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환영만찬, 만나자 통하는 남북 청소년
북측 환영만찬, 만나자 통하는 남북 청소년
  • 연합뉴스
  • 승인 2003.03.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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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청소년적십자 우정의 나무 심기' 행사 앞둔 만남서

(금강산=연합뉴스) 이충원기자 = "넌 졸업하면 뭘 할 거니?" "난 가수가 될 거야"

분단 이후 50여 년만에 처음 만난 남북 청소년들이 친해지는 데에는 10여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2일 오전 '남북 청소년적십자 우정의 나무 심기' 행사를 앞두고 21일 오후 8시께 북측 금강산여관에서 열린 북측 환영만찬에서 처음 만난 남북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다소 쑥스러워 하는 분위기였으나 곧 바로 허물없이 친해졌다.

북측 청소년들은 대부분 붉은색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라는 마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일렬로 서서 여관 현관에서 남측 친구들을 맞이했다.

'반가워'라는 말과 함께 나눈 악수도 처음에는 다소 어색한 느낌이었다.

여관 2층 한 방에 푸짐한 음식이 차려진 식탁에 나눠 앉은 청소년들은 남북 단장의 만찬사를 듣고난 뒤 서로 이름을 알려주고 나서도 한동안 서먹서먹한 분위기릂풀지 못했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북측 아이들이었다.

"촛불시위할 때 가봤니?"
여중생 압사사고 현장인 경기도 의정부에서 온 이상화(15.의정부여중 3년)양은 같은 식탁에 앉았던 최 향(12)양과 조철범(12)군의 질문을 받고 "가봤다"고 말했다.

촛불시위나 이라크전에 대한 얘기가 잠깐 오갔지만 화제는 금방 학교 생활이나 취미로 넘어갔고 어느 덧 향이는 상화가 딴 곳을 쳐다보면 옆구리를 쿡 쿡 찌르며 "언니, 언니"라고 부르는가 하면 나즈막히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서상현(17.부산 성지공고 2년)군은 같은 식탁에 앉은 한목란(20.김일성대 역사학부) '누나'가 말로만 듣던 김일성대에 다닌다거나 나이가 어린 리설주(11)양이 생각이 깊어 보인다는 사실에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붉은 악마들이 자발적으로 그렇게 많이 모인 게 보기 좋더라"는 말을 듣고 으쓱해했다.

어색한 장면도 있었다.

촛불시위 장면을 TV에서 봤다는 북측 청소년들에게 남쪽 장재혁(23.대구 계명대 재료공학 2년)씨가 "드라마도 보느냐?"고 묻자 "드..그게 뭐죠?"라는 묻기도 했다.

서슬기(20.울산과학대 간호학부 2년)씨를 비롯한 남측 학생들은 방북에 앞서 '방북교육'을 받을 때 "가능한 정치적인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기때문에 궁금한 게 있어도 별로 질문하지 못했다며 답답해했다.

남북 청소년들은 2시간여의 만찬이 끝난 뒤 여관 현관에서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으며 22일 만남을 고대하며 잠을 청했다. (끝) 2003/03/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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