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가 법원의 주요 판결에 대한 ‘조합원비평’을 공모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밝힌 비평대상 판결 내용은 대략 이렇다.
6급 공무원으로 10여년 동안 일해 온 A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모 시청의 내부 비리를 고발하였다가 동사무소로 보복적 인사이동을 당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비록 보복성 인사는 맞으나 시청에서 동사무소의 같은 직급으로 인사이동 한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와 같은 인사조치가 그리 큰 문제가 안 되는 참을 만한 것인지, 아니면 내부 비리 고발자에 대한 심각한 신분상의 불이익에 해당하므로 부당한 것인지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묻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시청의 종합운동장 건립과 관련, 부패방지위원회에 부당하게 지급된 예산 38억원의 환수와 관련자 징계를 요청하는 공익제보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사권자인 B시장은 A씨를 동사무소로 인사이동 시키고 말았다. A씨는 6급 공무원 경력 10년 차다. 그러나 A씨가 옮겨간 동사무소의 주무는 대개 7급에서 6급 승진자가 임용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따라서 인사관행에 비추어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라는 것이다.
부패방지위는 이같은 인사가 보복하기 위한 목적에서 행한 것임을 확인하고 B시장에게 원상복구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B시장은 이에 불복했고, 이에 대해 A씨는 보복성 인사이동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1심 재판부는 자치단체장의 부당한 인사권남용을 견제할 필요성 및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 기타 제반 사정 등을 종합해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이와 같은 1심 재판부의 판단과는 달리, 비록 A씨에 대한 전보조치가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1년 이상 근속자에 한해 하도록 되어 있는 인사관리규정에 반하고, 동사무소의 주무는 대개 7급에서 6급 승진자가 임용되어 온 인사관행에도 어긋나는 하향 전보조치로 부패신고자에 대한 보복성 인사조치임을 인정하면서도 “같은 직급으로 전보된 조치”이며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는 아닌 전보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인사권자인 B시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말 답답한 판결이다.
공익제보가 없다면 내부 비리를 파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정부기관은 물론 사법기관도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라도 공익제보를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부비리 제보자는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매우 크다. 정부기관이나 사법부가 이같은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인사관리규정과 인사관행에 어긋나는, 더구나 보복성 인사조치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단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다”는 이유로 인사권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판결을 내렸으니, 어찌 답답하지 않겠는가.
혹시 재판부의 내부비리가 내부 고발자에 의해 세 살에 까발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후 B시장은 뇌물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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