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남편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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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남편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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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분비물과 질염

백화점에서 판매사원으로 근무하는 G씨. 하루종일 서서 근무하는데다 요즘엔 상사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겹쳐서 건강상태가 말이 아니다.

“아무리 휴일날 하루 종일 쉬어도 도대체 피로가 풀리지 않아요. 원래 생리가 불규칙했는데 요즘 들어 더 심해졌어요. 한 달 전부터는 하얀 비지 같은 대하가 나오면서 거기가 가려워 견딜 수가 없네요. 비뇨기과에 몇 번 가긴 했는데, 그 때뿐이에요. 도로 가렵고 가렵고 그래요.”
“예, 봐 드릴테니까 시간 맞춰 나오세요.”

다음 휴일날 찾아오겠다며 전화로 먼저 예약을 한 그녀. 근데 한의원에 왔을 때 유난히 풀이 죽은 얼굴이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그녀가 진찰대 위로 누우며 힘없이 말했다.

“질 분비물이 너무 많이 나오고 가려우니까, 갑자기 남편이 의심되더라구요. 이 남자가 혹시 바깥에서 바람 피우고 나한테 몹쓸 병을 옮긴 거나 아닌가 하구요. 정말 임질 같은 것에 걸린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서 대판 싸우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시 해봤는데, 그냥 피로가 겹쳐서 냉이 심한 것 뿐이라고 하네요.”

그녀는 남편한테 너무 심하게 다그친 게 못내 미안한 표정이었다.

보통 임질에 걸리면 갑자기 분비물이 많아지고 음부가 가렵다. 그러나 피곤하거나 몸이 허약해져 있을 때도 분비물은 늘어난다. 이 때는 며칠 간 제대로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이 회복되면 별 문제 없다.

그녀처럼 갑자기 대하가 심해진 주부들이 흔히 남편을 의심하게 된다. 성병의 일종인 ‘임질’에 걸리면 분비물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외음부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렵기 때문이다.

원래 여성의 성기 점막에서는 어느 정도의 분비물이 항상 나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질 내벽을 촉촉하게 유지해주고 외부로부터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 정도의 분비물은 ‘생리적 대하(生理的 帶下)’라고 해서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으로 본다.

그러나 이 분비물의 양이 너무 많아져 성기 바깥 쪽까지 오염시킬 정도로 흘러나오면 병적인 현상으로 본다. 이를 의학 용어로 하자먼 ‘병적 대하(病的 帶下)’.

한방에서는 대하의 색깔에 따라 백, 황, 적, 청, 흑의 다섯 가지 색깔의 대하로 분류하는데,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백대하와 황대하다. 흰색 대하는 자궁경관염과 질염에 걸린 경우에 많이 나타나고, 황대하는 화농균에 의한 성기 염증에 걸렸을 때 많이 나타난다.

그녀의 생혈액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관찰해본 결과, 피가 노폐물로 혼탁해져 있고 어혈이 극심했다. 그리고 기가 아주 약해 기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징표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러니 저항력이 떨어져 세균들이 기세를 떨치는 건 당연한 일.

위에서도 말했듯 질 내에는 항상 분비물이 존재하고, 그 안에 세균도 존재한다. 그런데 몸이 너무 피로하거나 병에 걸린 상태라면 질 내부의 저항력이 크게 떨어져 세균이 갑자기 번식하게 되고, 그 때문에 염증까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그녀는 질 근처가 너무 따끔거리고 아파서 이번에 싸우기 전까지는 남편과의 잠자리도 두려웠단다. 아프고 쓰라릴까봐서. 나이는 30대 중반인데, 벌써부터 몸이 왜 이러나 싶어 절망했단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약해져서 일터에 나가도 매사에 의욕이 없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상사가 잔소리라도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분비물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던 참이었다.

