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돈을 없애자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제9화] 돈을 없애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대선서도 2등만 하시지요."

10만 원 권 발행과 화폐 평가절하가 대선의 이슈로 등장하게 된 것은 멘붕 연대를 비롯한 NGO 단체들과 양당 대선 캠프의 입빠른 촉새들이 트위터와 카톡 등의 SNS에 올리면서 부터다.

"여당의 대선 후보 오혜빈은 수학을 싫어하는 여자다. 학교 다닐 때도 수학은 늘 낙제점을 면할 정도였다. 화폐의 단위를 평가절하하자는 것이 여기서 연유된 것 같다."

멘붕연대의 방용환이 사방에 글을 올렸다.

"수학 성적이 나쁜 것과 화폐 단위 절하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런 질문에 방용환은 어처구니없는 답을 했다.

"숫자 단위가 높으면 계산하기 힘드니까 단위를 낮추자는 것이지."

오혜빈 후보 캠프에서는 이런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혜빈 후보가 자연과학 분야인 물리학과를 나왔는데 수학을 잘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었다.

몇 시간 뒤 이번에는 공대성 후보 측에서 트위터에 글을 날렸다.

"오혜빈 후보의 고등학교 수학 성적은 모두 60~70점이었다."

이어서 멘붕 연대가 수학 선생과 한 인터뷰를 내놓았다.

"오혜빈 학생은 수학을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이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했기 때문에 물리학과를 택한 것입니다."

이어서 오혜빈 후보 캠프에서 고교시절 성적표를 공개했다. 수학 한 과목만 성적이 평균 이하일뿐이지 모든 과목이 최상위권이었고 내신 성적은 1등급이었다.

화폐 문제가 대선의 이슈로 떠오르자 선관위가 주최하는 대선 쟁점 토론회가 열렸다.

여당 측에서는 김마리와 허나연 사무총장이 참가하고 남당 측에서는 정문오와 배덕신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시민단체는 멘붕연대의 방용환과 공자왈 연대의 서석견 좌장, 삼강오륜지킴이의 지대공 수석이 참가했다. 패널리스트로 양천수, 강로리 등 대선에서 튀는 발언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사람들이 등장했다. 토론은 스마트폰을 통해 전 유권자에게 생중계되었다.

"단순히 계산하는데 공 몇 개를 덜 치기 위해서 화폐 단위를 낮추자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방용환이 먼저 양쪽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우리 남당에는 숫자 콤플렉스를 가진 후보는 없습니다. 공대성 후보는 고등학교 시절 암산왕 대회세서 2등으로 입상한 일도 있습니다."

남당의 정문오 의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선서도 2등만 하시지요."

"오혜빈 후보는 수학을 바탕으로 하는 물리학과 장학생이었습니다. 누가 숫자에 콤플렉스가 있습니까? 오혜빈 후보는 우리당의 대선 준비위원 300명의 명단을 10분만에 다 외울 정도로 암기력이 뛰어납니다."

허나연 사무총장이 반격을 했다.

"암기력과 화폐개혁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지금 두뇌 평가하려고 나오신 것입니까?"

방용환이 독설을 퍼부으며 양쪽을 향해 다시 포문을 열었다.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고 있기에 대선 이슈가 머리싸움입니까? 지금 서민들은 하루 버티기도 힘들고, 경제는 꽁꽁 얼어붙고, 물가는 펄펄 끓고 있습니다. 아직도 점심때가 되면 수돗물이나 마시며 배를 채우는 결식 학생이 있는데 무슨 헛소리들입니까? 화폐 개혁을 하면 천덕꾸러기 비정규직 노동자의 통장에 공돈이 들어옵니까? 알바로 학비 벌기 위해 밤잠을 설치는 알바 천국에 따뜻한 침대라도 나옵니까? 해 떨어진 뒤 서울 지하철역에서 헌 신문지를 덮고 고픈 배를 움켜쥐고 시멘트 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수많은 노숙자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왜들 이러세요."

"그것은 오로지 자식이 부모를 버리는 불효의 시대가 낳은 산물입니다. 효가 모든 이치의 근본입니다. 정치인은 각성해야합니다. 부모를 섬기자는 공약을 내놓는 대선 후보가 왜 없습니까? 중국에서도 불효자는 공산당에 입당도 안 시킵니다. 지하철역이나 도시 공원의 노숙자들도 아들딸 있고 부모 형제 있는 사람들입니다. 효도와 우애가 바닥난 세상, 이 세상의 도를 일으켜야합니다."

