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아! 뭉치면, 길이 보인다
노인들아! 뭉치면, 길이 보인다
  • 이헌진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1.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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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권 신장이 국권 신장의 중요 과제다

▲사진: 포커스뉴스 ⓒ뉴스타운

1939년대 말까지 살다 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미국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란 시의 첫 구절에서 「저것은 늙은이를 위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읊어 관능의 늪에 빠진 젊은 세대의 타락을 개탄하였고, 또 후 절에서「늙은이는 한 낱 하찮은 것, 막대기에 걸린 누더기일 뿐이니」하며, 자기비하의 자화상을 그렸다.

지금 한국의 노.소 세대 간, 문화의 갈등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1930년대 초반 경제대공황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당한 미국의 노인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 합심하여 묶은 힘을 정치와 사회에 반영해 왔는데 그 중추적 역할을 한 기관은 미국은퇴자협회(AARP), 회색표범(Grey Panthers), 여성노인연맹(Older Woomen's League) 등 이고 오늘에 이르러는 노인관련 단체는 미국 내에1,000여개에 달한다.

이런 노인 단체의 기반은 윌리엄 버틀러 같은 지성의 외침이 기초가 되었다.

태평양전쟁을 이겼지만, 경제가 어려운 때인 1947년 에델 퍼시 앤드루스란 퇴임 여교사는 은퇴 후 어렵게 살아가는 동료들을 직접 방문하여, 함께 고통을 이겨 내자며 '전국은퇴교사 클럽'을 설립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노년권익쟁취운동을 벌이다가 1958년에 미국은퇴자협회로(AARP)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였고, 비축된 조직의 영향력을 정치권에 행사하여 1960년대 ‘노인복지법’ ‘연령차별금지법’ 등을 만들게 했고, 이 법에 의해 지금도 미국의 직장엔 정년이란 제도가 없는 것이다.

이런 노인 파워는 연방 보건사회복지부 산하에 노인청을, 주정부에 노인국을 두게 만들어 정부가 노인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는 정책을 펴게 만들었다.

지금 주요 선진국의 경우, 노령(65세)인구가 5%를 초과하면 정부 조직에 노인부 내지 노인청을 만들어 비중 있게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고령인구가 12%대를 넘고 있는데도 보건복지부 저출산 고령화 정책실 아래 겨우 3개과가 노인문제를 전담하고 있다. 당연히 노인을 위한 정부예산이 이제 겨우 1%대에 올랐으나, 선진국의 15% 내지 20%대 이르려면, 먼저 노인 스스로의 뼈아픈 각성 없이는 거의 무망하다.

고령화 문제가 제일 심각한 일본은 1994년에 ‘고령화사회(노인7%이상)’에서 '고령사회(14%이상)'로 진입한 뒤, 2006년 초고령사회(20%이상)로 변했고, 2008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이 22.1%에 달한다.

일본정부는 1989년에 이미 21세기 초에 닥쳐올 고령사회를 대비하여 ‘골드프랜(고령자보건복지추진10개년전략)’을 수립하여 10년간 6조엔(약60조원)규모를 투입하는 어마어마한 사업을 착수했다.

이 플랜을 만드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당시 국립보건의료원 정책부장 의학박사 세가미 기요다카 씨는 이 사업을 늦출 경우 다가올 고령사회에서는 더 큰 출혈이 예상된다고 관.민을 설득하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했다.

특히 정치인들의 반대가 심했는데, 이 안의 골격이 국민은 적게 내고 국가는 과중한 부담을 안게 되어 국가재정의 파탄이 올 때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정치적 보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1990년대 21세기준비 복지8법 개정, 1992년의 노인방문간호제도, 1994년 신 골드프랜, 1997년 개보험법 개정, 1999년의 골드프랜21, 2000년도 새로운 개호제도, 개호보험법시행, 연금개정안공포 등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도 끊임없이 노력해 왔음은 물론 노인권익보호가 정착되고 있다.

그런 일본은 우선 노인문제 접근의 용어가 우리와 다르다. 일본은 ‘소자고령화(少子高齡化)’란 어휘를 사용하여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와 다소 차이가 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소자고령화’란 어구 속에는 ‘젊은이가 적으니 노인들을 재활용 하자’는 의지와 정책이 담겨 있다.

즉 소자(少子)는 노인재활용을 위한 상황 설명적 수식어 일뿐이라 생각 된다. 다시 말하면, 「노인이 늘고 젊은이가 줄어들면, 국가가 늙어간다. 국가가 늙으면, 극단적으로 활력도 생명력도 없는 국가로 전락 한다」 그러니 늙은이를 다시 젊은이처럼 만들어야한다는 것이 일본 지성과 일본 지도자의 대 노인관이다.

그러면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를 분석해보자.

한국의 저출산에 대한 정책의지는 우선 인구를 늘려 노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거나마 현재에 난 애기가 20세 된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면 지금난 애기가 청년 장년을 거쳐 65세의 노인이 되고나면, 그 때의 배증되는 노인인구에 대한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 흘러간 산아제한 정책을 되풀이 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저출산 고령화’란 어휘의 ‘저출산’ 과 ‘고령화’ 란 두 어구는 시간 간격으로 비견해보면, 분명히 상호 모순으로 대립된 정책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 낳아 잘 기르자’라는 정책 기조 아래 가족계획 요원을 대폭 채용하여 전국 골짝마다 ‘산아제한운동’ ‘불임시술유도’ 등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때가 불과 3-40여 년 전의 이 나라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조건 많이 낳아 라’고 아우성이니, 그 참! 별꼴이 반쪽이다 하듯 비웃음이 절로 난다.

