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국회 본회의후 취임후 첫 국정연설하는 노무현 대통령 ⓒ 연합뉴스^^^ | ||
이날 국정연설에서 그는 그동안의 정치역정을 상기시키며 도덕적 명분론자인 자신이 파병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 책임론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명분을 앞세운 파병반대 주장은 한미관계를 갈등관계로 몰아가 북핵사태를 푸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따라서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오랜 동안의 우호관계와 동맹의 도리를 존중하여 어려울 때 미국을 도와 한미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했다.
하지만 이같은 그의 주장은 국민 다수로부터 지지를 얻어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단순히 국제정치에서의 현실론과 한미공조를 위해 명분없는 전쟁에 우리 국군을 내보내는 것에 대해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오늘 국정연설에서 전쟁을 막아야 할 책임이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이라크전에는 파병을 결정해 전쟁지원을 해야한다는 모순을 드러냈다.
이는 미국이 지금 수행하고 있는 이라크전에 국군을 파병하여 미국을 도와주는 대가로 향후 북핵문제에서 한국이 발언권을 가지는 거래를 하고 있다는 심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무고한 이라크민중들의 피의 대가로 국익과 실리를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TV 보도를 통해 미군의 폭격에 의한 이라크 민간인들의 참혹한 살상을 연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끔찍한 일이다. 대통령의 부도덕성에 절망한 국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그의 탄핵을 요구할 것이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에게 완전한 휴머니스트가 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국익을 이유로 무자비한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전선(戰線)에 국군을 파병하여 전쟁을 돕겠다고 나서는 대통령의 연설은 실망스럽다.
그동안 군사독재시절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은 '반공'과 '국가의 이익'이라는 말이 얼마나 절대적인 위력을 갖고 국정에 행사되어 왔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베트남 전쟁 등 그동안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졌던 수많은 야만과 잔인한 현실에 대해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도록 훈련되어 왔으며 또 그렇게 살아왔던 게 사실이다.
어느나라에서건 자신의 부끄러운 행위를 '국익'으로 포장하여 국민을 동원한 예는 허다하다. 지난 세기 일본 제국주의는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서 36년간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아 이 땅의 민중들을 억압했다.
그들은 '국익'을 위해 1931년 만주를 침략했으며, 1937년에는 남경에서 30만명의 민간인을 강간, 약탈, 생매장하는 대학살극을 벌였다. 그들은 마루타를 생체실험했고, 진주만 기습으로 태평양 전쟁을 도발했다. 그러나 일본이 저지른 이 모든 학살과 침략행위는 그들의 '국익'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세계의 양심과 지성이 한 목소리로 반전을 외치고 있는 지금 우리가 국군을 파병하여 이라크 민중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침략행위를 저지른다면 그것은 우리의 '국익'을 위한 것이니까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거인이 거인인 것은 우리가 납작 엎드려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국회 앞에서는 연일 수천명의 국민이 전쟁반대와 파병반대를 외치며 인간띠를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 3인은 오늘 새벽 바그다드를 향해 요르단 암만을 떠났다고 한다.
인류역사에서 지난날 수많은 사람들이 신분제 사회에 맞서 싸워 인간의 존엄을 얻었듯이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본과 이윤에 대항해 인간의 영역을 넓혀왔듯이 오늘 국회 파병동의안 통과에 관계없이 우리의 대안은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며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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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륜이라 해야겠죠
명분과 인륜은 완전 틀린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