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박람회장을 찾은 노무현 대통령이 쌀밥을 먹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6일 서울 COEX에서 열리고 있는 '2005 서울 쌀박람회 및 발효식품전시회'를 방문했다.
기자가 당시 현장에 없어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언론보도를 보면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고품질인 '탑라이스'로 만든 쌀밥을 시식하면서 반찬도 없이 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는 연신 "맛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기자는 여기서 대통령이 박람회에 가서 무엇을 보았는지, 또는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박람회에 동석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쌀 협상 비준 동의안의 국회 통과 후 쌀시장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근심을 다독이겠다"는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지금 농촌의 상황이 어떠한가. 정부의 수입정책과 잘못된 농업정책으로 농민들은 이미 살아야 할 희망을 버린 지 오래다. 이미 3명의 농민이 농촌의 현실을 비관하며 아까운 목숨을 끊었고 쌀협상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농민들의 위기의식은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서울 농민대회에 참석했던 한 농민(전용철 씨)이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생긴 부상으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직까지 경찰과 농민단체 간에 사인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불법 폭력시위 논란도 있지만 엄연히 이는 국가 공권력에 의해 발생한 불행한 사건이다.
물론 공권력을 무기력시키는 불법시위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번 일을 "불법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하나의 일"이라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농촌은 한마디로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며칠 전 올해 쌀 생산량이 3,311만석으로 작년에 비해 4.6%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태풍 『매미』와 이상저온현상 등의 기상재해가 심했던 지난 2003년 3,091만석을 제외하면 1996년 이래 최저생산량이다.
농촌 곳곳의 시청과 군청 등 관공서에는 농민들이 쌓아놓은 쌀가마가 불타오르고, 농민들은 농기계를 몰고 고속도로와 국도 등을 점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터진 전용철 씨의 죽음은 농민들을 더욱 비탄에 빠뜨리게 했다. "농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는 한 농민의 말처럼 농민도 이 나라 국민이다.
이러한 국민을 생각하고 바른 정책을 펴야 할 임무가 바로 대통령의 역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줄곧 자신을 농민의 아들이라고 강조하고 다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대통령은 늘 농민을 생각하고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 나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다녔다.
하지만 진정으로 농촌을 생각하고 농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었다면 박람회장 방문에 앞서 실패한 농업정책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 되었어야 했다.
농민들은 오히려 쌀 박람회장에서 반찬 하나 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뒤 "대단한 일을 했다"고 농민을 치켜세운 뻔뻔한 대통령보다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위로의 말 한마디 해주는 솔직한 대통령을 보고싶어 했던 건 아닐까.
재벌 총수 딸의 사인이 사고냐 자살이냐는 것은 뉴스거리가 돼도 농민들의 죽음과 농촌의 현실은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는 세상, 이 현실의 중심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서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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