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어 정권교체의 꿈을 이루었으나, 미얀마의 현행 헌법 규정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어 ‘현대 미얀마 판 수렴청정(대리정치)’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얀마의 새 의회 소집이 오는 2월 1일로 다가왔다. 새 의회에서는 의원들의 투표로 NLD가 옹립하는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지만 헌법상 외국 국적의 가족이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어, 영국 국적의 아들을 두고 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는 어쩔 수 없이 ‘수렴청정, 즉 대리 정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수렴청정(垂簾聽政)’이란 과 왕조시대에 나이 어린 임금이 왕위에 올랐을 때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왕의 뒤에 발을 치고 대신 정사를 돌보는 것을 뜻한다. 즉 어린 왕 대신 하는 ‘대리정치’이다.
NLD를 이끌어온 아웅산 수치가 새로운 정권의 ‘실질적 지분을 가지고 수치 정치’를 할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헌법상의 걸림돌로 가장 수치 여사와 의사소통이 잘 되는 인물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그를 통해 요직이 없는 수치 여사가 그동안 꿈꾸어 오던 이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새 의회 소집이 임박했는데도 미얀마의 차기 내각 구성 인물들에 대한 베일에 싸여 있어 그 실체가 주목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수치 여사가 대통령 자격을 없게 한 헌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방안도 이야기 되고 있지만, 상하 양원에서 필요한 절차가 지금까지 제대로 취해지지 않은 채로 현재의 의회는 1월 30일로 임기를 만료한다.
아웅산 수치 여사는 ‘대통령을 뛰어 넘는 존재’로서 실권 장악을 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의향대로 움직여줄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그러한 인물이 새 대통령이 된 후, 새로운 의회가 개원된 후 헌법 개정을 통해 자신의 대통령 취임의 길을 열어 가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과거 국방부 장관직을 수행했던 국군 출신 ‘세인 윈’ NLD 고문과 수치 여사의 주치의의 이름들도 거론되고 있다. 세인 윈 고문은 고령, 주치의 등의 다른 인물도 정치적 수완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이다. 물론 이들 모두 수치 여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수치 여사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아웅산 수치 여사는 우선 의회에서 권한을 가지는 하원의장이나 대외적인 지명도가 있는 외교장관에 취임할 것이라는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하원의장에는 NLD의 다른 간부가 물망에 오르고 있고, 외교장관도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하위인데다 실제로 공무집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점에서 ‘헌법 개정’을 통한 대통령의 길을 여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한편, 아웅산 수치 정권은 실제 국정 운영에 있어서 소수민족과의 융화를 중시하고, NLD는 현재의 여당 군부계열의 연방단결발전당(USDP)와 소수민족 정당에서 상원, 하원 양원의 부의장 등을 기용하겠다며 인사 탕평책을 쓰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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