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적세(沖積世, 홀로세/Holocene epoch: 1만 년 전~현재)(2/2)
스크롤 이동 상태바
충적세(沖積世, 홀로세/Holocene epoch: 1만 년 전~현재)(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성빈 교수의 ‘빛의 환타지아’]

여섯 번째 대량멸종의 진행(2/2)

이러한 상황은 바다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몇몇 종류의 물개와 바다소가 사냥으로 멸종되었으며 19세기에 발명된 작살로 고래잡이가 시작된 이래 거대한 고래종류는 거의 멸종에 이르렀는데 그 중의 하나인 긴흰수염고래(giant Blue Whale)는 몸길이 30m에 무게는 120톤이나 되어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살았던 동물 중 가장 큰 편에 속하는 것이다. 한편 북반구 전역에 걸쳐 호수나 강과 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연어(salmon)는 수 천년동안 인류의 중요한 양식이 되어 왔는데 이들 역시 남획과 수질오염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와 같이 어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대규모 고기잡이로 인하여 바다 생태계는 균형을 잃었으며 강과 바다는 화학물질과 하수와 쓰레기로 더렵혀지고 있다.

▲ 긴흰수염고래 ⓒwhales.org.au
▲ 연어 ⓒclassicnatureprints_com

현재 지구상에는 수백만 종 이상(많게는 약 4천만 종정도까지이며 우리 인간은 그 중 약 10% 정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음)의 생물이 살고 있는데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은 적게는 50억 종에서 많게는 150억 종에 달하고 있으므로 이들 중 99.9%는 멸종하고 단 1천분의 1만이 남아있는 셈이다. 물론 시생대 때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온 박테리아를 비롯한 원시유기체들은 오랜 세월동안 별다른 변화도 없이 대부분 초창기의 모습과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또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하는 잠자리나 바퀴벌레 같은 곤충들, 상어, 실러캔스 등과 같이 수 억 년을 유지해오고 있는 종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종의 평균수명은 약 4백만 년이다.

따라서 현재 지구상에 약 4천만 종의 생물들이 존재하고 있다면 1년에 평균 10종정도가 자연적인 원인으로 멸종을 할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것의 약 1천배에 달하는 매년 1~2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고 또 훨씬 더 많은 생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는데 이는 과거의 어떤 대량멸종 시기보다도 빠른 속도이다.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그 원인의 대부분은 인류의 활동, 즉 생물의 남획, 서식지(棲息地, habitat)의 대량파괴와 같은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環境汚染, environmental pollution) 등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 외에 또 다른 변화는 생물상(生物相, biota)의 지역에 따른 차이가 줄고 전 세계적으로 균일해져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사실을 돌이켜보면 새로운 과나 목을 발생시키는 폭발적인 종의 분화(分化, differentiation)는 늘 대량멸종 이후에 일어났다. 공룡과 같은 거대한 파충류의 멸종이 없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포유류의 번성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종의 소멸이 없다면 생물의 다양성은 포화수준에 이를 때까지 증가한 후 종의 분화를 멈추게 될 것이다. 포화가 되어도 자연선택은 이루어지고 부분적인 진화는 계속되겠지만 새로운 신체구조나 생활방식을 가지는 혁신적인 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진화에 있어서의 대량멸종의 역할은 종을 줄이고 다양성을 감소시켜서 혁신적인 진화를 위한 생태적, 지리적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며 이것이 대량멸종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류의 부적절한 활동, 즉 생물의 남획,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량멸종 이후에도 이와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진화의 속도

앞에서 지중해와 동시베리아의 섬 안에서 하마나 코끼리 또는 매머드 같은 대형 동물들이 수천 년이라는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 내에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사실을 설명하였는데 이와 같이 짧은 기간에 진화가 이루어진 예는 또 있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빅토리아 호수에 서식하는 시클리드(Cichlid) 과 물고기는 무려 500여종이나 되는데 이들은 먹이습관이 매우 다양하고 이에 따라 입이나 이빨의 구조도 모두 다르다. 시클리드들은 이와 같이 종에 따라 먹이나 그에 따른 생활공간이 다른 탓에 호수 생태계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생존경쟁을 통한 자연선택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빅토리아 호수는 1만 2천 년 전만 해도 호수가 아니었음이 확인되면서 새로운 종의 발생이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보다 매우 짧은 기간 내에도 가능한 것이 밝혀졌는데 이들이 이렇게 다양한 종으로 분화된 데에는 암컷들의 성적(性的, sexual) 선택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연구되었다.

▲ 비교적 짧은 기간에 다양한 종으로 진화한 시클리드 (1) ⓒcichlidresearch_com ⓒ뉴스타운
▲ ⓒ뉴스타운
▲ ⓒ뉴스타운
▲ ⓒ뉴스타운
▲ ⓒ뉴스타운
▲ ⓒ뉴스타운
▲ ⓒ뉴스타운

1977년에는 한 미국 동물학자가 멸종을 연구하기 위하여 도마뱀 몇 마리를 몇몇 고립된 섬에 이주시켰다. 그런데 이들은 사멸하기는커녕 날로 번성했으며 오히려 20년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신체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원래 이 도마뱀들이 있던 지역은 키 큰 나무들과 덤불이 우거진 기름진 곳이었는데 새로 이주시킨 곳은 작은 덤불들만 자라는 매우 척박한 곳이었으나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후손들은 작은 덤불들 사이에서 살기에 더 편리하도록 더 짧은 다리를 가지고 태어났던 것이다. 최근 생물학계는 이와 같이 짧은 기간 내에 진화가 이루어지는 사례를 많이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트리니다드(Trinidad) 섬에 있는 한 강에 거피(guppy)라고 하는 물고기가 그들을 잡아먹는 천적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1980년대 초에 한 미국 연구팀은 이들 중 일부를 천적이 살지 않는 폭포 상류 쪽으로 옮겨놓았다. 그런데 천적들과 함께 사는 거피들은 적에게 먹히기 전에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하여 성장과 번식이 빨랐으나 천적이 없는 곳으로 옮겨진 거피들은 훨씬 더 오래 살 뿐만 아니라 몸집이 훨씬 더 커졌고 짝짓는 시기는 더 늦어졌으며 새끼의 수도 줄었다. 이렇게 생존전략이 바뀌는데 암컷은 2~3년밖에 안 걸렸으며 수컷도 4년 정도가 걸렸다. 그래서 11년(거피로는 18세대)이 지나자 이들은 암수 모두 몸집이 훨씬 더 커지고 짝짓기 시기는 늦어졌는데 이러한 변화는 개체수가 작을수록 빈번하다는 것도 밝혀졌다.

▲ 거피 ⓒtopzoo-siegen_de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