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재판의 변화 심층 분석
이혼재판의 변화 심층 분석
  • 이재만 변호사
  • 승인 2016.10.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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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 ⓒ뉴스타운

근래 들어 ‘이혼’에 대한 관념 및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세대들과 현 세대가 생각하는 이혼은 현 시대가 말해주듯 아날로그와 디지털시대와 견줄 만하다. 과거 세대들은 이혼을 숨겨야 할 치부라고 생각하며 참고 살았다면, 현 세대들은 현재 닥친 불행한 생활을 깨끗이 정리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찾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를 증명하듯 이혼은 예전에 비해 굉장히 많아졌다. 통계자료를 보면 한해 36만 쌍 정도가 결혼을 하는데, 이중 11만 5,000쌍이 이혼을 한다. 만약 이 상태로 한 30년을 간다면, 3커플 중에 1커플은 이혼을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이혼 건수는 11만 5,500건으로 전년 대비 200건, 0.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이혼은 특이하지 않은 삶의 한 모습이라는 것을 이 자료는 입증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2014년 이후 조금씩 줄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사법연감을 보면 2015년에는 10만 8,000쌍이 이혼했다. 2014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해 10만쌍 이상이 이혼을 한다는 것은 반가운 통계만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간통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 형법 241조가 폐지되면서 이혼재판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본지는 변화하고 있는 이혼재판과 관련 법률 전문가인 법무법인 ‘청파’의 이재만 대표변호사와의 Q&A를 통해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이 변호사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이혼과 관련한 명쾌한 해석과 법률상식을 전파해 왔다. <편집자주>

Q. 이혼 재판과 관련 최근의 법원의 판결을 보면 예전과는 달리 최대한 조정으로 끝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재판상 이혼에 조정전치주의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혼을 하려면 우선 가정법원에 조정을 신청하여야 합니다. 법원은 조정절차를 통해 일시적인 격정에 휘말려 경솔하게 이혼하는 것을 막는 한편 배우자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히 조정절차를 진행하는데요. 조정은 분쟁의 평화적이고 신속한 해결이 될 수 있고 이혼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감정싸움을 막고 일찌감치 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장점이 많습니다.

조정을 선호하는 경향은 서울가정법원의 통계자료가 잘 증명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먼저 이혼을 조정에 회부한 건수는 2014년 397건에서 2015년 1,449건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실제 조정이 성립된 건수는 170건에서 586건으로 눈에 띄게 많아졌고, 이혼 소송에서 조정이 성공리에 끝나는 비율(조정성립률)도 법원이 조정절차 조기개입을 시작한 2014년 9월을 기점으로 전후 1년을 비교할 때 35%에서 43.8%로 급증했습니다.

Q. 사회적으로도 이혼의 가장 직접적 피해자이면서도 부모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자녀의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절차보조인’ 제도 도입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A. 당연히 연관이 있습니다. 법무부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가 지난달 8일 ‘절차보조인’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용어 그대로 ‘절차보조인’은 미성년자가 법정에서 부모에 휘둘리지 않고 최대한 자기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를 말합니다. 이러한 ‘절차보조인’은 만19세 미만의 자녀라도 부모 중 누구와 함께 살고 싶은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보고 이런 선택권을 최대한 행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자녀들은 부모 눈치를 살피지 않고 솔직한 심정 털어놓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는 법원의 판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집니다.

Q.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고, 법원이 소송 시작부터 일찍 개입해 조정을 권하는 이혼재판 비율이 높아지면 부부의 이혼에 있어 자녀의 선택은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A. 결혼은 두 사람이 좋아서 한 것이지만 이혼은 남편과 아내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자녀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와 결별해야 하는 이해당사자입니다. 그러나 예전의 경우 자녀는 이혼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이면서도 부모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녀도 부모의 이혼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이해당사자라는 점에서 자녀의 권리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자녀의 나이가 어리더라도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부모에게서 벗어나길 희망할 수도 있고, 반대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 밑에서 생활하길 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변화하는 제도에 따라 친권자를 지정할 때 자녀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미성년자 자녀가 직접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부모의 친권을 박탈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할 수도 있게 됩니다.