삼강오륜지킴이의 지대공 수석이 입에 거품을 물었다.

"부모 챙기고 자식 기르고 하는 것, 다 좋습니다. 그러나 이 남녀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구시대적 가족관계가 얼마나 많은 모순을 낳았습니까? 지금은 사회의 기본이 성의 자유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동당을 인정해야 합니다."

동성애주의자인 강로리도 나섰다.

"그래서 한다는 주장이 지폐에 황진이나 사방지의 초상을 넣자는 것인가? 몹쓸 것들 같으니. 쯧쯧쯧."

이번에는 공자왈연대의 서석견 좌장이 혀를 찼다.

"그러면 서석견 좌장께서는 10만 원짜리 지폐에 공자 상을 넣자는 것입니까?"

방용환이 물었다.

"공자상이라니, 당치않은 소리 작작하시오. 10만 원짜리에는 당연히 단군왕검의 초상을 넣어야합니다. 뒷면에는 곰을 넣어야 하고요."

삼강오륜지킴이의 지대공 수석이 다시 나섰다.

"곰은 왜 넣습니까?"

남당의 배덕신이 물었다.

"단군 신화도 모르시오? 곰은 우리 백의민족의 어머니입니다. 우리는 모두 곰의 자손입니다."

"그렇다면 곰을 사육해서 쓸개를 산채로 도려내는 사람들부터 혼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마늘과 쑥으로 사람이 된 곰은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신화일 뿐입니다."

"우리가 동물의 자손이라고? 그래서 동물이나 하는 짓들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모바일에는 수백만 개의 의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든 유권자가 다 한마디씩 하는 것 같았다.

대선 이슈인 화폐개혁이 두뇌 경쟁으로 시작되더니 다시 화폐 속의 초상화로 이어졌다가 마침내 단군신화 논쟁으로 번졌다.

"대선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각 후보의 캠프에서는 정책토론으로 대결하자고 아주 그럴 듯하게 제안을 하더니 열흘도 못가서 추잡한 스캔들 캐기가 난무하고, 이제 우리 서민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화폐개혁, 단군신화 논쟁, 특히 가족제도의 붕괴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인을 가진 우리 국민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정치인들의 이 꼬라지를 보면서 멘탈붕괴 안 되는 국민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요."

방용환이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그의 꽁지머리가 락 가수가 헤드뱅잉 할때처럼 힘차게 춤을 추었다.

"토론이 자꾸 옆길로 빠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토론 주제인 화폐개혁의 타당성 여부로 다시 돌아갑시다."

보다 못한 선관위 사회자가 나섰다.

"화폐개혁을 토론의 주제로 삼은 것부터가 잘못입니다. 남당이나 여당이 화폐개혁을 두고 찬반으로 갈라진 공약이라도 내놓았나요?"

방용환이 사회자에게 대들었다.

그때였다. 충격적인 글이 모바일에 떴다.

"화폐제도를 폐지합시다!"

극단적인 글을 올린 사람은 뜻밖에도 양천수였다.

"뭐야? 화폐 제도를 폐지하자고?"

"돈을 없애자는 소리 아냐?"

"양천수가 드디어 돌았군."

"아니, 양천수도 다음에 대통령 나오려는 것 아닌가?"

"양천수는 여당 후보인 오혜빈과 사귀는 사이인데 남당에서 받아들이겠어?"

여러 가지 의견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화폐제도를 없애자는 것은 화폐를 발행하지 말자는 것이지 돈을 없애자는 것이 아닙니다. 돈의 단위나 결제 방식은 그대로 두되 종이 돈이나 동전은 만들지 말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돈을 지불할 때 거의 카드나 온라인 결제를 합니다. 그러므로 실제 종이 돈이나 동전을 주고받는 제도는 이제 필요 없어졌습니다. 모바일이 화폐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만사핸통 시대가 곧 열립니다."

양천수가 설명을 덧붙였다.

"그건 그래. 그렇게 되면 실제 화폐로 몰래 뇌물 주는 일이 불가능해지겠는데..."

찬성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