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류의 다양화와 고래의 등장(3/3)
시신세 말에는 원원류보다 더 진화한 영장류인 진원류(眞猿類, anthropoidea)가 등장하였는데 이들은 손가락과 발가락이 편평하며 뾰족한 발톱이 없고 대부분 낮에 활동한다. 또 원원류에 비하여 안면이 짧고 뇌는 크며 색각(色覺, colour sense)이 발달되어 있는데 이들에는 세 무리가 있다. 먼저 협비원류(狹鼻猿類, catarrhines)는 얼굴이 작고 턱의 돌출정도가 작으며 뇌의 크기도 작다. 두 콧구멍 사이가 가깝고 콧구멍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으며 기후에 대한 적응성이 강하여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열대에서 한랭지대까지 널리 분포하기 때문에 구세계(舊世界, old world)원숭이 또는 꼬리가 길어서 긴꼬리원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광비원류(廣鼻猿類, platyrrhines)는 다리가 길고 손톱은 구부러졌으며 꼬리는 길고 털이 많다. 코는 납작하며 두 콧구멍 사이의 거리가 멀고 콧구멍은 바깥쪽을 향하고 있다. 이들은 매우 활동적이고 지능이 높았으며 나무를 잘 기어오르는데 남아메리카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신세계(新世界, new world)원숭이 또는 나무에 기어오를 때 꼬리를 감기 때문에 꼬리 감는 원숭이라고도 한다. 세 번째 무리는 사람과인데 꼬리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서 사람 외에 오랑우탄(orangutan), 침팬지(chimpanzee), 고릴라(gorilla), 긴팔원숭이(gibbon)등이 포함되며 사람 외에는 모두 구세계에 분포하고 있다.
우제류에서 진화한 파키케투스(Pakicetus)는 최초의 원시고래(archaeocete)로서 몸길이는 2m 이하였으며 아직 수중생활에 적합할 정도로는 진화되지 않아 얕은 물속에서 어류를 잡아먹고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파키케투스보다도 한발 더 고래와 가까워진 암블로케투스(Ambulocetus)는 늑대와 바다표범의 중간정도인 모습으로 주둥이 끝에 콧구멍이 있었으며 악어와 비슷하게 긴 머리를 가진 포식자였으나 아직도 대부분의 시간을 육지에서 보냈으며 바다 속에는 먹이를 잡을 때만 들어갔다. 뒤를 이은 아르티오케투스(Artiocetus)와 로드호케투스(Rodhocetus)는 길이가 3m 정도였으며 이들도 아직 육지와 물속에서 반반씩 지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후손인 몸길이 4~6m의 도루돈(Dorudon)은 수중생활에 적합하도록 다리와 꼬리가 지느러미로 변했으며 머리는 길고 콧구멍은 주둥이의 중간에 있었는데 주로 얕은 열대성 바다에서 살았다. 이보다 더 현생고래에 가까워진 바실로사우루스(Basilosaurus)는 몸길이가 20m 이상까지 자랐으며 길이가 1m도 넘는 머리뼈에는 구부러진 앞니와 가장자리가 톱니모양인 삼각형의 어금니가 있어서 어류뿐만 아니라 다른 해양 포유류도 잡아먹었다. 이보다 좀 늦게 등장한 안트라코테레(anthracothere)인 엘로메릭스(Elomeryx)는 길이가 2m 정도인 하마류인데 고래와 같은 소구치(小臼齒, premolar: 작은 어금니를 말함)를 가지고 있어 고래와 하마가 매우 가까운 친척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남아메리카에서는 유대류가 많은 진화를 이루었다. 아르기롤라구스(Argyrolagus)와 같은 아르기롤라구스류(argyrolagids)는 쥐만 한 크기의 잡식성인 남아메리카 유대류로서 뒷다리가 매우 길고 앞다리는 짧았으며 캥거루처럼 깡충깡충 뛰어다녔는데 선신세까지 생존하였다. 또 보리아에나(Borhyaena)와 같은 보리아에나류(borhyaenoids)는 몸집이 사자나 큰 곰만 한 거대한 포식성 유대류였는데 역시 선신세까지 생존하였다.
그리고 초식성의 유태반류는 다른 대륙과 마찬가지로 유제류가 많은 진화를 이루었는데 페나코두스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디돌로두스류(didolodontids)가 남아메리카 유제류의 원시 구성원이다. 그 외에 제나르트란(xenarthran)이라고 하는 남아메리카대륙 고유의 매우 원시적인 초식성 유태반류가 등장하였는데 여기에는 현생의 나무늘보(sloth), 개미핥기(anteater), 아르마딜로(armadillo: 갑옷 같은 등을 가진 포유동물) 등이 포함된다. 이들 중 개미핥기와 같은 일부 제나르트란은 이빨이 없어서 이들을 한때 빈치류(貧齒類, Edentata)라고 부르기도 하였으나 대부분의 제나르트란은 이빨을 가지고 있다.
또 이 시기에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것으로 보이는 카비오모르프(caviomorphs)는 특이한 설치류 집단으로서 네오코에루스(Neochoerus)나 프로토히드로코에루스(Protohydrocoerus) 같은 종은 무게가 200kg 정도 되었으며 가장 큰 텔리코미스(Telicomys)는 작은 코뿔소만 해서 무게가 최고 1톤까지 나갔다.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육식성이든 초식성이든 유대류가 주류를 이루었으며 일부 단공류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대륙으로부터 고립된 바람에 육식성의 커다란 육상파충류도 신생대 내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바다에는 해양 속씨식물인 해초(海草, sea grass)가 전 세계 해안선을 따라 크게 번성하였으며 원반 모양의 대형 유공충인 화폐석(貨幣石, Nummulite)이 테티스해에 번성하였다. 그리고 매우 불규칙한 극피동물인 샌드달러(sand dollar/Clypseasteroidea)라고 하는 일종의 성게가 굴을 파고 사는 성게로부터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진화하였으며 이 시기 말에는 육방산호가 다시 산호초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경골어류도 몸길이 약 25cm 정도인 고등어(mackerel)와 농어 등을 포함한 기조어류를 중심으로 매우 다양해지고 엄청나게 번성하였다. 민물에도 경골어류가 번성하는 한편 민물 규조류도 나타났다.
또 한 번의 멸종
시신세 말에도 거대한 운석이 러시아(Russia)의 포피가이(Popigai)에 충돌하여 지름이 100km에 달하는 크레이터를 남겼으며 미국의 체서피크(Chesapeake) 만(미국 동부의 메릴랜드 주와 버지니아 주 사이에 있는 만) 근처에도 거대한 소행성이 충돌하였는데 과거의 대량멸종에는 못 미쳤지만 이로 인하여 녹조류와 유공충 및 포유류의 상당부분이 멸종되었으며 특히 북아메리카와 유럽이 상대적으로 많은 타격을 입었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