매운탕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신 기억이 생생하다네." 여자 동창생의 이름을 기억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더욱 놀라울 따름이었다. 올해도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를 드렸다. 그랬더니 딸자식 얘기를 꺼내시는게 아닌가? 너무도 자상하신 마음이시다. 이런 저런 안부 말씀을 묻던 중에 귀가 어두워지신 것을 알았다. 아! 어쩌랴! 안타까울 뿐 자연의 섭리를 막을 길은 없는 것이리라. 그래도 노년에 자식들 효도받으며 생활하시는 선생님을 생각하면 흐믓할 따름이었다.

친구들 20여명이 대전에서 선생님을 초청한 일이 있었다. 찻집에서 선생님이 프린트물을 돌리셨다. 건강 십훈의 귀한 말씀을 당시 나이 예순이 다 된 제자들에게 돌리신 것이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든 프린트물이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돈도 좋고 명예도 좋지만 쓰러져 누워있으면 무슨 소용이랴. 평범하면서 귀한 진리를 항상 제자들에게 가르쳐 오신 선생님의 모습이셨다. 적어도 옛날 그 때의 모든 선생님들은 이렇게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에 임하는 자세였으리라는 생각이다.

올 해 스승의 날은 임시휴교란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시골의 논밭으로 학부모님들을 찾아다니던 옛 선생님들의 발길은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가? 오늘 선생님과의 통화에서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예. 예" 하기만 했다. 선생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을 알고는 무슨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주변 친구들의 안부며 저의 근황을 묻고는 건강들 잘 챙기라며 전화를 끊으신다. 코 끝이 찡해온다.

강단에서 평생을 분필가루 마시며 옆으로 비스듬히 서서 글을 쓰셨으니 엉치뼈가 무사하실 리가 없을 것이다. 결국 수술을 하셨다고했다. 인조연골을 삽입하는 대 수술을 하셨다. 항상 수 많은 제자들을 생각하시는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에 인생 삼사라는 얘기를 들었다. 낳으신 부모님 가르치신 선생님 결혼식 주례선생님을 일컫는 말이라고 했다. 길을 가는 세 사람중에 선생님이 있다는 말의 유래에서 온 말이라 고하기도 한다. 여하튼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장학생으로 공부도 했고 나이예순이 넘어 선생님과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다는 행복감을 어찌 말로 다 할것인가?

선생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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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2006-05-19 16:28:24
요즘은 선생도, 학생도..다 이익집단이다.
어느 기사에서 봤듯이 선생들은 그저 자기 돈벌이를 위한 직장에 불과하다. 진정 내 제자라 해서 아끼고 이끌어 주는 선생님들이 그립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학생들도 그렇다....학원 문화의 잘 못으로 선생들을 은사로 여기지 않는다. 그저 필요한 지식만 받아 내면 그만인것이다.
졸업식에서 선생님들 학생 모두 눈물 흘리던 시절이 언제인가...


세상님? 2006-05-23 05:56:34
세상님 아주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모두 세상님같은 분만 있었음 좋겟네요 하지만 세상불평할게아니라 자기먼저 자기자신이먼저 앞장서고 행동하고 선행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세상님은 어떠신지요 ?^^

신 중 균 2006-05-30 12:29:46
세상님!

눈물겨운 말씀입니다. 요즘사실 저는 공연히 눈물이 앞서는 자신의 작은 모습만이 보인답니다.
왜 이렇게 살까? 좀더 적극적이지 못할까? 아직은 젊은 나인데...

초점흐린 노인들의 눈동자가 어른거리고 뼈와 가죽이 붙은 손을 어루만지며 울컥 눈물이 납니다. 무척덥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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