자식을 원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 수 없고, 그 자식이 가정의 목적이요 꽃임을 아무도 부인 못한다. 그런데 자식 없는 가정이 있다면, 그 가정에 ‘여보’는 있을지언정 어찌 ‘어머니’ ‘아버지’가 존재한단 말인가. 어머니 아버지가 현실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가정은 가정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식이 없는 부부에게 자식을 낳을 때, 국가가 물질적 도움을 준다면, 돈 많은 재벌 아들 가정에 자식이 생기면, 그 부부에게도 장려금을 줄 것인가. 어딘지 잘못되고, 형평성이 없는 정책이다 싶다.

그래서 ‘저출산’ 이란 어구를 버리고, ‘다자행복’ ‘소자불행’이란 정책어구를 도입하여 무자가정(無子家庭)의 문제점과 비윤리성을 초등학교부터 조기교육을 시작하고, 또 조기 정년퇴직자의 고용 유지를 위한 정년연장과 65세 이상의 늘어나는 노인들의 재활용문제에 정부는 총력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관료와 정치지도자가 별로 없는 것 같고 더 놀라운 것은 한국의 노인들 입에서 이런 절실한 외침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 AARP(미국은퇴자연합회 또는 미국노인협회) 회장 제임스 파켈이 2004년에 내한, 대한은퇴협회(KARP) 창립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인사말 서두에 ‘세계가 나이 먹은 노인을 비하하는 풍토가 아쉽다’고 운을 띠며 ‘21세기 강국은 고령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국가경제에 편입하느냐 여부에 달려있고,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국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런 자료를 접하기 전, 필자는 한국에 은퇴자협회가 있는 줄도 몰랐다. 한국의 위 단체는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업적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우선 미국의 AARP가 어떤 단체인지 알기위해 2008년의 자료를 대강 살펴보면,

세계에서 자발적 의사로 구성된 회원단체로는 카토릭교회 다음으로 큰 조직이며, 미국인 50세 이상 인구 중 절반을 넘는 4천만 명 이상이 회원에 가입해 있고, 일년의 자체예산이 6억달러가 넘으며, 워싱턴 본부의 직원 수도만도 2,100명 이상이나 된다.

회원이 될 자격은 50세 이상의 미 국민이고, 50세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위 회에 가입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이란 것이다. 가입회원은 1년에 10달러의 회비만 부담하고 회원이 되고 나면 AARP와 협약된 식당, 교통, 항공, 골프장, 의료보험, 공공주택구입 등 미국 내에 어디가든 10%에서 50%까지 금전적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어디가나 AARP표식이 붙은 업체를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AARP는 「흩어지면 죽는다(Divided We Fall)」를 스로강으로 내 걸어, 추상적이지만 ‘단결의무’를 명시하고 있고, 회원의 평균 나이는 65세라 한다.

또 메케인, 오바마가 대통령후보로 경쟁 할 시, 타임지와 AARP가 공동으로 두 후보를 별도로 불러 텔레비전 대담 갖고 생중계를 할 정도의 위상과 파워를 가진 단체이고, AARP에 밉보이면 정치 생명은 끝이라고 겁을 먹는 것이 미 정치인들의 공통된 인식이라 한다.

워싱턴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이익단체와 압력단체 가운데서도 단연1위이고, 회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여행(여가활용). 건강. 워싱턴(정치)이라 하니,

노인들이 얼마나 자기권익 확보에 적극적인가를 짐작 할 수 있다. 미국 상.하원 의원의 거의 90%가 위 AARP 회원이라 하니 놀랍다.

결국 미국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숨은 힘은 바로 노인들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노인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정답이 나온다.

유명무실한 대한노인회의 개혁이 있어야 하고 각 유사 노인단체의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기득권을 고집하며 정부에서 내려주는 보조금만 축내며 게이트볼 대회나 열면서 탕수국 냄새를 풍기는 중앙 및 전국 각 노인회에 대한 정책 당국의 재점검이 있어야 한다.

또 인터넷 상의 시니어. 실버 사이트 운영 및 관리자는 노인권익 보호운동을 정치 관여로 보고 거부할 것이 아니라, 정치 이전에 윤리와 사회문제로 취급하여 노인고령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여론을 형성하여야 할 것이다.

고령인구가 급팽창하는 지금 노인문제는 5백만 노인은 물론 노인 이전 세대들에게도 바로 발등에 떨어진 불임을 주지시켜야 한다.

이런 총대를 들어야할 첫 단체가 오프라인 상의 노인문제 선각자 및 공감자나 온라인 상의 노인 네티즌들이 상호 호응하여 양방향으로 정부와 정치권에 먼저 ‘노인청’을 만들게 하고, 정당에 ‘노인팀’을 만들도록 백만인 서명운동을 벌여 압박해 나가자.

이것이 지금 한국노인이 처한 책무요. 이 책무는 우리 노인들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로부터 죽음을 눈앞에 둔 모든 사람을 위한 절실한 시대적 사명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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