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총-1
스크롤 이동 상태바
말총-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금 떨어진 마을 입구에는 조그만 구멍가게가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그곳에 갔다. 가게 안에는 나이가 먹은 시골 촌부가 졸고 있었다. 소주 몇 병과 마른안주를 사들고 돌아왔다.

성호는 방안에 들어서자, 신문지를 방바닥에 폈다. 그리고 들고 온 오징어와 마른안주를 펴놓고 술병을 땄다.
"자, 한잔하시죠,"
"그럴까요,"
"비도 오고 갈 수도 없으니 술이라도 마셔야지요,"
"고맙습니다."
김 형사는 소주잔을 받았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마셨다. 다시 잔을 성호에게 건네고 술을 따랐다.

광자는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모처럼 동생이 왔는데 다리가 아파서 누워 있는 것이 미안하여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소주잔을 연거푸 몇 잔을 마신 성호는 김 형사에게 잔을 주고받으며 몇 순배를 했다.
"우리형이 사람을 죽이지는 못해요."
"그렇지요, 사람 죽이는 일을 아무나 하나요,"
"그런데 왜 우리형이 했다고 생각하나요."

직업상 하는 일일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성호는 물고 늘어지듯 형은 아니라고 했다. 살인을 할 위인은 못된다고 김 형사에게 말했다. 죽은 사람이 선생님인데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김 형사는 메모수첩을 꺼냈다. 형의 과거 기록을 메모하여 놓은 것을 들여다보며 전과가 많다고 했다. 잘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사람을 죽입니까, 그것도 학교 은사를 말입니다." 하고 언성을 높였다. 형과 같이 그 선생님한테서 윤리를 배웠다고 했다.

선생님은 '선한 것은 악한 것을 지배한다.' 는 말을 했다.
언제나 착하게 살 것을 학생들에게 말했다. 성호는 그 말씀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다. '선한 것이 악한 것을 지배한다. 반드시 악은 그 징벌을 받는다.' 착하게 살 것을 얼마나 강조했는지 모른다.

형도 그것을 알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을 형이 죽였다고 믿기 어려웠다.
"형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런 확신을 어떻게 갖지요."
"윤리 선생님입니다."
돈에 눈이 어두우면 못하는 것이 없다고 김 형사는 대답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많은 사고를 저질러서 무슨 사건만 터지면 조사를 하게 되는 것을 알지 않느냐는 투로 말했다. 성호는 술이 오르자, 이 기회에 형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기가 생겼는지 물어 보지도 않는 형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광자는 못 마땅하여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해는 되었지만 몸도 아프고 귀찮은 생각을 더 했다. 성호에게 이제 잠을 자라고 했지만 술 주정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했다. 광자는 거실 한쪽 구석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다.

김 형사도 밖에서 내리고 있는 세찬 비 때문에 돌아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벌써 소주를 몇 병째 함께 마시고 있었다. 형이 범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성호는 화가 치밀어 형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말꼬리 털이 있어야 참새를 잡을 수 있었다. 약은 새이지만 말총에 목이 조이는 것을 바보처럼 모른다. 읍내에 말이 있는 집이 있었다. 읍내 방앗간은 여러 마을의 쌀을 다 정미하는 곳으로 큰 창고와 넓은 공간이 있었다.

사나운 개가 늘 방앗간을 지키고 있었다. 형은 누룽지를 꺼내서 던졌다. 사나운 개는 하이에나처럼 음흉한 미소를 지며 맛있게 먹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성호는 형에게 탄복했다.

그 사이에 형은 재빨리 마구간으로 숨어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하이에나 구경만 하고 있었다. 먹이가 떨어지자 개는 무섭게 짖기 시작했다. 주인이 방안에서 나왔다. 아이들은 공범자의 표정을 지었다. 아무 일이 없는 것을 본 주인은 개가 미쳤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텔레비전에 나온 여자 가수가 몸을 마구 흔들며 노래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형은 마구간으로 들어가 어렵게 말 엉덩이까지 접근했다. 말총을 자를 가위를 준비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말꼬리 몇 개를 손으로 감아쥐었다. 어머니의 젖 먹은 힘을 다해 앞으로 잡아당겼다.

(다음에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