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학생이 '大'자를 놓고 '큰대'자다, 개견(犬)이다 하며 논쟁을 벌리면서 점심내기를 했으나 의견이 양분된 상태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끌었다. 결국 교수에게 가서 어느쪽 주장이 맞는지를 알아보기로 하고 교수를 찾아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의 의견을 주장했다.
두학생이 심하게 다투는 모습을 물끄럼히 지켜보던 교수는 大(대)자를 개견(犬)이라고 우기는 학생의 손을 들어주며 개견자가 맞다고 했다. 득의만만한 모습으로 그학생이 나간후 '대(大)'자라고 주장했던 학생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며 교수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교수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물론 네 말이 정답이다. 까진 점심한번 사는게 뭐 그리 큰 대수냐. 문제는 틀린것을 옳다고 우기며 고집을 부리다 벌을 받는게 더 큰 손해인데" 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 주위에는 분명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 자신의 생각이나 하는 일이 옳다고 우기며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청와대가 10일 오전 국회인사 청문회를 거친 유시민을 비롯한 5개부처 장관내정자와 경찰청장 내정자 전원을 임명했다. 형식적으로는 인사청문회에서 자질과 업무능력에 대한 검증절차를 거쳐 적격자로 판정되어 임명권자가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말이 더욱 웃긴다. 국회로부터 국무위원 및 경찰청장 후보들에 대한 인사청문결과보고서가 전달되었기 때문에 국정운영을 위해 곧바로 임명장을 수여했다며 청문회에서 자질과 업무수행능력이 검증된 만큼 이제는 장관과 경찰청장이 업무 수행을 잘 할수 있도록 협조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통과의례식으로 열린 청문회에서 내정자들을 흠집내며 가슴에 상처만을 안겨주고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든 청문결과보고서 내용이 민의(民意)가 제대로 전달된 것인가 묻고싶다.
분명 청문회에서는 인신공격, 색깔론은 차지하고라도 자질과 능력,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유시민, 김우석, 이종석 내정자는 절대 부적격자로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쪽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당리당략 차원에서 유시민 일병구하기 식으로 동료감싸기에 급급한 열린당의 반쪽짜리 보고만 받고 임명장을 수여하는데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속상한 것은 유시민 복지부 장관 내정 발표 당시 그렇게도 시끄러울 정도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혔던 여당의 여론이 봄 눈 녹듯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이처럼 여당의원들의 분기를 잠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행태를 보이는 국회나 정부를 그 어떤 국민이 신뢰하겠는가.
지난해 7월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인사청문회는 무조건 인사권자가 자기 맘대로 개각 명단을 발표하던 과거와 달리 인사권자가 내정한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검증한 후 적격자를 임명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임명권자 생각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을 대신해 검증만으로 끝난다는데 있다.
진정 이 청문회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자질과 업무수행능력,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통해 적격, 부적격자를 가려 임명권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규가 마련되어 있어야 했다.
현행 법으로는 임명전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이를 지켜보면서 마치 무시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것은 필자만의 어리석은 생각일까. 이에 앞서 최근 청와대 수석 보좌관들이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라는 과제를 놓고 토론회를 가졌다고 한다.
이는 정부정책이 딜레마에 빠지고 신뢰마져 떨어진 양상이 두드러지면서 노 대통령이 제안해 마련된 자리라고 한다.
문제는 아무리 열띤 토론을 해도 문제점과 지적으로만 끝나고 원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과정이 필요한게 아니라 잘못을 시인하고 변화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청와대 수석 보좌관들의 토론이 인사청문회 결과처럼 형식적인 보고서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개각에서 국민의 소리를 외면한채 과감하게 인사를 단행한 노대통령이 疑人勿用 用人無疑(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않고 쓴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라는 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인품이 아니고서는 불신과 허탈감에 빠진 민심의 흐름에도 불구 이같은 용단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옛부터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 했다. 광야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을 두터운 옷을 껴입는다고 막을 수는 없다. 임명장 수여로 효력은 발생할 수 있지만 정부를 예의주시하며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는 국민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큰대(大)를 개견(犬)으로 고집하지 않는 정부와 여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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