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남당(男黨) 대 여당(女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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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남당(男黨) 대 여당(女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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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2018년 대한민국에 제10공화국이 탄생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1987년 제9차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후 31년 만에 개정되었다. 2017년, 대통령 선거이후, 2018년 제10공화국이 탄생했다.

"졸라 웃기는 헌법이 다 있어. 뭐, 남당과 여당이라고?"

"남당에는 남자만 가입 자격이 있고 여당에는 여자만 가입 자격이 있다고?"

제10차 개헌안이 공포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다 한마디씩 했다.

"세상에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어?"

"정치가 오죽했으면 이런 개헌안이 나왔겠어?"

"하긴, 보수니 혁신이니, 종북 좌파니 뭐니 하며 머리끄덩이 쥐고 싸우는 정치인이 얼마나 웃음거리였으면 정치를 이런 식으로 바꾸려고 하겠어."

"맞아. 자기 패거리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이 무슨 정책이 있어서 싸우겠어?"

"남자와 여자는 엄연한 차이가 있지. 생리적으로도 확 다르니까 다른 정당이라고 할 수 있어."

모든 국민들은 둘만 모이면 개헌안을 조롱거리로 삼았다.

그러나 이 이상한 개헌안은 모바일 국민투표에 의해 찬성 65.2%대 반대 30.8, 기권 4%로 통과되었다.

일류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가 없어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주경진은 이번 개헌에 나름대로 기대를 걸었다. 주경진은 대학을 나오고도 취직이 안 되자 부모 노후자금까지 털어 대학원을 다녔다. 3년이 걸려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그래도 일자리가 없어 다시 박사과정까지 다녔다. 그리고 간신히 얻은 일자리가 서울 집에서 2시간이나 가야하는 충북 어느 작은 도시의 대학 강사였다. 한 학기를 죽어라하고 다녔지만 차비도 안 되는 강사료 때문에 빚만 지고 말았다.

그 뿐 아니라 다른 직장에도 몇 번 면접을 보았으나 그놈의 독심술 때문에 번번히 떨어졌다. 주경진은 모바일에 자주 쳐들어오는 스팸 광고 중에 독심술을 배우라는 한 광고를 보고 우연히 찾아갔다. 거기서 만난 여학생 문지수 때문에 독심술을 배우게 되었다.

문지수의 아버지 문국당 교수라는 독심술 연구 소장은 처음부터 주경진을 완전히 홀렸다. 주경진은 머리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원장에게 완전히 말려들어갔다. 그길로 독심술을 배우기 시작한 주경진은 제법 전문적인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그것이 탈이었다. 대기업에 면접을 보러 가서도 면접관의 머릿속을 조금은 엿볼 수가 있었다. 주경진은 앞질러 대답을 했다. 그러나 생각을 들킨 면접관들은 주경진을 번번히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탈락 시켰다.

주경진은 공사판 인부, 퀵서비스 배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으나 빚이 줄지 않았다. 물론 여자도 몇 명 사귀었으나 장래가 꽉 막혀 보이는 주경진 곁에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고현지, 강해정 같은 학교 후배들도 모두 떠났다. 그러나 주경진 보다는 11살이나 아래인 문지수만은 요즘도 주경진을 자주 찾아왔다.

"넌 나이도 아깝지 않니? 이제 내 곁에서 떠나도 돼."

문지수는 그럴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지만 일주일도 못가 다시 주경진 앞에 나타났다. 주경진은 문지수가 싫어서가 아니고 얼굴을 보기만 하면 죄책감이 되살아나서 못 견딜 것 같아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몇 년을 목숨부지에 시달리다가 그나마 좀 나은 일자리라고 잡은 것이 대리운전이었다. 대리운전은 직장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문지수한테서 도망 갈 수도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경진은 세상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잘못의 근원은 정치에 있었다. 이 나라는 정치가 만사다. 그러니까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사는 방법이 나아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의 꽃인 양당제도, 그것이 남자의 당과 여자의 당으로 구성된다면 그보다 더 이상적인 선거제도가 어디 있겠는가.

남당과 여당 개헌안이 나왔을 때 주경진은 정말 좋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은 냉담했다.

"정치판이 뭐 개콘이냐?"

"별 용감한 녀석들, 아니 미치광이들도 다 있군."

모두 이렇게 빈정댔다. 그러나 국민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생각이 점점 바뀌는 것 같았다.

국민 투표도 물론 새로운 방식인 모바일로 이루어졌다. 모든 국민이 100%이상 모바일을 가졌으니, 손가락만 몇 번 터치하면 투표가 끝나는 것이었다. 투표소에 갈 것도 없고 투표지를 일일이 점검해서 밤 새워 집계하는 개표도 필요 없었다.

국민투표가 끝나는 오후 6시가 땡 하고 울리기가 무섭게 중앙선관위의 메인 컴퓨터가 집계를 내 뱉었다. 옛날 방송에서 출구조사 발표하던 때와 비슷했다. 그러나 이것은 예상이 아니라 실제 상황, 레알 뉴스였다.

- 제10차 개헌안 찬성 65.2%, 가결되었습니다!

유권자들이 장난삼아 눌렀는지 실수로 눌렀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해서 이 나라에는 일대 정치 변혁이 일어났다.

개헌안이 통과 된 지 두 달 만에 정당이 탄생했다.

남당 중앙당과 여당 중앙당이 국회 안에 자리를 잡았다. 남당 깃발 아래 모인 18세 이상 남자 당원은 두 달 만에 5백만 명을 넘어섰다. 여당도 처음에는 부진했으나 마감 날 우르르 몰려들어 511만 명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남녀별 인구 분포와 비슷했다.

주경진은 정당 등록 첫날 국회 남당 사무실로 찾아가 남당 당원으로 등록했다. 모바일로 등록하면 사무국까지 찾아 가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생각이 있어서 찾아갔다.

"이거 제 명함인데, 대리 운전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같은 당원 아닙니까."

주경진은 대리운전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등록을 받는 사무직원에게 건네주었다. 남자당답게 사무직원 중에 여자는 없었다.

"잠깐만요."

사무직원은 주경진이 낸 입당 서류를 보다가 말을 건넸다. 턱수염을 짧게 기르고 이마가 약간 벗어진 사무직원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아예 독심술 같은 어설픈 수작은 하지 않았다.

"왜요?"

주경진은 명함을 더 달라는 줄 알고 메고 다니는 백으로 손이 갔다.

"주경진 씨는 학력이 넘 좋습니다. 우리 당에서 일 좀 하시지 않겠습니까?"

사무직원이 뜻밖의 말을 했다.

"예? 제가요?"

주경진은 정말 생각지도 않게 정당에서 일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자기가 전공한 경제분야의 정책실에 배치되었다.

양당제도가 확연히 자리를 잡고 두 달 뒤에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다.

국회도 없는데 무슨 대통령 선거를 하느냐고 말도 안 된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는 했으나 개정 헌법에는 대통령을 뽑은 뒤에 국회의원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었다.

"대통령 선거도 모바일로 하나요?"

많은 사람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질문을 했으나 정말 몰라서 하는 질문은 아니었다.

대통령 선거도 모바일 투표시간이 끝나자마자 모든 방송과 인터넷 모바일에 일제히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여자 대통령 탄생, 여당의 승리!

여당은 집권 여당(與黨)이 아니라 여당(女黨)이었다. 모든 여자 유권자들이 여자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했기 때문이다.<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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