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예술, 그 타락과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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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예술, 그 타락과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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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여, 그대 지금 어디에 표류하고 방황하는가

▲ ⓒ뉴스타운

예술은 어떤 고매한 사상을 형상화하는 작업이다. 안톤 체홉의 ‘갈매기’에 나오는 말이다. 니콜라이 하르트만은 ‘예술은 정신적 산물이며, 객관화된 정신의 특수한 형태’라고 했다. 칸딘스키는 ‘예술은 느낌을 통해서 정신을 물질 속에 넣은 것’이라고 했다. 인간과 예술에 대한 철학적 사유이다.

언젠가 국립극장 무대에 논란이 된 작품 ‘개구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이 부정선거에 의한 것이라고, ‘자칭’ 풍자를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한쪽 일방의 주장을 사실인양 풍자의 대상으로 삼아, 이른바 국고의 지원을 받는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한 바 있다.

이것이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장관의 구속기소라는 참화, ‘블랙리스트’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우리 대중문화계가 얼마나 편향적이고 좌경화되었는지 실태조사가 필요했다고 한다. 자유 시장질서를 근간으로 한 민주주의 국가 한국에서 그것은 당연한 통치행위였다. 이를 좌파들이 자신들의 밥그릇과 패거리 감싸기와 보복에 역이용한 것이 ‘블랙리스트 사화’다.

그 작품의 연출가는 ‘예술이 현재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류의 예술론은 지금 한국 대중예술계의 일반적 경향인 듯하다. 그러나 어줍잖은 핑계처럼 들린다. 상상력의 빈곤을 권력비판을 빙자한 풍자라고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권력비판이란 정치행위다. 예술행위가 아니다. 예술의 정치화는 세속화며 타락일 수 밖에 없다. 예술이란 정치보다 큰 개념이다. 예술이란 인생과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예술은 존재하는가. 정치화된 타락한 변종들이 참다운 예술이 움츠러든 자리를 훔쳐서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대중예술계, 특히 영화 및 공연예술계는 더욱 그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술의 가면을 쓴 정치적 언사들과 정치적 제스처들이 구세기적 망령처럼 무대와 광장을 떠돌고 있다.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방송의 유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카타르시스적 웃음이 아닌, 비웃음과 모욕감의 피눈물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은 억지와 강요가 아닌 감정적 동화와 순화에 의해 웃음과 눈물을 이끌어내는 상상력과 창작의 세계다. 억지춘향인지 광대인지 모를 짓을 풍자니 예술이니 강제하며, 쓴웃음을 짜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예술은 비평을 먹고 자란다고 했다. 우리 사회 예술이 망가지고 타락하는 것은 진짜 비평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평을 빙자한 조롱과 모함과 매도가 아니면, 끼리끼리 짬짜미 밀어주기 뿐인 비평계의 사이비적 풍토도 공범이다.

정치 권력의 시녀이면서 여왕인 줄 착각에 빠진 대중예술이야말로 진짜 광장에 벌거벗은 창녀 꼴이다. 자기가 벌거벗은 줄 모르는 자가 남을 함부로 벗기고 남의 알몸에 관음증을 즐기리라. 예술의 위치는 그 자체로 인생 전체다. 참여니 민주화니 허접한 명분으로 볼품없는 예술이 헐벗은 골조를 드러내지 마라.

예술가라면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천재성과 창의성 및 수련 부족을 어설픈 권력비판이니 풍자니 하는 위장막 뒤에 숨기지 않는다. 참 예술은 빈곤한 상상력을 속이는 컴플라쥐, 즉 위장술일 수 없다. 삶에 대한 깊은 내면의 진솔함과 진실함이 예술을 잉태하는 모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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