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천뒤서 훌훌 벗어던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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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천뒤서 훌훌 벗어던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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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도우댄스

술집 풍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무심한 나이때문에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못하니 누구를 원망하랴. 60년대 뽕짝 리듬에 젓가락 장단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고, 따뜻한 정종 한잔에 충청도 아줌마를 불렀던 무교동 선술집들은 도심속의 유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오부리(노래값)5,000원에 마이크 잡고 똥폼이라도 부려 볼 수 있었던 스탠드 바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40∼50대 아줌마 아저씨. 이제 이런 것들이 젊은 세대들이 만들어낸 21세기의 풍경속에서 그 색깔을 하나 둘씩 잃어가고 있다.

혹시 이런 향수를 그리워하는 중년의 주당들이 있다면 지금 강남땅에서 유행하는 ‘새도우댄스’를 아실랑가 모르겠네요. 술이 거나한 젊은이들이 많이 즐긴다는 새도우댄스는 무희들이 아닌 손님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일단 새도우댄스를 구경하실라치면 잠 잘 생각은 말아야 한다. 이 행사는 주로 새벽 2∼3시경이 돼야 본격적인 무대가 열리기 시작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많이 알면 재미 없을테고 잠깐 입맛만 보여 줄테니 결정판은 직접 체험하시기 바람(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감남구 역삼동 소재 00나이트. 어디선가 1차로 소주한잔씩 걸친 쌍쌍의 남녀가 줄기차게 발을 들여 놓는다. 10시도 채 안돼 수백평되는 홀은 만원을 이루었고 웨이트 들의 발길이 바쁘다. 부킹인가 뭔가 때문인지 여자손님을 끌어다 남자들 자리에 앉히고 가냘픈 세종대왕 팁 한장에 웨이터 김남일이 허리가 꺾어지라고 인사를 한다(이 정도는 흔히 있는 풍경임).

요란한 음악에 사지가 분리될 듯 몸을 흔들어대더니, 나즈막한 음악이 나오자 이름도 성도 모르는 남녀가 심장과 거시기를 밀착시킨채 연신 뭐라고 귀속말로 속삭이고 있다(보통 이럴때 작업이 많이 들어간다고함). 가끔 중간 중간에 TV에서 봤던 가수와 탤런트들이 자신의 노래 한 두곡을 들려주기도 하고, 개그맨 같은 각설이가 개그를 부리며 손님들에게서 배추잎을 긁어 모은다. 이러다 보면 시계는 어김없이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곤두박질 치고 주거니 받거니 한 술기운은 최고에 달한다.

새벽 1시가 돼가면서 부터는 야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해 2시가 되면 이른바 새도우댄스가 시작된다. 사회자의 말에 따라 무대에 흰천이 내리지고 새도우댄스를 즐길 지원자들이 대거 무대뒤로 나간다. 1등하면 상금도 주어진다. 그냥추는 춤이 아니다. 마치 3류 술집에서 스트립걸들이나 할 수 있는 그런 동작을 흰천 뒤에서 손님들이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음악에 따라 율동을 하게되고 율동에 가속도가 붙으면 걸치고 있는 옷을 하나 둘씩 벗어 던진다. 흰천뒤로 비치는 그림자같은 그 동작을 자리에서 보고 있노라면 심장뛰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릴 정도다. 싸이즈별로 행위별로 제각각이다보니 상상도 제멋대로다. 씩씩한 선수들은 홀랑 벗기 까지 하니 아지매 아저씨들 연신 궁뎅이를 비쭉거리는 것은 당연한 일.

웃기는 것은 새도우댄스 지원자 중에는 남자보다 여자, 그것도 젊은 아가씨들이 더 많다니 귀신도 놀랄 일이 아니겠는가. 실제 젊은층에서는 누가 더 많이 벗느냐는 내기를 걸어 3차 약속까지 받아낸다는 것이 웨이트들의 귀뜀이다. 궁금하면 지금한번 가보시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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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2005-10-26 12:59:59
진짜 골때리네요. 적절한 묘사 엔돌핀이 돋네요.

주당2 2005-10-26 17:56:49
이거 뭐 TV연속극도 아니고....
감질나게 [계속]이 뭐요? 확 한꺼번에 쓰시오.
새도우댄스 처럼 감질만 나게하고......

주선 2005-10-27 17:11:29
주포스맨들이여~
"새도우 댄스"에서 주거뻔지자...ㅋㅋㅋ

김삿갓 2005-11-07 17:37:27
그냥 스쳐가려고 했는데 진짜 술맛나게 글을 쓰는 군요. 당신 나하고 한잔 합시다. 다 읽어보니 골때리는 세상이구면.우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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