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섹스는 아름다운 것
(56) 섹스는 아름다운 것
  • 박정수 소설가
  • 승인 2005.08.02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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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있잖아요. 어제 밤.”

여인의 목소리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화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밤 당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훈이는 여자를 끌어들이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단 한 번도 도우미를 생각한 적도 없다. 다만 바람처럼 스쳐연지이가는 여인일 뿐이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을 다른 여자들에게 서슴없이 뱉어 냈다.

“노래 못해요. 먹고 살려니까 억지로 하는 거죠.”
“점심이라도 같이할까요?”

훈이의 제안에 여인은 한마디로 거절했다. 노래를 부른다면 가겠다는 대답이었다. 파라다이스의 카페는 대학 근처에 있어서 밤에는 젊은이들로 붐볐으나 낮에는 한산했다. 창문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연지이가는 사람들이 훤히 볼 수 있는 창가에 앉았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훈이가 꺼내놓은 담뱃갑으로 눈길을 돌렸다.

“담배하세요?”

훈이의 말에 그녀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녀는 울화병을 앓고 있었는데 담배로 고쳤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IMF가 되기 전만하더라도 남편은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고 했다. 집도 목동 아파트 50평에 살 정도였고, 자가용도 있고, 백화점 문화사롱 같은 곳에 나가서 취미활동도 했고 대학에서 평생교육도 받으러 다닐 수 있는 여유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남편이 퇴출되어 사업한다고 시작한 것이 잘되지 않아 몇 년 사이에 아파트도 날아가 버리고 구청 노래교실에서 배운 노래로 밥을 먹고 산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소설 같은 인생사였다.

가끔 돈이 없어 손님과 함께 외도도 해 보았다며 우회적으로 훈이를 끌어 들었다. 그녀는 틈틈이 자기의 인생사를 소설로 남기려고 하지만 워낙 글재주가 없어 사실대로 메모해 둔 것만 대학노트로 세 권이나 된다고 했다.

그녀는 한참동안 자기말만 털어놓고는 노골적으로 돈타령을 했다.

“저는 돈을 사랑해요. 돈이면 무엇이든 할 자신이 있어요.”
“섹스도?”
“사람들은 너무 진하다고 해요. 고함을 많이 질려 창피하기도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섹스 이야기만 하면 속옷이 젖어요. 몹시 내가 강한가 봐요.”
“남편과 하지 않나요?”
“남편은 사업하다가 실패한 후로 정신도 불구가 되었고, 육체도 불구가 되어 버렸어요. 서질 않는데 못하지요.”
“글쿠나.”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창피하게.”
“그런 말 할 수 있지요. 무슨 창피. 섹스는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두 사람이 땀을 흘리며 만든 작품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겁니다.”

훈이는 입에 침이 흐르도록 섹스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아랫도리가 빳빳이 서서 그녀를 향해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어디로 끌고 갈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밖을 내다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바로 건너편에 DVD 영화관으로 젊은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들어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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