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의 강정구,
김대중 정권의 송두율을 묵시하면서
64년에 발표된 김승옥의 ‘무진기행’ 한 구절을 옮겨본다.
…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뺑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있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恨(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女鬼(여귀)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안개는)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