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겁탈-3
스크롤 이동 상태바
여배우 겁탈-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커스 구경은 그렇게 광산촌을 열기로 가득 차게 하는 일을 했지만 작고 큰 사건들이 생겼다. 그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순경은 모르는 척 하면서 형에게 여배우가 예쁘냐고 물었다. 형은 예쁘다고 대답했다. 얼굴에 분을 바른 것 때문에 더 예쁘게 보였다. 붉은 전구 아래 빨간 연지를 찍은 여배우는 선녀처럼 보였다.

덩치도 아담하고 키도 작았다. 모든 배우들이 예뻤다. 늙은 배우들은 얼굴의 주름살을 분으로 위장했다. 커다란 자루에 들어가 숨어야 하는 여배우는 왜소하고 아주 작은 인형 같았다. 마술사가 자루에 넣고 위아래로 흔들면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하는 여배우의 모습이 슬퍼 보였다.

어머니는 숨소리가 큰 여자를 싫어했다. 여자가 숨소리가 크면 서방을 잡아먹는다고 했다. 어머니도 여자인데 여자를 하대하는 것 같은 말을 했다. 여자는 서방을 따르고, 있는 듯하기도 하고 없는 듯하게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대가 세면 서방을 잡아먹지,' 여자아이는 대가 세 다고 했다. 엄마는 남자를 잡아먹는 여자를 안다고 했다. 형이 좋아하는 여자를 어머니는 본 데가 없는 상것 집의 딸이고 위아래를 모르는 여자라고 말했다.

순경도 같은 말을 했다. 팔자가 센 여자가 얼굴에 분을 바르고 배우가 된다고 했다. 다시 여배우의 엉덩이가 어떠냐고 물었다. 형은 웃었다. 남자의 엉덩이와 같다고 대답했다. 그걸 왜 형에게 묻는지, 성호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순경은 음흉하게 웃었다.

무당이 춤을 출 때 엉덩이를 흔들었다. 다리 밑에 사는 거지가 비오는 날 엉덩이를 까고 오줌을 누는 것을 본적이 있다. 얼굴은 흑 빛인데 하얀 엉덩이를 가지고 있었다. 신기하게 생각했다. 얼굴이 검으면 모든 것이 검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순경은 음흉하게 웃으며 빨리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여배우의 엉덩이는 작다고 말했다. 순경은 다시 이상한 표정을 지며 음흉하게 웃었다. 그리고 '여배우 방에는 어떻게 갔는가?' 하고 다시 물었다. 천막을 치고 공연을 하는데 여배우의 방이 따로 있을 수가 없다. 순경은 그것을 알고 있으며 형에게 묻고 있었다.

노천 극장은 등치가 큰 사람들이 사방에서 지키고 있었다. 찐빵을 사먹을 돈도 없다. 몰래 숨어 들어가야 했다. 뚱뚱한 여자의 치마 자락을 잡고 들어가기도 했다. 이력이 나서는 조금 더 대범해졌다.

바늘이 소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침을 떼고 그냥 출입구로 당당히 들어갔다. 통과할 확률이 높았다. 태연함에 대한 무방비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어디 가냐고 물으면 무조건 앞으로 돌진했다. 무질서한 극장 안에 숨어 들어가면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 속에 두더지처럼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순경은 그 말을 듣고 반짝 눈을 빛냈다. 치타가 먹이를 찾았을 때도 같은 눈빛을 낸다. 순경은 적용할 형사처벌법 조항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성호는 형이 또 감옥살이를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극장 옆에서 파는 커다란 찐빵은 김을 낸다. 치타가 어린 사슴을 탐내듯 찐빵이 먹고 싶었다. 여배우의 엉덩이는 관심이 없었다. 극장 안의 원숭이는 바나나를 먹고 재롱을 부린다. 빨간 엉덩이를 흔들었다. 순경에게 대답했다. 여배우의 엉덩이와 원숭이의 엉덩이는 확실히 다르다고 했다. 별안간에 형의 얼굴에 주먹이 날라 왔다.

"야, 이 자식아, 누굴 가지고 노는 거야," 순경은 화를 냈다. 형은 사실을 말했다. 하지만 순경은 몹시 화를 냈다. 왜 화를 내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무서웠다. 성호는 형에게 잘못했다고 말하라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극장 안의 앵무새가 따라 했다. '너는 바보지, 바보가 맞지,' 하고 목을 위로 올렸다. 갑자기 앵무새가 갖고 싶었다. 모든 말을 따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말동무가 없었다. 앵무새는 여배우와 같이 잠자고 있었다.

앵무새를 손에 넣는 순간 '너는 누구니?' 하고 앵무새가 물었다. 앵무새가 밤에 울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말을 형은 했다. 여배우는 잠을 깼다. 얼결에 죽인다고 소리를 쳤다. 겁먹은 여배우는 떨고 있었다. 이불속 밖으로 엉덩이가 나와 있었다.

미어진 틈새로 교묘하게 달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엉덩이는 밝은 빛을 냈다. 남자들은 빛에 홀린다. 앵무새가 말했다. '아이 무서워, 아이 무서워하고,' 소리를 냈다. 굵은 목소리의 남자가 앵무새 소리를 들었다. 형은 매를 피한 굴속의 토끼처럼 공포에 떨었다.

사내는 눈을 부릅떴다. "조그만 자식이 벌써부터 여자를 겁탈하려고 해" 이것이 형의 죄명이 됐다. 순경은 앵무새가 여자보다 더 좋으냐고 물었다. 앵무새도 좋고 예쁜 여자 배우도 좋다고 했다. 그렇게 대답한 것은 여배우의 엉덩이에 홀린 탓이다. 유명 인사는 국회의원만 되는 것이 아니다.

읍내에 소문이 퍼졌다. 광산촌이 있는 읍내는 술집이 많았다. 술좌석에서 술꾼들의 주제가 되었다. 형은 스타가 됐다. "어린놈이 무엇을 알까?" 하고 한 사내가 말했다. "옛날엔 열 살에 장가갔어, 그런 소리 말게" 하고 응수했다.

(다음에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