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루블화’가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목인 유가 하락이 지속되는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서방국들의 대(對)러시아 제재의 효과 등으로 러시아 경제가 되살아날 기미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고유가의 즐거움을 톡톡히 보면서 한 때 살아나려는 듯한 러시아 경제가 자국 통화인 ‘루블화’마저 하락을 거듭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지금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부추기며 정권을 그런대로 유지해 왔으나, 경제 악화가 심각해지는데 이를 극복할 뚜렷한 처방전이 없어 푸틴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루블화의 환율은 21일 1 달러 당 84루블 대 까지 하락했다. 지난 2014년 말 수준을 밑도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나아가 유가는 1년 6개월 전 1 배럴 당 100달러 이상이었으나, 이달 들어 배럴 당 30달러 선까지 무너졌다.
미국의 셰일 오일(shale oil)의 양산과 수출 개시, 이란의 금수 해제에 따라 하루 50만 배럴 증산에 의한 대외 수출 개시 움직임 등 공급 과잉으로 국제유가는 당분간 상승 분위기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러시아 루블화도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해외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러시아 경제는 석유나 천연가스 등의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러시아 정부 세입의 약 40%를 자원 관련 부분이 차지하고 있다. 2016년도 예산은 1 배럴 당 50달러를 상정하여 짜여진 것으로 지금처럼 저유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러시아에서는 경제 호황 당시에 준비해둔 ‘예비기금’과 ‘국민복지기금’이 있는데, 2013년 친서방 세력이 나타나기 시작한 우크라이나의 야누코비치 정권을 친(親)러시아로 만들어내게 위해 급하게 만들어 놓은 150억 달러(약 18조 2천 025억 원) 규모의 ‘예비기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표명하는 등 푸틴 대통령의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왔다.
그러나 세출 절감을 10% 이상 추진해 이상의 두 개의 기금은 적자를 메워나가다가 몇 년 지나지 않아 고갈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러시아가 2015년 9월 시리아 공습을 개시하면서 군비가 증가했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는 “대수롭지 않은 금액”이라며 어려운 상황 회피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것도 고유가로 인한 러시아 경제의 호황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푸틴 정권의 다양한 형태의 부정과 비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민들은 경제 호황에 따라 눈을 지그시 감아주는 ‘암묵적 거래’가 있었다.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이제 경제가 바닥을 쳤다”며 국면 전환을 꾀하려 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올해 경제 성장을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했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이 국민과 과거와 같은 암묵적 거래에 있어, 푸틴과 국민과의 신뢰감의 회복 여부가 자신의 정권 유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분노는 언제든지 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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