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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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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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묘지 주위에는 손가락만 한 지렁이와 두꺼비가 소리 없이 움직인다. 몽달귀신 소리도 빗소리와 어울려 더 큰 소리를 낸다.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광호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갈팡질팡했다. 대낮에 그 일을 하기가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오가는 속에서 그 일을 하는 것은 스릴이 있지만 위험하다. 일을 저지른 후에 금방 그 일이 알려지면 영화 속의 도망자처럼 되어 피해 다녀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알아보기 때문에 갈곳이 없어진다.

갈곳이 없는 자는 방랑자가 된다. 방랑자는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아 다녀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아이 같은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낮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속에서, 그 일을 해서 서부의 영화에 나오는 두목처럼 되고 싶기도 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 그 일을 멋있게 하고 싶기도 했다.

작부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광호는 완전히 정신이 나 갔다. 장소는 공동묘지로 하기로 결심했다. 사람들의 인적이 드물고 혼자서 못된 짓을 하기도 매우 좋다. 묘지에는 늘 죽은 자들의 혼령이 있다.

죄가 많은 자일수록 더 무서워한다. 그런 약점을 노리기로 했다. 그래서 사고 칠 장소를 사전에 답사하기로 했다. 공동묘지에는 달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무 이파리마다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윤기와 반대편의 검은 그늘이 조화를 이루어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달빛이 있는 날 공동묘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서운 곳이다. 귀신이 나온다고 생각해서다.

묘지의 비석이 은빛을 내며 우뚝우뚝 선 자리마다 혼령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산발을 한 몽달 귀신도 보이고 홍역을 치르다 죽은 아이의 애청에서 튀어나온 귀신도 덩달아 같이 춤을 추는 것 같아 섬뜩했다.

검은 숲이 달빛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더욱 스산하고 무서웠다. 마음을 굳게 가지면 가질수록 귀신은 점점 달라붙는 것 같아서 광호는 몸을 움 추렸다. 잘못 모신 조상 귀신이 여기 저기에서 못 잡아먹어 아우성이다. 사람들이 그래서 모두들 공동묘지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심리적으로 공동묘지 앞을 빨리 벗어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더욱 초조해지고 무서워지는 것이 사람이다.

작부는 늘 그래서 공동 묘지를 앞을 지나갈 때마다 면장 아들을 앞장세웠다. 사람들은 공동묘지가 싫어서 술을 마시다가도, 화냥질을 하다가도 밤이 되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공동묘지 앞을 지나가는 것이 무서워서다.

광호는 묘지 위에 앉아서 무서움을 피하려고 소주를 마셨다. 달빛이 시커먼 그림자를 만들었다. 부엉이가 소리를 내고, 갈대 숲이 바람에 흔들리며, 귀신 소리를 냈다. 묘지를 벗어나 더 위쪽으로 가면 험한 숫돌 고개가 있다. 숫돌을 캐던 자리는 달빛 속에서 커다란 공룡의 입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그곳에는 귀신과 들꽃과 독사가 함께 살고 있었다. 철쭉꽃이 곱게 피는 봄날엔 미친년이 우는소리가 나서 대낮에도 숨을 죽이고 지나가는 곳이다. 광호는 묘지에서 바라다 보이는 숫돌 고개가 더 무섭게 느껴져 소주병을 입에 대고 병나발을 불었다.

묘지 옆에 큰 소나무가 있다. 그 주위에 작은 나무들이 함께 서 있다. 사람들이 울긋불긋한 금줄을 매 놓았다. 작은 돌을 정성껏 싸 놓고 절을 하기도 하는 장소다. 흉기를 감추어 두기에 적합해 보였다. 소나무 밑은 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진다. 어둠 속에 숨어서 사람을 기다리는 곳으로 적합해 보였다. 광호는 그 곳에서 일을 하기로 정했다.

범행 장소를 사전 답사하고 밤늦게까지 작부를 기다렸지만 종내 나타나지 않았다. 멀리서 방아 소리와 새벽닭이 우는소리가 들렸다.

“에이 더러워서, 그년 은 어디서 무얼 하는 거냐, 만나기만 해봐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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