Q. 자녀의 권리가 강화되는 만큼 비록 이혼 후라 할지라도 부모로써 자식을 돌봐야하는 의무는 더욱 엄격하게 요구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A. 그렇습니다. 가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양육비 지급을 1달간 지연하면 양육비를 내지 않은 부모가 유치장에 갇힐 수 있고, 자녀와 부모가 만나는 절차도 법원이 정한 ‘면접교섭보조인’이 관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부모가 많다, 상대방이 자녀를 만날 수 없도록 면접교섭권을 멋대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참작해 신설된 제도로서 앞으로 자녀 양육비가 제 때 지급되는지, 부모와의 접견 기회(면접교섭권)가 제대로 보장되는지에 대한 법원의 감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Q. 법원이 가사재판 중 ‘조정’을 하면 주로 어떤 것을 하게 됩니까.

A. 조정 절차에서는 재산을 어떻게 분할할지, 자녀의 친권을 누가 행사할지, 자녀 양육은 누가 할지, 양육비 지급은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면접교섭권 행사는 언제 어떻게 할지 등 이혼과 관련하여 분쟁이 생길 수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정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양육비에 대해 정하면서 ‘계좌이체 등 양육비 집행 방식’, ‘학비 등 항목별 지출 주체’, ‘합의사항 불이행 시 후속조치’ 등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정하고, 면접교섭 역시 횟수와 장소․비용부담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정해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반드시 지켜지도록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자녀 권리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Q. 올해 2월 대법원은 아내를 떠나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남편의 이혼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확정 판결한바 있습니다. 남편에게 가정파탄 책임이 있었지만 25년간 떨어져 살면서 결혼생활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재판부는 남편이 별거기간 동안 3명의 아들에게 전세자금과 학비, 생활비 명목으로 총 7억원 이상을 지원했다는 점을 주된 수용 사유로 들었습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판결로 생각됩니다.

A. 많이 달라졌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경제적 약자의 생계가 위협 받는 비극을 막기 위한 목적 등으로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원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유책주의를 지난 50년간 고집해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유책주의를 인정하면서도 경제적 자립을 적극 도와주는 배우자의 이혼까지 막을 이유가 없다는 인식 하에 비록 유책 배우자라도 경제적 배려를 많이 한 경우 예외를 인정한 것입니다. 과거 법원의 이혼재판이 결혼 파탄의 잘잘못을 따져 처벌 또는 응징하는 것에 비중이 실렸다면 지금의 이혼재판은 경제적 실리에 많은 비중이 실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며, 이러한 판결은 사회적 변화는 물론 앞으로의 법원 판결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Q. 지난해 2월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데 이혼에 있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요.

A. 간통죄의 경우는 폐지 된 것이 1년 8개월 정도 됐기 때문에 아직 유의미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간통죄가 있을 때는 형사고소를 하면 취하를 대가로 합의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상간자(바람피운 상대)를 대상으로 직접 위자료 청구소송을 내는 경향입니다. 하지만 위자료는 크게 돈이 안 된다는 인식들 때문인지 요즘은 재산 분할에 힘을 쏟고 있는 예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Q. 어떤 이유가 됐건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혼한 후에는 새로운 신천지가 돌아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물론 이혼하는 사람들은 어떤 새로운 세상보다는 지금 상황이 너무 지옥 같기 때문에 결국 이혼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혼 후 닥치는 문제는 제2의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폭행이나 도박, 바람 등이 아니라면 부부클리닉이라든지 부부 상담 등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보시고, 주변 가족들, 친척들, 종교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 후에 이혼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이혼 시에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 재산분할등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찾아서 경제적인 자립을 하여야 제2의 인생까지 후회하며 살아가는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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