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불쌍한 입양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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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불쌍한 입양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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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 김동찬 위촉 논설위원 (대학교수) ⓒ뉴스타운

30년 전,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기억하는가? 그 당시, “옥사나 마스터스” 란 사람이 태어났다. 체르노빌 방사능 오염에 의해서 결국 기형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옥사나에겐 없는 것이 많았다. 엄지손가락이 없었다. 나머지 손가락도 물갈퀴같이 서로 붙어 있었다. 콩팥도 하나 없었다. 위장도 일부분이 없었다. 무엇보다 7살짜리 소녀를 품어줄 ‘엄마’가 없었다. 그녀의 엄마가 기형인 옥사나를 버렸기 때문이다. 7살 때의 옥사나의 소원은 딱 2가지였다. “먹고 싶다.” 그리고 “엄마가 보고 싶다”. 뼈를 시리게 하는 슬픔이고 아픔이다.

옥사나가 5살 때 찍은 사진이 어느 잡지에 게재되었다. 1995년 미국 뉴욕, 미혼의 여성 “가이 마스터스”는 잡지에 게재된 우크라이나 소녀 옥사나의 그 흑백사진을 보게 되었다. 언어치료학 교수로 일하던 가이 마스터스는 사진 속 옥사나의 모습에 마음을 뺏겼다. 이후 옥사나 입양을 결심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외국인 입양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옥사나를 찾아오는 가이 마스터스의 사랑에 우크라이나 정부도 감명을 받았다. 마침내 우크라이나 정부는 가이 마스터스에게 옥사나 특별 입양을 허락한다.

가이 마스터스와 함께 미국에 오게 된 옥사나, 하지만 9살이 되된 해, 옥사나는 썩어가는 한쪽 다리를 잘랐다. 그리고 14살에 남은 한쪽 다리마저 잘랐다. 이제 걸을 수 있는 다리가 사라졌다. 두 다리를 잃은 옥사나, 하지만 8년 만에 조정을 배웠다. 22살 때 런던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딴다. 소치 올림픽에서는 스키 크로스 컨추리로 은메달을 탄다. 금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는 손으로 움직이는 사이클 미국 대표로 나왔다. 누구도 할 수 없은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옥사나 마스터스녀가 우크라이나에 그냥 있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겠는가? “가이 마스터스”가 옆에 있는 옥사나와 “가이 마스터스”가 옆에 없는 옥사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완전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6살 난 입양 딸을 학대하다 숨지자 시신을 훼손해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긴급체포 된 양부모와 동거 여성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양아버지 주모(47)씨와 양어머니 A(30)씨, 또 범행을 도운 B(19·여)양등 3명에 대해 살인 및 사체 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주 씨 등은 지난달 28일 밤 11시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자신의 아파트에서 평소 “식탐이 많다”라는 이유로 입양한 딸 주 모(6)양의 온 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17시간 방치했다. 이들은 주 양이 숨진 다음날인 30일 밤 11시쯤 주변 야산으로 시신을 옮겨 불에 태우기도 했다. 이들은 주 양을 암매장한 다음날인 10월 1일 오후 3시 40분쯤 인천 소래포구 축제장에 차를 타고 간 뒤 "딸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허위 신고했지만, 경찰이 축제장 일대의 CCTV를 분석해 애초에 동행하지 않았던 사실을 확인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10년 전부터 동거해온 살인마 주 씨 부부는 3년 전, 지인이 이혼을 하면서 딸을 대신 키워달라는 부탁을 받아 혼인신고를 하고 입양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극악한 범행을 숨기기 위해 친모에게 아이를 축제장에서 잃어버렸다고 알렸고, 그들의 말을 믿은 친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실종 아동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실종된 딸을 애타게 찾고 있다"며 "혼자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도 하기 힘들다"는 안타까운 내용을 올렸다. 살인마 주 씨 부부는 결국 지인의 딸을 살해하고 거기에 더하여 딸은 잃은 불쌍한 친모에게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실체를 알아 가면 알아갈 수록, 이들 살인마 주 씨 부부의 극악함에 치가 떨린다.

가이 마스터스를 만남으로 인해 빛의 인생을 경험하게 된 우크라이나의 옥사나, 이에 반하여 살인마 주 씨 부부를 만나 어둠속에서 참혹하게 쓸쓸히 죽어간 대한민국의 불쌍한 어린이. 이번 사건을 단순히 어느 가정에서 일어난 개인적 사건으로 무심하게 여긴다면 앞으로 또 발생할지도 모를 이와 유사한 형태의 입양 아동 학대 사건에, 우리들이 또 한명의 공범이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결코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된다. 철저한 수사와 함께 대한민국 입양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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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올이 2016-10-05 18:56:16
아동학대를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게하려면 지금의 유아원 양육 제도와 더불어 사회 공동육아방식의 시스템으로 바뀌어 져야 합니다.여기서 각가정에 처한 양육의 빈곤 문제도 고민해 볼수 잇고,이런 아동학대도 감지 하고 해서 개인이 아이를 키우는것이 아닌 사회가 아이를 키우는방식 이 되야 한다 봅니다.이렇게 하면 지금의 저출산 문제도 함게 극복할수 잇는 계기도 될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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