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여름은 엄청 더웠다. 그러나 노인의 생애에서는 처음으로 평안을 얻고 자유를 얻은 환희의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37년 전에 자신은 이미 사망처리된 것도 모른채 '탈영병'멍에를 지고 도망만 다녔고 군입대시 군의관앞에 앉아본 이래 병원의사 진료를 한번도 받지 않았던 사람. 교통사고로 앰브란스에 실려가서도 절뚝거리며 병원문을 몰래 빠져 나오고 술시비에 죽도록 맞고 신분노출이 두려워 꿇어 빌아온 노인의 삶이었기에.
440101-12**** 박창호(62세 가명 대구직할시상동***)
자난달 가정법원서 신분회복판결을 받은 박씨는 8월17일 드디어 주민등록증을 받았다. 그 날밤 그토록 열망하던, 꿈에도 그리던 주민등록증을 만지고 만지며 한숨도 못잤단다. 다음 날 경북대병원 최용환박사를 찾았다. 호적부활판결에 보증서준 동창이기도 한 최박사에게 "정말 고맙소. 딴걸로는 보답할 길이 없으니 나 죽으면 시신이라도 연구용으로 거두어 주소"라며 시신기증을 부탁했다.
8월30일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86점으로 합격하고는 "아자!"라는 젊은이 함성을 질러 봤다는 노인은 실기시험은 한달 뒤로 미루고 있었다. 대구시 상동동사무소서 알선한 자활사업체에서 한달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연수비를 내겠다면서 "아직 내몸은 건강하고 주민등록증이 있으니 이제 떠떳한 대한민국국민으로 무슨 일이라도 할 자신이 있소"
노인이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려는 사연이 또 하나있다.
지난 주 MBC '화제집중' 이희경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노인탈영병'기사를 '뉴스타운'에서 읽었다면서 방송취재요청을 해와 노인을 잠시 만났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요! 어리석고 부끄럽게 살아온 인생인데 무슨 낯짝으로 사진을 찍는단 말이요"라며 손사례를 쳤다.
한참 후 노인은 "아직도 무호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으면 안돼지. 자수하면 이리도 좋은 일만 생기는데. 이렇게 하겠소. 거지생활로 찍히긴 싫소. 운전면허라도 따 주차요원으로 취직이 되면 할말이 있을 것같으니 한 6개월 말미를 주소"
노인은 그 날 서점으로가 꼬깃돈 만원으로 운전면허책을 구입했고 맨바닥 거처에서 전기세가 무섭다며 형광등도 켜지않고 창문앞에 쭈구리고 앉아 닷새를 밑줄 귿더니 필기시험을 치룬 것이다.
요즘 노인은 눈뜨는 순간부터 즐겁다고 했다. "이 죄인에게 나라에서 일자리도 주고 먹을 것 입는 것을 챙겨주는 이 좋은 세상을 10년 전에만 자수했더라도 더 맛볼 수있었는데. 그래도 괜찮소. 다행히 아버지로 부터 건강 하나는 확실히 받았으니 10년을 더 살 것이고 돈벌면 비행기도 타고 싶고 제주도도 다녀올 것이요"
아직도 탈영병 공소시효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 노인을 '노인탈영병'에서 '노인천사'로 기억하도록 하자.
며칠전 행정자치부에서는 "앞으로 무호적자에게 호적을 복원시켜주는 일에 적극 나서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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