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빈붕연대와 오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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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빈붕연대와 오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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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아니, 오 후보님도 사랑을 해 보았습니까?"

대통령 후보 등록 4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남녀 양당의 후보는 결정되었지만 아직 군소 정당과 무소속은 후보를 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오혜빈 후보가 국회 폐지 등 파격적인 선거 공약을 내놓자 정치판이 들끓기 시작했다.

남당의 공대성 캠프 최고 참모 회의장은 활기가 넘쳤다.

"오혜빈 후보가 국회를 없애겠다는 공약은 우리에게 행운을 안겨준 것입니다."

정문오 위원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주경진은 아무래도 그 웃음이 본심이 아닌 것 같아 정문오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흠, 판 잘 돌아간다. 이렇게 되면 아직 임기가 남은 국회의원들과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벼르고 있는 수만 명의 정치 예비군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곧 무슨 정치 변혁이 일어나고 선거를 연기하거나 못하게 될 수도 있어. 그렇다면 나에게도 다시 기회가? 흐흐흐.'

정문오의 흑심을 읽은 주경진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헛물켜고 있다고 충고해 주고 싶기도 했다.

"정국이 수상하게 돌아가지 않습니까? 현역 국회의원이나 정치를 하겠다고 벼르는 판검사, 장차관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주경진이 정문오의 얼굴을 슬금슬금 보면서 말했다.

"무슨 그런 일이야 있으려고. 이제 우리 공대성 후보의 승리만 남은 것입니다."

정문오는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주경진이 이번에는 공대성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저 음흉한 정문오란 놈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내가 대통령이 된 뒤에 보자. 네놈은 찬밥 신세가 될 테니까.'

주경진은 다시 쓴 웃음을 지었다. 이런 것이 정치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문지수와 꼬박 밤을 새웠지만 피곤하지도 않았다.

한편, 오혜빈의 대선 캠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뭐야? 또 협박 글이 올라왔다고?"

오혜빈 후보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예. 페이스북, 카카오톡, 트위터 등 SNS는 물론이고 모든 포털의 게시판에 다 올라와 있어요."

허연나가 보고했다.

"뭐라고 한 거야?"

"국회를 폐지하고 독재를 펴려는 오혜빈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미친 것들이야. 그게 옳은 방법이라고 적극 지지하는 유권자도 상당합니다."

김마리가 제동을 걸었다.

"정책을 발표했을 때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이 제일 나쁜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번 공약에 대해서는 찬반론으로 전국이 불붙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절대로 유리한 현상입니다."

김마리가 목에 힘을 주었다. 귀를 기울이고 있던 오혜빈이 빙그레 웃었다.

"사랑을 할 때도 상대방이 아무 반응이 없을 때가 제일 나쁜 경우이긴 하지."

"아니, 오 후보님도 사랑을 해 보았습니까? 어떤 남자였어요?"

허연나가 귀를 쫑긋 세웠다.

"연하의 과학자는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오혜빈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 이건 뭐야?"

그때였다. 김마리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김 의원님."

김마리는 스마트폰에 들어온 문자를 곧 화면에 크게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로 전송했다. 양천수가 만들어 납품한 장치였다. 김마리의 핸드폰 문자가 스크린에 크게 떴다.

- 오혜빈을 자진 사퇴 시키지 않으면 당신이 먼저 당할 것이오. 빈붕 연대.

"빈붕 연대는 또 뭐야?"

"멘붕 연대 동생인가?"

위원들이 각각 한마디씩 했다.

그러나 곧 그게 무슨 말인지 설명하는 문자가 김마리의 핸드폰을 통해 스크린에 떴다.

-빈붕연대는 오혜빈을 붕괴시키는 게 목적인 시민운동이다.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내 핸드폰에도 떴는데요."

오혜빈 후보가 자신의 핸드폰 문자를 스크린으로 보냈다.

- 우리는 오혜빈 낙선을 위해 뭉쳤다. 오떨모.

"이건 또 뭐야? 오떨모? 음, 오혜빈을 떨뜨리기 위한 모임의 약자로군."

오혜빈 후보가 설명했다.

"이게 모두 선거법 위반 아닌가요? 먼젓번 김 의원에게 보낸 드라곤 아이도 그렇고요. 경찰에 고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문지수가 제안했다.

"경찰에 고발해 보았자 소용없어요. 경찰은 수사권이 없어요. 검찰에 고발해야 합니다."

허연나가 거들었다.

"대통령 후보가 유권자 단체를 고발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아요. 반대하는 유권자가 있어야 찬성하는 유권자가 긴장하게 되고 더 단단하게 뭉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회 해산을 찬성하는 유권자가, 특히 남자 유권자 중에 상당수가 있다는 신문 보도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건 여당을 지지하는 여성 일간지였는데..."

문지수가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말했다.

"빈붕 연대나 오떨모 모두 국회의원들이 만든 조직 아닐까요?"

문지수가 다시 물었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 남녀 대선 캠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여기저기서 다시 일어났다.

그 중 하나는 멘붕연대가 주도하는 SNS 생중계 기자회견이었다.

꽁지머리 방영환이 화면에 나타났다.

"오늘 남녀 양당에 제동을 걸기 위해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는 멋쟁이 후보를 소개합니다.

화면에는 뜻밖에도 강로리가 나타났다. 어깨가 다 파이고 가슴이 거의 드러난 차림의 강로리는 짙은 화장을 한 얼굴이었다. 동성애와 자유연애를 주장해서 유명한 TV 탤런트다운 차림이었다.

"강로리! 강로리!"

사람들이 강로리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걱정이 되어 그냥 침대에서 사랑 놀음이나 하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나가서 이 나라를 건지고, 각종 제도와 관습에 묶여 있는 사람들을 해방시켜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것을 모든 모티즌, 네티즌 앞에 선언합니다."

"와! 와!"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제도와 관습에 묶였다는 말씀이십니까?"

사회자 방용환이 물었다.

"동성애, 일부일처제."

"예? 일부일처제를 반대한단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강로리는 얼굴에 함박웃음을 띠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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