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교통카드 '올스톱' 위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후불제 교통카드 '올스톱' 위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카드 22일부터 중단∙∙∙ 수수료 협상 난항

 
   
     
 

“교통카드 사용이 안 돼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회사원 정연욱 씨(33ㆍ서울 은평구 녹번동)는 요즘 출ㆍ퇴근길이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사용해 오던 롯데카드의 후불제 교통카드 사용이 지난 1일부터 전면 중단됐기 때문.

롯데카드가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 운영업체인 한국스마트카드(KSCC)와의 수수료 인상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1일부터 자사 카드 이용자에 대한 교통카드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 결과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 고객 가운데 정 씨 등 교통카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6,000여 명은 서울시내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한국스마트카드와 신용카드사의 수수료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애꿎은 시민들의 불편만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현대와 LGㆍ삼성 등 거의 모든 신용카드 회사가 지난달부터 차례로 후불제 교통카드 신규 발급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후불제 교통카드로는 국내 최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국민은행(KB카드)도 오는 22일부터 교통카드 신규 발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은행은 7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22일부터 서울지역 거주 고객에 대한 교통카드 신규 및 재발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날 공지에서 “KSCC가 자신들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신용카드사에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교통카드 서비스를 위해 신용카드 발급업무 전반을 불안정하게 유지할 수는 없다”고 카드 발급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국민은행에서 발급한 후불제 교통카드는 약 800만장으로, 이 중 자택과 직장 주소가 서울시로 돼 있는 교통카드는 400만장 정도다. 그러나 이미 발급된 후불제 교통카드는 계속 이용할 수 있으며, KSCC와 무관한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신규 발급이 계속 이루어진다.

이에 앞서 삼성ㆍ신한ㆍ외환카드 등은 이미 지난달 6일부터 신규ㆍ재발급을 중단했으며, 현대카드와 LG카드 역시 오는 10일과 13일 각각 후불제 교통카드 신규발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KB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이용자가 많은 BC카드(우리은행 카드 포함)도 현재 신규 발급 중단을 최종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 신규 발급이 중단될 수 있음을 고객들에게 미리 공지해 놓은 상태다.

◆ 쟁점은 수수료 인상폭= 최근 들어 교통카드 발급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신용카드 회사와 교통카드 사업자 사이의 재계약이 수수료 문제 등으로 계속 결렬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카드사들은 서울메트로(구 서울지하철공사)와 버스운송조합 등으로부터 교통카드 사용액의 1.5%를 받아 이 가운데 0.5%를 KSCC측에 수수료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KSCC가 계약 기간이 만료된 지난해 말부터 개별적으로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재계약에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KSCC는 기존 수수료 0.5% 외에 교통카드 1장당 초기 발급비, 암호인증 비, 제휴 수수료, 관리비 등 연간 2,400원의 비용을 추가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동욱 KSCC 팀장은 이와 관련 “2003년 9월 설립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적자가 320억여 원에 이르는 만큼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후불카드에 대한 수수료 현실화를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카드사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KSCC의 적자 원인은 사업의 중복투자와 각종 시스템 추가에 든 비용 탓”이라며 “KSCC가 책임질 부분을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으로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

삼성카드의 고위 관계자는 “독점 사업권자인 KSCC의 경영실패와 과잉투자에 따른 적자를 카드사가 부담하게 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고객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협상이 원만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카드사들은 국내 최초로 후불식 교통카드를 도입하고 가장 많은 후불제 교통카드를 발급한 KB카드가 신규 발급 중단방침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카드에 이어 삼성카드마저 협상이 결렬돼 신규 발급은 물론 사용 자체가 중단될 경우 이번 사태의 여파가 서울시민 전체의 불편으로 확대될 여지가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이에 따라 KB카드의 동참이 추후 협상 과정에서 KSCC를 어느 정도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시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업체 간 협상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서울시가 KSCC의 최대 주주(지분율 35%)인 데다 롯데카드의 예에서 보듯 협상 결렬이 곧 카드 사용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서울시가 더 이상 사태를 관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문제점은 없나= 현재 양측의 협상 전략은 ‘일단 버텨만 보자’이다. 서비스가 완전히 중단되더라도 소비자만 불편할 뿐 서로 잃을 게 없다는 계산에서다.

KSCC측에서 보면 흑자를 내고 있는 T-머니와 같은 선불식 카드와 달리 후불제 교통카드는 낮은 수수료와 높은 관리비용으로 적자만 내는 ‘계륵’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신용카드사들도 처음에는 교통카드 서비스가 장착된 신용카드가 고객의 지갑 맨 위에 꽂힐 가능성이 크자 앞 다투어 발급했다 모든 카드사로 서비스가 확대되자 지금은 ‘발급을 포기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돌변했다.

현재까지 발급된 후불제 교통카드는 모두 2천만 장, 이 중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시민은 이미 700∼8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한 치의 양보 없이 자기이익만 챙기려는 업체와 이를 방관하는 관계당국의 무책임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