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정원을 생각할 때 가상(家相)에서는 뜰 안에 큰 나무가 있는 것을 꺼린다. 그런데 서북방에 있는 거목은 일단 수십 년간 그 자리에 자라 온 것이라면 집 가까이 있다 해도 베서는 안된다. 서북쪽의 큰 나무는 목정(木精)이 있어서 그 집을 지키고 행복을 주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함부로 베면 주인에게 변괴가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 민간신앙에는 오래된 나무에는 신령이 깃들어 있어 베는 것은 고사하고 상하지 못하게 했으며 금줄을 치고 제를 올리고 염원을 빌기도 했다.
어쨌든 집의 북서쪽에 큰 나무가 있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상은 가상의 발상지인 중국의 기후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중심지인 황하유역에는 겨울이 되면 강한 북서풍을 타고 내몽고 방면에서 황진이 덮어온다. 부드러운 흙이 바람에 날려 하늘로 오르면 기류를 타고 엄습해 오는 흙먼지, 즉 황사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 황사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밀려올 정도로 높이 치솟아 이동, 며칠씩 해를 가릴 만큼 맹위를 떨치며 식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해를 입힌다. 그런데 집의 북서쪽에 큰 나무가 버티고 있으면 북서풍은 물론 황진도 막아준다.
우리나라의 기상조건도 잘 따져보면 중국의 상황과 비슷한 데가 있다. 여름철 가장 해가 긴 하지(夏至)때 해는 북서쪽으로 기울며 서향집을 괴롭힌다. 또 겨울철에는 제일 춥고 무서운 바람이 북서풍이다. 비석이나 탑들도 북서쪽 부분이 먼저 망가지는 것을 보면 돌멩이도 북서쪽의 계절풍이나 찬 기운에는 견디어내지 못한다는 증거다.
그런데 주택의 북서쪽에 큰 나무가 버티고 서 있으면 여름에는 뜨거운 저녁 해를 가려주고 겨울에는 혹심한 삭풍을 막아 주는 것이다. 냉난방이 요즘처럼 잘되어 있지 않은 옛날에 거목의 고마움이 어떠했겠는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기상 조건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면 비록 현대식 가옥이라 해도 옛 조상의 경고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김호년 선생의 우리강산 풍수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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