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벗고 살면 참 좋을 것만 같아
(67) 벗고 살면 참 좋을 것만 같아
  • 박정수 소설가
  • 승인 2005.10.07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지는 훈이의 옆자리에 앉아 집에서 가지고 온 귤을 까서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훈이가 좋아하는 식혜를 종이컵에 따라서 마시게 했다. 맛있다며 받아먹는 훈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차는 해가 질 무렵에 강원도 속초에 도착했다. 훈이의 여름 휴가기간에 하룻밤 같이 지냈던 콘도는 언제나 예약하면 쓸 수 있었다. 방이 넓고 깨끗한데다가 바다를 끼고 있었다. 늦은 겨울이라서 콘도는 복잡하지 않았다. 짐을 콘도에 두고 두 사람은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고 있었다. 연지는 ‘오늘이 제일 행복한 날이다’ 하고 고함을 질러댔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니 너무나 좋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좋으니?”

훈이의 물음에 연지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정말 행복해요. 언제까지고 이렇게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보통이 아니던데?”
“그 얘기는 하지 말아요. 당신과 있는 순간이 너무 행복해요. 이제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으려 여행 온 거니까.”
“아무런 준비도 아직 되어 있지 않아. 당신과 내가 잘 방 한 칸도 없어.”
“방이 없어도 돼요. 당신의 마음이 중요한 거지.”
“마음이라. 이미 내 마음을 당신은 가져가지 않았소?”
“그럼, 내가 하자는 대로 할 용기가 있어요?”

연지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훈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언제든지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하지 않았소. 지금 심정으로는 당신과 함께 돌아오지 못할 먼 곳으로 갔으면 싶소.”

훈이는 연지의 손을 꽉 잡았다.

“죽을 용기라도 갖고 있다는 말인가요.”
“물론. 집에 가 보았자 밥을 같이 먹자는 사람도 없고 당신과 살자니 돈은 없고, 사면초가야. 거기다가 당신 남편까지 의심하기 시작했으니 살맛이 없어. 오죽하면 어저께 한강에 빠져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어.”
“나도요. 우리 만난 지 오늘이 칠년이 되는 날이에요. 생각나요?”
“그렇게 됐나?”
“그럼요. 우리는 칠년 사이에 남보다 더 많은 사랑을 했어요. 섹스도 남들이 평생할 것을 칠년에 다 했고, 남들이 평생 여행을 다닌 만큼 칠년 동안 가보지 않은 데가 없잖아요. 저는 조금도 후회 없어요. 지금 죽어도 한이 없는데 꼭 당신에게 해 드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요. 내 손으로 밥을 지어 당신에게 드리고 싶었어요. 당신의 집에 가서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지어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먹고 싶었거던요. 당신이 조금만 기다려라 한 것이 칠년이 됐어요. 아파트에 들어가면 창문에 달 커튼도, 침대보도 예전에 준비해 두었는데 칠년이 지나니 쓸모가 없게 됐지 뭐예요. 더 있어 보았자 침대보가 필요 없을 것 같아 헌옷 버리는 통에 버렸어요.”

연지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그랬구나!”

“남편에게 속아 살아온 인생을 그나마도 당신이 있어서 행복해요. 당신이 없었더라면 내가 지금까지 있었을까 하고 밤새도록 생각할 때도 있었고요. 고마워요.”

연지는 양미간의 눈썹을 치켜 올리며 훈이의 목에 두 팔을 감쌌다.

“고맙기는, 내가 해야 할 말을 당신이 하는 군. 솔직히 말해서 어저께 당신 남편의 전화를 받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 이제는 당신을 못 만나면 살아야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지. 당신과 하루를 행복하게 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여행가자기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고마워.”

한동안 얼굴을 포개고 입속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침이 턱까지 묻어날 때까지 떨어질 줄 몰랐다.

“우리 콘도로 돌아가요.”

연지는 손등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훈이의 가슴을 떠다밀었다. 콘도로 돌아온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알몸으로 이 방 저 방을 옮겨 다녔다. 서울에서 올 때 가지고 온 반찬과 쌀을 씻어 밥을 짓는 사이에 침대에서 뒹굴기도 하고 입술을 빨며 사랑을 확인했다.

“밥 타요.”

연지는 벌떡 일어나 밥을 내리고 찌개를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다시 훈이의 가슴에 안겼다. 연지를 안고 있으니 배가 고픈 줄을 몰랐다. 연지이가 쌈장을 만드는 사이에 훈이는 상추를 씻었다. 밥그릇이 있었지만 냄비체로 상 위에 올려놓고 연지이가 쌈을 싸주는 대로 큰 입을 벌리고 받아먹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처럼 맛있는 저녁은 처음 먹어 본다며 훈이는 좋아 어쩔 줄 몰랐다.

“얼마나 해 드리고 싶었던 밥인지 아세요. 밥을 하는 것도 행복하고 당신이 받아먹는 모습을 보니 너무 행복해요.”
“나도!”

밥을 먹자마자 침대에 들어 누웠다.

“벗고 살면 참 좋을 것만 같아. 하나도 숨기지 않고 말이야.”
“그러게요. 거짓이라고는 하나도 없잖아요. 숨기는 것도 없고요.”
“맞아. 있는 그대로 말이야. 당신의 젖가슴에 팩을 넣어 유방이 크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으니까.”

[계속]

 


핫이슈포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성재영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온종림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