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장터-2
스크롤 이동 상태바
새벽 장터-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호는 쉽게 그 대상을 고르지 못해서 기다리고 있다. 소를 판 농부들은 목돈을 만지게 되어 가족들에게 좋은 선물을 사주려고 시장을 배회하게 되고 도적놈들은 그러한 농부의 목돈을 도적질하기 위해 늘 노리고 있다.

광부들은 적은 돈을 가지고 있었지만 늘 조심을 해서 농부들의 돈을 훔치는 것이 더 쉬웠다. 그런 것이 연유가 되어서 늘 당하고 사는 것이 농부들이다. 농부의 아낙네들 역시 장날에 생필품을 사러 몰려들었고 주급을 받은 광부들은 막걸리를 한잔하기 위해서 시장에 모여들어 언제나 흥청거렸다.

파장이 되면 술이 취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들이 많다. 아낙들이 머리에 보퉁이를 이고 혼자 가는 것이 무서워 뒤를 따른다. 고등어, 미역, 간수, 고무신, 실타래 같은 생필품을 갖고 간다.

공동묘지는 장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여러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심심하지 않게 나타나는 도적놈의 출현과 우발적 사고가 늘 있다. 파출소에서는 우범 지역이라고 하여 신경을 쓰지만 범죄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님의 금기 사항인 강간범이 있었다. 목이 잘린 시체도 보았다는 헛소문도 있었다. 노름판 돈을 잃어 버렸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꼬리를 물고 다녔다. 주급을 받는 광부들의 적은 돈도 늘 도적놈들의 표적이 되었다. 손에 든 것은 무엇이든 빼앗겨서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공동묘지 앞을 지나치려고 하지만 늘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순경은 장날이 더 바빠서 순찰을 돌 시간이 없다. 공동묘지 말고도 순찰을 돌아 볼 곳이 많기 때문이다. 언제나 뒷소문이 나면 이야기의 주인공을 불러 닦달을 했다. “조심을 했어야지, 당신이 한 짓을 알고 있다. 바른 데로 말하라,” 양편 모두에게 다른 소리로 말했다.

밤새워 기다리던 작부는 면장 아들과 해장국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광호의 눈에서 증오의 불빛이 일었다. 돈을 빨리 구해야 하겠다는 생각만을 했다. 기다리기가 지겨워 끝장을 내야 한다. 돈만 있으면 면장 아들보다 못한 게 없다. 작부를 면장 아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빨리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광호는 조급해졌다.

그 날이 오늘이라는 생각이 깊어졌다. 생각하고 보니 마침 오늘이 장날이다. 그 일을 오늘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불탔다. 할머니가 말하는 살이 낀 놈이라는 말을 믿고 싶지 안았다. 그것은 무당에게 할머니가 빌미를 잡혔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꼭 돈 많은 자를 골라 일을 성공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작부에게 왜 대낮을 좋아하는지 물어 봤었다. 빨간 양산을 쓰는 재미에 대낮이 좋다는 것이다. 땡볕에서 어머니처럼 일을 안 해봐서 그런 소리를 한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 하루 종일 밭에서 호미로 땅을 찍었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생길수록 더욱 열심히 감자밭과 고구마 밭, 오이 밭, 호박밭을 닥치는 대로 찍어 댔다. 자식들이 속을 썩이는 날이면 더욱 큰 소리가 나게 호미로 땅을 찍었다.

어머니의 얼굴은 늘 검은 구리 빛이다. 햇빛 나는 대낮을 좋아하는 작부는 햇빛에 얼굴을 쏘이지 않아서 박 덩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어머니의 얼굴과 작부의 얼굴은 흑인과 백인의 차이처럼 차이가 났다. 어머니는 엉덩이가 크고 입이 큰 년은 남편을 잡아먹는다고 했다.

작부는 큰 엉덩이로 남자를 유혹하고 매일 술집에 앉아 조잘대며 남자들에게 수작을 부린다. 마이크를 잡고 열창을 한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늘 동백 아가시다. 노래를 그것 밖에는 모르는지 언제나 동백꽃 타령이다.

그리고 술이 취하면 가진 아양으로 광부와 농부들을 유혹한다. 광부들이 따라 주는 술 한 잔을 얻어먹고, 돈을 좋아하며 경박하게 웃어댄다. 작부라는 말이 마을 앞에 있는 정자나무 밑에서 나 온지 오래되어서 이제 그것이 화제조차 되지 못했다. 광호는 왜 그런 작부에 미쳤는지 모르지만…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