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앞둔 위기의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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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앞둔 위기의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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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월드컵 기행] ③ 1938년 프랑스 월드컵

 
   
  ▲ 우승한 이탈리아 선수단
ⓒ fifaworldcup.com
 
 

이전까지 전 세계인들의 스포츠 축제로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올림픽은 이제 두 번의 대회를 치른 월드컵에 위기를 느껴야 할 정도였다. 넓은 그라운드에서 하나의 공을 쫓고 쫓으며 펼쳐지는 전투적 스포츠인 축구의 매력에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전투적인 축구를 월드컵이란 대회를 통해 국가 대리전 양산으로 발전시킨 덕분에 세계는 월드컵을 자국의 국력을 과시할 수 있는 또 다른 창구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폭발적인 인기와 월드컵이 가져다주는 묘한 내셔널리즘 때문에 세계는 단순한 대회의 참가뿐 아니라 월드컵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대회 개최에 서서히 욕심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러한 욕심은 소위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강대국들 사이에서 이미 시작되었으며 이는 세계 제2차 대전의 전운과 함께 아픈 추억으로 남게 된다.

제3회 1938년 프랑스 월드컵

▲ 개최 배경

@IMG1@남미의 우루과이에서 열렸던 1회 대회와 유럽의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2회 대회. 국제 사회에서는 비록 명문화되진 않았지만 3회 대회는 당연히 남미의 몫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3회 대회의 강력한 개최국 후보였던 아르헨티나는 결국 남미로 대회를 가져오지 못하고 프랑스에 개최권을 넘겨주어야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에 개최권을 빼앗겨 버린 것.

3회 대회의 유치를 신청한 나라는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였다. 아르헨티나는 두 대륙 간의 개최권 분할이란 명분으로 3회 대회의 개최를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고, 프랑스는 FIFA 회장이었던 줄 리메가 조국인 프랑스의 개최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고 프랑스 유치를 위해 힘썼었다. 대회 유치기간 내내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첨예한 대립을 펼쳤고, 이는 유럽과 남미의 대륙대결로 까지 비화되었었다.

결국, 1936년 8월 15일 FIFA 총회에 참석한 50개국 대표는 베를린 총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개최국을 선정하기에 이르렀고, 당시 세계의 주역이였던 유럽세의 힘을 업은 프랑스가 아르헨티나를 꺾고 제3회 월드컵을 개최하게 되었다. 이에 아르헨티나와 남미는 남미에서 치를 대회를 유럽으로 옮겨 치르는 것은 남미와 아르헨티나를 무시하는 편견에 찬 결정이었다고 크게 반발하게 되었으며, 지역 예선을 통과하여 본선에 오르게 되었던 아르헨티나는 결국 월드컵에 불참을 통보하기까지 이르렀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불참을 통보했던 공식적인 이유는 지난 2회 대회 직전 이탈리아에 선수들을 빼앗겼던 것처럼 '유럽에 선수들을 빼앗길까 우려해서'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개최권을 앗아간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이리하여 16개국의 본선 진출국은 아르헨티나의 불참으로 또다시 15개국이라는 비대칭적인 구조로 대회를 치러야 했으며, 이는 FIFA의 또 다른 상처로 남게 된다.

또, FIFA는 프랑스 월드컵부터 개최국과 전 대회 우승국은 본선에 자동 진출시는 '자동 진출권'을 시작했는데, 남미는 이에 대해서도 개최국인 프랑스가 자칫 예선에 탈락할 것을 우려한 줄 리메의 프랑스 구하기라고 비난했다. 이에 남미는 월드컵이 유럽만의 축구대회가 될 것이란 경고를 아끼지 않으며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이러한 프랑스와 줄 리메의 월드컵 개최를 위한 욕심은 월드컵 역사의 또 다른 오점으로 남고 말았다.

▲ 월드컵 뒷얘기

- '영웅'을 죽음으로 몰고 간 나치

'환상의 팀'의 영혼이자 오스트리아의 불세출 축구 영웅 진델라. 1930년대 중반, 진델라가 활약하는 오스트리아 대표팀은 일명'Wunderteam'으로 불리였던 축구 강국이었다. 1938년 프랑스 월드컵 지역예선을 통과한 오스트리아팀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오스트리아는 월드컵 본선을 불과 몊 개월 앞두고 독일에 합병되면서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고, 독일은 오스트리아의 뛰어난 선수들을 흡수해 단일팀으로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오스트리아의 영혼으로 불렸던 진델라도 당연히 영입 1순위였지만, 그는 유태계란 이유로 제외되고 말았다. 충격을 받은 진델라는 고통과 회한의 나날을 보내다 1939년 1월 22일 자살하고 만다. 독일의 나치즘이 위대한 축구 영웅을 가장 초라한 죽음으로 내몬 셈이다.

- 고무줄 터진 바지를 붙잡고 슛!

1938년 6월 16일 마르세유의 스타드 벨로드롬 경기장.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탈리아와 브라질의 4강전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탈리아가 1-0으로 앞서던 후반, 브라질의 반칙으로 이탈리아는 페널티킥을 얻었다. 대회 2연패를 향해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었던 이탈리아로서는 황금 같은 기회를 잡은 것.

주제페 메아자 선수가 페널티킥을 차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중 어이없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반바지에 고무줄이 끊어져 바지가 엉덩이까지 내려오고 말았던 것. 다른 선수로 교체해야 할 지경이었지만, 워낙 중요한 경기라 메아자는 왼손으로 바지를 움켜잡은 채 오른손으로 공을 지정된 위치에 넣고 강력한 슛을 성공시켰다. 브라질이 후반 말미에 한 골을 성공시키며 2-1로 따라왔지만, 결국 메아자의 이 페널티킥으로 이탈리아는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 축구야 싸움이야?

보르도에서 열린 브라질과 체코슬로바키아의 8강전은 월드컵 역사에 남을만한 거친 경기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과열된 경기는 식을 줄 모르고 팽팽하게 진행되었고, 3명이 퇴장당하고 5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그중 2명은 심각한 골절상으로 병원으로 후송될 정도였다.

당시에는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 승부차기 대신 재시합을 벌였는데, 1차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두 팀은 이틀 후인 14일 재경기를 가졌고 결국 브라질이 2:1로 승리했다. 브라질은 전 경기에서 너무 많은 선수가 다치는 바람에 재경기에서는 골키퍼인 바르테와 스트라이커 레오니다스를 제외한 9명의 선수를 바꿔 출전시켜야만 했다.

- 검은 다이아몬드가 사라졌다.

이 대회에서 8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을 차지했던 브라질의 레오니다스는 검은 다이아몬드로 불리며 브라질의 공격을 주도한 선수였다. 폴란드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한 레오니다스는 이후에도 쉼 없는 득점 행진을 펼치며 브라질의 연승을 이끌었다. 헌데, 우승을 위한 최대 난적이었던 이탈리아와의 4강에 레오니다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매스컴과 팬들은 그 진상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브라질 대표단은 입을 열지 않았다. 궁금증이 증폭된 이 문제는 결국 끝내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승을 위한 이탈리아의 매수설이 가장 유력한 이유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레오니다스는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에는 이유없이 불참했지만, 스웨덴과의 3-4위 결정전에서는 출전해 2골을 터트리며 브라질을 3위로 견인했었다.

이런저런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많은 프랑스 월드컵은 전운이 감돌던 시기에도 비교적 원만한 대회 운영을 했다는 점에선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또, 1회와 2회 대회보다도 더 늘어난 관중은 월드컵의 인기와 더 큰 대회로서의 도약을 믿게 하는 계기가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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