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또다른 이름 비정규 노동자
스크롤 이동 상태바
노동자의 또다른 이름 비정규 노동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적으로 약 770만명 추정..전체 노동자의 60%에 육박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보험 모집인, 경기 보조원, A/S기사 등 회사가 고용하여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지만 노동자의 최소 보호법인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우리사회는 이들을 특수고용직 노동자라고 부른다.

지난해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자료를 분석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02년 8월 현재 전체 노동자 1,300만명 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56.6%인 770만명에 이른다. 특히 건설업 노동자의 76.4%, 20세 미만 노동자의 90.0%, 60세 이상 기혼여성의 경우 96.9%가 비정규직이다. <아래 표 참조>

 

 
   
     
 

이처럼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해고나 채용절차가 덜 까다롭고 고용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60%에 육박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후보가 없을 정도로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금지'가 노동부문 최대의 공약으로 제기되었다.

새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금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재계와 노동부는 이같은 국민적 시각과는 달리 비정규직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경총이 비정규직 규모가 27%대에 불과하다는 보도자료를 낸데 이어, 지난달 22일 노동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비정규직 규모에 대해 27.8%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부소장은 "노동부는 몇몇 학자에게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독점적으로 제공, 용역을 의뢰한 뒤 비정규직 규모가 27%밖에 안된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지적하고 "비정규직 규모가 56%라는 본 연구소의 반론이 있자 '비정규직 개념과 규모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개선은 신중해야 한다'며 스스로의 직무 유기를 합리화시켜 왔다"고 반박했다.

 

 
   
  ▲ 지난 13일 오후 63빌딩 엘리제홀에서 한국노동연구원, 민주노총 등이 주최한 비정규노동자의 실태와 정책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 워킹보이스
 
 

한국사회연구소와 노동부가 동일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분석했음에도 비정규직 규모에서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김 부소장은 "그것은 노동사회연구소는 통계청이 지난 40년 동안 조사해 온 임시일용직 통계를 존중하는데 비해, 노동부는 자기들 입맛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같은 국가기관에서 매달 작성, 발표해온 통계를 한 순간에 폐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교육통계연감에 따르면 국공립대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감에 따르면 비정규직 교원이 99년에 300명이던 것이 2000년에는 564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더욱이 이들 기간제 교사들은 대부분 학교측의 교묘한 편법을 동원한 '364일짜리 계약'으로 하루가 모자라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달 20일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기간제 교원 차별에 대한 청문회'
ⓒ 워킹보이스
 
 

현행법상 퇴직금 지급사유가 발생하는 1년 이상 고용조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각 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때 3월 2일부터 2월 28일까지, 이른바 '364일짜리 고용계약'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7월 한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과 같은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음에도 단지 기간제로 채용됐다는 이유로 정규직과 비교해 보수와 퇴직금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낸 것을 계기로 지난 2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기간제 교원 차별에 대한 청문회'에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만호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정책과 과장은 "그런 계약으로 기간제 교원이 퇴직금 지급을 못받게 되는 폐해가 만연해 있지만 현행법으로 위법은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1년 계약을 교묘하게 피해가기 위한 탈법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좀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승흡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비정규 교사들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퇴직금 발생효력이 있는 1년에 하루 모자라는 방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방학 중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문제점들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23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는 500여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 워킹보이스
 
 

레미콘 운송기사, 학습지 교사,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 등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영등포역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철폐와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7시경 레미콘 노동자 2명은 서강대교 난간에서 밧줄 하나에 매달린 채 가압류 철회와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2시간 동안 목숨을 건 고공시위를 벌였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며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균등처우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현행법상 존재하는 현실적 규범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균등대우원칙으로부터 파생되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의 평등권을 실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고용형태의 다양화가 노동조건의 위계화로 귀결되는 경향에 제동을 가하는 것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이는 동시에 사용자로 하여금 비정규직 고용에도 정규직 고용의 경우와 동일한 비용을 소요하게 함으로써 비정규직 고용의 유인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균등대우원칙의 현실적 규범력 확보는 노동의 유연화가 초래하는 여러가지 현실적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한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직종이나 작업내용, 노동강도, 능률 등의 면에서 동등한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 한 동등한 근로조건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 제11조나 근로기준법 제5조가 규정하는 내용에 부합하는 기본원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