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당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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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당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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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대표 당구코치 및 김정규 당구 스쿨 원장

▲ 전국 정모 ⓒ뉴스타운

전 세계적으로 그렇겠지만, 한국에서 당구는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열리게 될 국내 모기업 주최의 당구시합 상금이 무려 일억 육천만원이다. 이 시합의 일등 상금은 칠천만원, 이제 꿈에 그리던 일등상금 일억원이 주어지는 대회도 내년정도면 열리지 않을까 싶다. 필자가 현역으로 시합에 참여하던 시절에는 참으로 꿈으로만 그리던 상금이 걸린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당구를 배울 당시, 3쿠션은 당연히 그래선 안 되겠지만 여전히 친목과 내기를 하던 데만 국한되어 있었고, 필자는 언감생심 감히 3쿠션을 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당구는 4구로만 경기를 하였고 3쿠션은 친구들의 경기를 구경하며 부러워하곤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조금 시간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3쿠션을 접하고 선수로 활동하게 되었지만 그 시절의 당구는 여전히 힘겨웠던게 사실이다. 당구는 치고 싶지만 그것으로만으론 생계가 어려워 당구보다는 가족을 먼저 챙겨야 했던 시절도 있었고, 당구를 치다보니 집에 연탄과 쌀이 떨어져 가족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물론 가족보다 당구가 우선이었고 주위 사람들의 헌신으로 당구에 전념할 수 있다.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래서 2016년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당구선수들이 부럽고 샘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개인적으로 샘나고 부러운 건 조금 뒤로 미뤄두고, 그렇다면 과거와 현재의 당구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한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그래야만 당구의 미래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글은 결국 당구의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봄으로써 한국 당구계의 나아갈 바를 소박하게나마 밝히는데 이유가 있다.

▲ 헌역시절 모습 ⓒ뉴스타운

1. 당구만치고 살아갈 수 있을까? 당구만치고 살아갈 수 있는 상황들

미친 듯이 당구만을 치며 당구에 푹 빠져 살던 그때 그 시절 나는 당구를 잘 치기 위해 당구장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를 해 왔었다. 그런 나에게 주위 사람들은 할 일없이 당구만 친다는 질책과 비아냥을 보내곤 했다. 젊은 시절의 나에겐 결국 주위 사람들의 이런 저런 소리에 한심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어 당구에 전념할 수 없던 시절도 있었고, 그런 와중에도 당구를 잘 쳐보고자 부단히 노력했었던 시절도 있었다. 당구를 배우기 위한 교육기관은 당연히 전혀 없었고 외국선수들의 경기 비디오 하나 조차도 구하기가 어려웠던 시절에 당구를 친다는 것, 배운다는 것 자체가 참 힘겨웠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당구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인터넷에 당구에 관한 많은 글들과 동영상 선수들의 경기를 언제든 어느 때든 감상할 수 있고, 그들의 기술력을 직접적으로 배울수 있는 여건이 잘 조성되어 있다. 당구를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와 스쿨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고 당구를 잘 치면 대학교에도 특기생으로 진학도 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는 당구부가 창설되어 ‘세계 주니어 참피온 쉽’에서 3연속 우승을 한 김행직선수와 2016년 구리월드컵 성인대회에서 주니어선수로 3위의 성적을 거둔 조명우선수를 비롯하여 김준태, 조건휘,오태준 등의 주니어 선수들이 국내 대회는 물론이고 각종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또한 얼마 전 화원초등학교에 당구부가 창설됨으로 이제는 유소년의 당구활동이 더욱 더 기대되기도 한다.

당구라는 종목이 음지에서 행해지던 내기의 종목이 아니라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각종 교육인프라가 활발히 확산되고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조금 힘들지만, 조만간 순수하게 전문선수로서 당구만치고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차츰차츰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당구인들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정식적으로 제도화되고, 각종 인프라가 확충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곳에 종사하는 당구인들 자체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마음가짐이 아니라 도약기의 당구인들로서 책임감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2. 여자 프로선수가 생기며 여성분들이 당구를 배우기 위해 스쿨을 찾는다.

당구장이란 남자들만의 공간이었고 남자들만이 전유물이었던 시절, 군대이야기와 같이 남자들의 대화에서 당구 이야기가 없으면 대화가 무료해질 정도로 당구의 인기는 남자들 사이에서 아주 높았다. 심지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면 제일 먼저하고 싶은 게 당구라는 설문조사도 있었다. 하지만 ‘꼭 당구는 남자들만 즐길수 있는 스포츠인지’ 당구장에 가서 당구를 치면서도 뭔가 부족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왜 당구는 남자들만의 공간이었을까 항상 부족하고 아쉬웠던 상황도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여성이 당구를 즐기고 당구를 배우기 위해 당구스쿨에 찾아오고 있으며 미디어를 통해 당구를 즐기고, 당구선수로 활동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자주 보여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필자의 당구스쿨에는 부부가 찾아와 함께 당구를 배우기도 한다. 이제 여자들도 선수활동을 하고 있으며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보면, 당구라는 스포츠를 즐기는 대상이 남성들에서 여성들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당구는 더 확장되어야 하고 더 확장될 것이다. 유소년 당구팀이 창설된데서 알 수 있듯이, 당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커 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당구장을 찾고, 거리감 없이 당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와 조건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거대 당구클럽이 속속 개장되고 있으며 금연당구장 역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전적으로 환영할 만 하다. 다만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자면 여성과 청소년이 즐겁게 드나들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이 조금 더 만들어져야한다는 것이다.