분비물이 심해지면 질 내의 세균이 크게 번식해서 가려움증과 악취를 동반하게 된다. 이런 경우 항생제를 이용해 세균을 죽이는 것보다는, 질 내의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음부에 염증이 생기는 것도 곰팡이의 일종으로 본다. 곰팡이가 서식하는 데 필요한 3대 조건이 있다. 바로 습도, 온도, 양분.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없애주어도 곰팡이는 살지 못하게 된다.

한방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대하의 원인은 습열(濕熱)과 습담(濕痰)이다. 즉 웅덩이에 고인 물(濕)에 열과 담이 더해져 세균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치료 원칙은 당연히 조습화담(燥濕化痰), 즉 이 습한 기운을 말리고 담을 없애는 치료를 위주로 한다.

그녀의 경우, 자궁과 신장의 기능을 보강하여 몸 자체의 저항력을 높여주면서 조습화담 효과가 있는 약을 처방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엔 한방 좌욕제제인 ‘은하수’로 좌욕만 해도 쉽게 낫지만, 그녀는 증상이 심각했기 때문에 약침까지 놓아야 했다. 약침이란 경혈에 한방 약물을 주사하는 것. 일반 침은 경혈을 자극하는 선에서 그치지만 약침은 경혈에 직접 약물이 투입되기 때문에 훨씬 효과가 빠르다.

“선생님, 팬티가 뽀송뽀송해져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남편과도 사이가 좋아졌어요. 고맙습니다.”

일주일에 2-3회씩 한의원에 와서 꾸준히 치료를 받던 그녀가 반가운 전화를 걸어왔다. 치료를 시작한 지 6주만의 일이었다.

“축하해요. 그나저나 바깥 분 억울하게 누명 씌운 건 잘 풀어주셨나요?”
“글쎄요. 매일 기분 좋은 밤을 보내는 걸로 충분한 포상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목소리에 생기가 넘쳐흘렀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치료하면 이렇게 사람이 달라지는 것을, 그녀가 좀 미리 깨달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일반적으로 음부의 가려움증은 소녀, 임신부, 노인, 당뇨병 환자 등 피부저항이 약한 사람에게서 발생하기 쉽다. 항생제 치료를 받다가 소화기능까지 안 좋아져서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3일 정도 치료 받으면 가라앉았다가 10일 지나면 다시 재발하고, 또 재발하고…….

한방과 양방의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치료의 대상’이다. 양방에서는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 그 자체를 없애는 데 관심을 갖지만, 한방에서는 병의 원인을 없애주는 데 관심을 갖는다.

물론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강력한 균이라면 양방적 치료가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냉대하나 질염, 가려움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세균이 필요 이상으로 번식하지 못하도록 음부의 환경을 바꿔주는 일이다.

웅덩이에 더러운 물이 고여 악취가 나고 여러 가지 세균과 해충이 번식할 때, 효과가 강력한 소독약과 살충제를 써서 그 세균과 해충들을 죽이는 것이 바로 양방적인 대증요법이다.

한의학적 치료 방법은 이와 정 반대다. 애초에 웅덩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되 웅덩이가 이미 생기기 시작했을 경우에는 더러운 물이 고이지 않도록 하고, 또 벌써 더러운 물이 고여서 세균과 해충들이 번식하고 있을 때라면 그 웅덩이의 물을 말려서 그 세균과 해충들이 살아갈 환경을 없애주는 것이.
따라서 시간은 걸릴지라도 특히 여성병의 경우는 예방이나 원인치료, 재발방지에 중점을 두는 한의학적 치료법이 효과적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한의학을 ‘여성친화적인 의학’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에 가장 친화적인 태도를 보여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평소 분비물의 양과 상태를 점검해 두도록 하자. 질 부위의 분비물을 손으로 찍어 냄새를 맡아보고, 팬티에 묻은 색깔을 관찰해 기록해 둔다. 그렇게 평소 건강할 때의 분비물의 양상을 기록해두면, 분비물에 약간 이상이 있을 때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분비물의 양과 색깔이 심상치 않다면?

곧바로 비뇨기과나 산부인과로 달려가 검사를 받을 것. 혹시 당신이 미혼이라고 해서 이상한 눈으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당당히’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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