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산 에스커브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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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산 에스커브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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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는 천지인 셋이 하나로 융합된 유산이다

어디를 갈 때, 수레가 있으면 수레를 타고, 수레가 없으면 말을 타고, 말도 없으면 걸어가면 된다. 그나마 발이 절리면 기어서라도 간다. 그렇듯 한번 가기로 맘먹었다면, 마침내 그곳에 도착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이익의 성호사설 중에서 -

곤륜산에 관심이 많았던 이익(李瀷 1681-1763)은 18세기를 대표하는 실학자다. 그를 대표하는 저서 성호사설(星湖僿說)은 일종의 백과전서로서 천지문(天地門), 만물문(萬物門), 인사문(人事門), 경사문(經史門), 시문문(詩文門)의 5개문 아래 3천여 개에 달하는 항목을 수록하고 있다. 그의 세계관과 역사의식은 후대의 이중환, 안정복, 정약용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중환(李重煥 1690-1756)이 지은 택리지(擇里志)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곤륜산(崑崙山)의 한 줄기가 대 사막의 남쪽을 지나 동쪽의 요동평야에 이른다. 평야를 건너 다시 일어나 백두산(白頭山)이 되는데, 곧 산해경(山海經)에서 말하는 불함산(不咸山)이 이것이다. 산의 정기(精氣)가 북쪽으로 천 리를 뻗고, 두 강을 사이에 끼고 남쪽으로 향하여 조선 산맥(朝鮮山脈)의 머리가 되었다.”

산해경(山海經)은 곤륜산 꼭대기에 궁전이 있는 서왕모(西王母)에 관한 판타지가 줄거리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로서 하(夏) 나라 우왕(禹王)이 지었다는 설이 있다. 서왕모는 반도원(蟠桃園)이란 복숭아 과수원에서 파티를 열어 천계의 모든 신선을 감독하며, 때때로 틈을 내어 지상의 여러 황제들에게 선술(仙術)을 가르쳐주는 자비도 베푼다.

도선(道詵 827-898)은 신라 말기의 국사(國師)로서 풍수지리설의 대가로 더욱 유명하다. 먼저 그가 남긴 팔도강산 행룡가(行龍歌)의 처음 부분을 감상해 보자. “조선이라/백두산(白頭山)은 하늘높이 우뚝 서서/곤륜산(崑崙山)을 바라본다.//예로부터 흐른 역사/산지조종(山之祖宗) 곤륜산은/시대의 변천 따라/백두산에 이주하니/세계조산(世界祖山) 아닐런가.//줄기줄기 흘러내려/가지가지마다 명산(名山)이요/곳곳마다 도시(都市)로다.”

이중환도 그럴 거라고 여겨지지만, 도선 역시 사대주의에 빠져서 곤륜산을 들먹였던 것 같지 않다. 그는 오히려 민족주의자라고 나는 믿는다. 그에게 철저한 애국애족 정신이 없었다면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내려뻗은 13개 정맥과 그 밖의 정맥 아래 수 없이 가지 친 기맥까지 일일이 자기 발로 밟고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왕사(王師)로서의 호의호식을 끝내 뿌리쳤던 그였다.

곤륜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무림(武林) 곤륜파의 활동지역은 오늘날 중국 북서부 청해성(靑海省)으로 중앙아시아 파미르고원에 연결되어 있는 곤륜산맥(崑崙山脈)의 한 자락이다. 앞에서 이중환이 지적한 곤륜산(崑崙山)이 바로 곤륜산맥을 대표하거나 그 최고봉을 가리킨 것이리라.

산 곤(崑)이 맏 곤(昆)으로 바뀐 곤륜산(昆崙山)도 산동성(山東省)에 자리 잡고 있다. 곤륜산(昆崙山)은 고산준령이 즐비한 곤륜산맥에 비해서는 초라하지만, 황하 하류의 대평원에서는 돋보인다. 이 산은 특별히 도교(道敎)의 시원지로 알려져 있으며, 9세기 초 장보고(張保皐)의 적산법화원과 가깝다.

우리 한(韓)민족의 잠재의식에는 곤륜산이 또렷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곤륜산은 실체(實體) 백두산의 영체(靈體)로서의 별칭일까? 아니다, 풍수의 곤륜산은 그런 상상 속의 산이 아닌 발로 등정할 수 있는 실재의 산일 것이다. 곤륜산(崑崙山)에서 백두산(白頭山)으로 연결된 산줄기는 혹시 선사시대에 일어났던 우리민족의 이동경로는 아닐는지?

이렇게 정리해보자. 알타이 산맥에서 우리 조상들이 대장정에 나선다. 파미르고원을 거쳐, 곤륜산맥을 타고, 황하 상류의 북쪽 물줄기 따라 가다가, 요동평야를 거치고, 마침내 백두산에 도착했다. 이어서 한반도로 남하하여 그중 일부는 일본열도까지 내려갔다. 그것은 중국대륙을 대 에스커브(Grand S-curve)로 그으며 가로지르는 유쾌한 행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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