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인생은 봄봄봄, 봄은 꿈나라
(54) 인생은 봄봄봄, 봄은 꿈나라
  • 박정수 소설가
  • 승인 2005.06.29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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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세상에 믿을 년놈이 어디 있어. 나도 못 믿는데.”
“그러게. 노래방에 가봐. 미인 아주머니들 세상이야.”
“살기가 어려우니 그러겠지?”
“힘 드는 모양이야. 한 시간 있는데 3만원 받잖아. 그런데 회사하고 반타작 하니까 만오천원 먹는 모양인데 다섯 시간 뛰어야 칠만오천원이야.”
“노래방과 짜고 하는 것이 아니고?”
“아니야. 노래방과 짜고 하는 데는 도우미를 공급하는 회사가 있는 모양이야.”
“그 사람들 시간이 칼날이라고. 시간이 딱 되면 회사 차가 와서 싣고 간데.”
“그렇구나.”
“우리 동네 노래방에는 동네아주머니들을 직접 불러 주는 데. 끝내준다. 말만 잘하면 제2차도 갈 수 있고.”
“그래? 우리 거기 가서 놀다가자.”
“좋아. 우리 문밖의 여자를 만나러 가자.”
“문밖의 여자?."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자 행주산성에서 가장 가까운 망원동 변두리에 있는 노래방 앞에 차를 멈추었다. 사계절 노래방의 네온사인은 밤이 깊어 갈수록 더욱 빛나고 있었다. 항상 노래방을 자주 간다는 상규가 노래방에 들어가기 전에

“사계절 봄, 봄, 봄, 봄은 꿈나라.”

하고 흥얼대기 시작했다. 지하 노래방에 카운터가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이 노래방에 단골로 드나드는 상규가 큰소리로 말했다.

“큰 방 하나 주고. 그리고 아줌마. 다섯 불러줘. 알았지.”

이 말에 노래방 주인은 신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둘이 신청을 했는데. 3번방으로 들어가요.”

노래방 주인이 제일 큰 방으로 안내했다. 두 방을 한 개로 만들었기에 방값이 두 배를 받았다. 상규가 18번 ‘인생은 나그네길’로 테이프를 끊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달픈 길 나그네길
비바람이 분다. 눈보라가 친다. 이별에 종착역
아 언제나 이 가슴에 덮인 안개 활짝 개고
아 언제나 이 가슴에 밝은 해가 떠오르나

그는 사업에 실패하고 한때 자살 소동까지 벌렸다. 한번 쓰러진 회사는 다시 일어나질 못하고 몇 년째 술에 파묻혀 지내고 있다. 한참 잘 나갈 때 상규의 신세를 안진 사람이 없다. 그래서 돈을 내지 않아도 술 먹는 자리에는 꼭 끼워 주었다.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문을 열고 우르르 몰려드는 여자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이 번득한 여자들부터 팔려나갔다.

훈이는 기다리기라도 했듯이 그중에서 얼굴이 곱살스레 생기고 나이가 제일 어리다고 생각되는 여자를 끌어 자기의 옆에다 앉혔다.

“예쁘게 생겼네요.”

훈이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올나이트도 가끔 하나요?”
“경기가 없어 그런 일은 없어요.”

지나와는 견줄 수가 없지만 이런 곳에 자주 드나드는 여자는 아닐 듯싶었다. 몸에 짝 들어붙은 청바지는 남자들이 만지지 못하도록 주문한 것 같은데 윗도리는 누구나 손이 들락거릴 수 있을 정도로 헐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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