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思母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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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배를 올렸습니다

思母曲 : 백팔배를 올렸습니다

어머니가 아프십니다.
독립군 출신답게 기개와 넉넉함으로 7남매를 품어 기르시던 그 당당한 모습은 간 데 없고, 작고 여윈 모습으로 누워 계십니다.

이제는 망부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표정도 거의 없고, 움직임도 거의 없으신 어머니에게 세배를 드린 그 날, 어쩐 일인지 손을 내미십니다.

꾸덕꾸덕 마른 어머니 손을 잡고 오래 사시라고, 말씀을 드리면서 눈을 맞추는데 문득, 그 옛날 아직도 해뜨지 않은 새벽, 정한수를 떠놓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던 젊은 어머니의 엄숙하고 순결했던 그 표정을 읽었습니다.

그 때 어머니는 매일 새벽을 그렇게 기도로 시작하셨습니다.

그 날 무조건 차를 몰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곳, 신원사 중악단(中嶽壇)으로 갔습니다. 옛날옛날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도처였던 곳이라고 어머니가 자주 가셨던 곳입니다. 계룡산에 있는 신원사는 여느 절과는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대웅전이 아니라 중악단이라고 하는 이 산신각이 중심입니다. 인도에서 온 부처님이 아니라 우리 마음이 뿌리내리고 있는 신성이 깃든 곳입니다. 삼한 시대부터 기도처였다고 하니 그리스로 치면 아테네신전인 거지요.

기댈데 없었던 절망속에서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가 마지막으로 기원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불교를 믿건, 무속을 믿건, 유림들이건 그곳에 가면 기도하게 됩니다. 양명한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도처가 되어 맑은 염원으로 엄숙해진 그곳에서 백팔배를 올렸습니다. 우리 어머니를 도와주십시오, 우리 어머니를 편안하게 해주십시오. 염원이 간절하지 않았는지, 힘은 들고 허벅지는 아픈데 그럴수록 마음은 편안해졌습니다. 어머니가 여기를 왜 좋아했는 지 알 것 같습니다.

그 날 결심했습니다.
매일 여기를 찾아올 수 없으니 여기서 모은 이 깨끗하고 편안한 기운을 잃어버리지 말자고. 젊은 어머니가 어린 우리를 위해 그렇게 했던 것처럼 이제 어머니를 위해 정한수를 떠놓고 매일매일 백팔배를 올려보자고. 이제 나흘 했습니다.

안다고 하기에는 너무 빠르지만 알 것 같습니다.
가장 귀한 유산은 기원하는 마음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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