3. 당구산업의 발전

항상 당구장에는 큐가 비치되어 있어 당구용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고 선수가 되었어도 큐를 구입한다는 자체가 너무 어려워 큐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큐 끝에 붙이는 팁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으며 외국에서 큐 한자루가 수입상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면 모든 선수들이 경쟁하듯이 큐를 구입 하였으니 과거의 선수활동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처했었는지 생각해보면 아득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암울한 시기에 당구를 쳐왔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한국에서 생산되는 당구용품들이 세계시장에 나가 외국선수들 마저도 한국에서 생산되는 용품을 자랑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당구산업이 진출하고 있으며, 아시아권에서 최대규모의 당구용품 수요가 한국에서 자리잡게 되었다. 이렇게 선수들의 기량발전과 더불어 당구용품의 산업도 발전하여 한국의 위상을 빛내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츠의 활성화에는 당연히 그에 수반되는 스포츠산업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골프에는 골프용품 산업, 야구에는 야구용품 산업이 있듯이 당구에는 당구용품 산업이 필요하고, 용품 산업이 당구 인프라 자체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은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힘들겠지만 당구용품을 생산하는 많은 산업체가 곧 생겨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튼튼한 산업인프라는 스포츠 자체의 인프라를 확산시키거나, 최소한 방해는 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다만 당구와 산업이 유기적인 파트너가 되었으면 한다. 당구산업이 당구자체를 좌지우지하거나, 반대로 당구자체가 당구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좋은 파트너쉽을 유지하면서 공생공영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4. 세계대회에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선수가 한국으로 오고 있다.

과거에는 시합이 일년에 한번, 이년에 한번정도 전국대회가 열렸으니 시합에 대한 감각적인 느낌도 적었으며 선수로써 시합에 대한 의무감이 상당히 떨어지던 시절도 있었다. 더군다나 외국시합을 나가려해도 스폰서가 없고 자비로 출전하여야 했으니 언감생심 외국의 시합을 생각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한번 나가려고 마음을 먹었어도 물질적인 부분과 마음의 여유를 찾기 힘든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에서도 세계대회가 일년에 한번씩 꼭 열리고 대한민국 당구연맹회장이 아시아 캐롬연맹회장이 되었으며 세계연맹의 부회장국이기도 한 상황이 되었다. 또한 외국의 선수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상주하며 한국의 당구 발전을 부러워하고 있다. 세계 유명랭커들이 한국의 곳곳 클럽에서 동호인들과 당구를 치고 그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 전세계의 당구계를 이끌고 있는 게 한국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세계의 당구계를 이끌고 있는 한국이 가져야 할 책임감이 아닐까 싶다. 이제 전세계 당구선수 및 동호인들은 한국의 당구상황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한국이 개최하는 당구대회, 한국이 이끌고 있는 당구산업, 한국의 당구시설과 인프라 등등이 전세계에 관심대상일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위치에 맞는 우리 당구인 모두의 책임감과 자세 등이 아닐까 싶다.

5. 당구는 왜 꼭 담배를 피우며 게임비 내기를 통해 당구를 쳐여야만 하는가?

이렇듯 한국 당구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당구장의 문화도 점차적으로 발전을 거듭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다. 정식스포츠,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는 당구가 여전히 많은 법령 속에서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스쿨을 하면서 학원으로 허가증을 받으려하니 법령이 없어 학원허가증은 만들 수 없다는 답변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당구인들이 빨리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이다.

금연과 금주를 하는 당구클럽이 생겨나면서 점차 동호인들의 의식도 바뀌어가고 있으며 당구장 주인들도 많은 의식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여느 손님들은 술 마시고 들어와 담배를 피우며 왁자지껄 떠들고 욕설을 해대며, 주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의 기분만 생각하며 당구를 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당구장을 가보면 담배연기가 자욱하니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보이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담배냄새에 역겨움을 느끼기도 하니, 이러한 상황은 반드시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예를들어, 금연당구장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 보다 담배를 피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좋아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흡연 당구클럽을 다녀온 후 1. 귀가한 후 담배 냄새에 아이들과 와이프에게 혼났다. 2. 당구 한게임 하고 나니 머리가 아파서 더 이상 당구를 칠 수가 없더라. 3. 흡연과 시끄러움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더라. 4. 당구를 즐기려고 갔는데 뭘하고 왔는지 도통 모르겠더라 등 말들을 하고 한다.

또한 당구가 여전히 내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즐거운 경기를 하고나면 꼭 지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당구뿐 아니라 테니스나 탁구 배트민턴 등 여러 운동을 하고 나면 경기에서 승리하였거나 패배를 하였을 경우에도 운동 후의 즐거움을 만끽하고는 한다. 그런데 유독 당구만큼은 지고나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게임비 내기에서 비롯되는 확률이 높지 않나 싶다. 이제 당구도 내기의 굴레에서 빠르게 벗어나야하며 이러한 내기문화가 빨리 지워질 수 있도록 당구클럽 문화도 빠르게 바꿔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이루어진다면 당구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힐링의 스포츠’로 변신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변화의 시기가 왔다고 본다. 한국 당구인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과거의 잘못된 유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당구문화가 우리 가까이에서 정착될 수 있도록 과감한 도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재 당구는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우리 당구장 문화나 일반 아마추어 동호인들의 현실에는 아직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당구에 대한 의식전환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학원문화와 회원제 당구클럽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 김정규 당구스쿨 원장 김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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