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창간 6주년을 맞이한 모 일간신문의 편집국장을 방문했다가 이 선배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는 어느 대학의 교수이며 정당에 출강도 나가시는 선배의 한 친구 분도 동석했다. 세상 돌아가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몇 순 배 술잔도 돌았을 때, 그 친구 분께서 선배에게 ‘나무라듯’ 한 마디 했다.
“이 사람! 자네도 펜대만 고집하지 말고, 정치로 나가 권력도 가져 보고 하게나. 그러면 세상이 또 달라 보이기도 할 걸세. 고집도 좀 꺾고 비위 좋게 타협도 하고, 돈 되는 일도 좀 하고 말이야”
선배의 눈가에서 소년 같은 미소가 피어나는 듯 하더니 이내 안경 속으로 사라졌다.
“자넨 우리 신문사 편집국장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 난 이 자리와 국회의원 몇 자리, 장관 몇 자리와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네. 나는 그저 이 길을 갈 걸세. 자네 말따나 돈이 안 되는 건 사실이지만 말이야”
“하긴, 우리 마누라도 자네 팬이긴 하네. 어떤 땐 질투 날 정도야. 엊그젠 자네 칼럼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매우 실감 있게 비판한 글이 실렸다’며 시원해 하더구만. 그런데, 자네 그렇게 신랄한 글들을 써도 어디서 ‘압력’이 안 오는가!”
그 친구 분은 “누가 저 편집국장의 ‘고집’을 꺾겠느냐!”며 들고 있던 술잔을 몇 번이고 국장의 잔에 부딪치고는 입에 털어 넣었다.
오늘날의 현실은 열 한 개의 손가락을 가진 아홉 사람이 열 개의 손가락을 가진 한 사람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세상이다.
그렇다. 마치 역사가 ‘제 역할을 고집하는 사람들’과 ‘특정한 인간들의 피’를 제물로 하여 발전하여 왔듯이, 어느 조직, 어느 사회이든 누군가의 ‘희생’이 기초로 되지 않고서는 번영을 건설해 낼 수 없는 것이다.
위의 신문이 신생언론으로 발을 디디고 빠른 속도로 해당 독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기까지는 제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고자 하는 편집 책임자의 ‘고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대한민국이 작금의 각종 ‘혼돈’과 ‘가치 전도’속에서 제 자리를 잡아 번영의 길로 나서기 위해서는 우선 각 부문의 지도자들이 ‘다른 길에 대한 유혹’과 ‘자기 욕심’을 뒤로해야 한다. 오로지 시민과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아주 원론적인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상승은 본인의 수단이 아니라 그 구성원이나 국민의 선택이 되게 해야 한다.
그 같은 기본이 허술함으로 하여, 묵묵히 자기 기본에 충실하려는 ‘열 개 손가락’을 가진 이들이 오히려 ‘비정상인’이 되고 있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각 부문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사회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고,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제 기능을 다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기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돈도 안 되는데’오로지 자기 역할만을 ‘고집’하는 것은 십자가를 지는 것과 같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십자기를 지고 있는 이들로 하여 숨쉴 공간을 얻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장 받아 가고 있는 것이다.
여당의 2,18 전당대회, 5,31 지방선거, 내년의 대선, 후년의 총선을 앞두고 나라가 온통 ‘무엇이 되고자’ 하고, ‘무엇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풍 속에 휘말리고 있다. ‘어떻게 바르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역사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현재의 자기 역할에 충실하며 제 기능을 다하고자 하는 이들이 그리운 시대다.
이들, 열 개 손가락 ‘장애’의 기초 위에 우리들 궁극적 희망이 건설되어 가고 있는데도 ‘역사가 이들의 고독과 희생을 보상해 줄 것이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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