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섹스는 인생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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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섹스는 인생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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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가 선아와 저녁을 먹고 있는 시간에 훈이도 친구들과 행주산성에 있는 바다가제 요리 전문점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친구라고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한때는 잘나가던 만화가요. 그림쟁이. 그리고 술자리에 앉으면 인생을 논하는 글쟁이들이다.

이들에게는 언제부터인가 음식을 먹고 난후에 똑같이 돈을 거출하여 나누어 내기 때문에 별로 부담이 없어 자주 모인다. 주로 돼지갈비집이나 아바이 순댓집, 그리고 곱창구이 집들이 단골음식점이기는 했으나 오늘은 글쟁이 나오연의 출판기념을 해주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좀 비싸기는 해도 숲이 우거져 있고,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을 굽어보는 낭만이 있어 가끔 여럿이서 이곳을 찾기도 했다. 그림쟁이 한 놈이 레드 와인을 그라스에 따르고는 잔을 높이 들었다. 어디가도 건배를 외치던 그였기에 별로 이상스레 여기지 않았다.

“자! 얼마만인가 건배하세.”

건배를 하면 언제나 ‘우주의 평화를 위해서!’ 하고 외쳤다. 그러나 그는 다른 구호로 외쳤다.

“노시개!”
“노시개가 무슨 뜻이야. 알기나 하고 복창할게 아닌가?”

만화 그리는 놈이 말했다.

“아직도 모르나?”
“그건 옛날 얘기고 요즘은 다섯 글자로 부른다던 군.”
“경제가 이 모양인데도 경제수석이란 자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 그렇게 피부로 느낄 정도는 아니라는 거야. 미쳐도 곱게 미친 게 아닌가, 출판사는 책이 안 팔려 문을 닫고 그림을 백날 그려보았자 사는 놈이 있어야지. 내 친구 한 놈은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데 환자가 없다고 울상이야.”

그러자 마주 앉아 있던 훈이가 대답했다.

“환자가 없다는 것은 다행 아닌가?”
“예끼 이 사람. 안 아픈 게 아니라 돈이 없어 병원을 못가는 거야. 정부가 꼭 자네 같다니까. 돈이 없어 병원을 못 가는데 아픈 환자가 없어 병원을 안 간다고 말을 한다니까. 돈이 없으니까 여간 죽을병이 아니고는 안가는 거야.”

그 말에 나오연은 말했다.

“진짜 큰일이라니까. 식당에 사람이 없어. 외식을 하지 않는다니까. 경제를 살리지 않고 매일 과거사나 들추기고 오늘 아침 시장이란 사람이 공원을 만드는 것보다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하니 이놈의 세상 왈칵 뒤집혔으면 좋겠어.”
“어느 놈이 되도 마찬가지야. 하여튼 경제를 외면한 이놈의 세상. 소설쟁이도 좀 먹고 살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훈이는 더 이상의 말을 막았다.

“됐어. 자 우리 브라보 하세.”

술잔을 높이든 친구들이 일제히 외쳤다.

“나오연의 출판을 축하하며”

고함을 지르자 주위에 앉아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보았다.

술이 몇 순배 연지이가고 자기 앞에 있는 술병이 거덜 나서야 인생론이 펼쳐졌다. 인생론이라면 만화가 고칠 수가 항상 앞장을 섰다.

“사는 게 뭐야. 명예와 재물과 섹스밖에 없어. 명예와 재물은 잃을 수도 있고 더럽힐 수도 있지만 섹스 하나만은 짜릿한 그 맛. 이 맛만은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니 셋 중에 최고 아닌가?”
“그러게. 섹스 없는 인생은 다 끝난 것이야.”
“우리 언제까지 섹스를 할 수 있을까? "

훈이가 물었다.

“남자는 종이 한 장 들 수 있을 때까지 한다는데 모르지.”

고칠수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웃기는 얘기 하나할게. 우리 집 사람이 어디를 갔다 오더니 정색을 하며 묻질 않겠나. 당신은 지금까지 바람을 몇 번 피웠느냐고 다그치는 거야.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친구가 말하는데 아주 금실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는 거야. 남편이 죽고 난 다음, 부인은 남편이 없는 세상 살아서 무엇 하느냐며 장례를 치룬 다음 자살했다는 거야. 저승에 가니 장미방과 백합 방, 그리고 안개방이 있는데 장미방은 이승에 있을 때 바람을 한 번도 피우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그 곳으로 찾아간 거야. 남편이 이승에 있을 때 자기만을 생각했기에 틀림없이 장미 방에 있을 것이라고 찾아갔더니 장미방에는 몇 사람 밖에 없어서 백합방으로 찾아 갔었데. 백합방에는 이승에 있을 때 다섯 번 미만으로 바람피운 사람만이 있었는데 그 방에도 남편이 없어서 행여나 하고 안개방을 찾아갔더니 남편이 수십 번 바람을 피운 사람들 방에서 완장을 차고 있었다지 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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