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사장이 한강에 투신자살한 이후 하루에도 세 명씩 투신하는 모양이야. 며칠 전에도 40대 아주머니가 살기 싫다고 한강에 투신한 모양인데 아주머니를 건지려고 십대 청년이 뛰어들었다가 아주머니만 구출하고 자기는 급류에 휩쓸려 죽었데. 또 젊은이 한 사람 죽게 만들 생각이야.”
“당신 없는 행복이란 있을 수 없잖아.”
“알았어.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
“그런데 내가 잘 하는 짓인가요.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는 몸이 당신에게 푹 빠졌으니 말이에요.”
훈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치매 걸린 것 같아요. 안보면 보고 싶고, 보면 그렇고…”
“나이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사랑이란 그런 거야. ‘헤어지면 그립고 만나보면 시들하고 모를 것이 내 마음’이라 하지 않았니.”
“모르겠어요. 헤어지기 싫어요. 집으로 가지 않고 어디로든지 멀리 가고 싶어요.”
“그러지 말고 집에 들어가요. 내가 준비되는 날까지”
집에 가까워 오자 연지는 훈이와 헤어지기 싫었던지 훈이의 손을 꼭 잡고 칭얼대었다.
“우리 다시 강원도로 갈까?”
연지는 훈이를 쳐다보았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연지의 얼굴을 훈이는 손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내일 전화하자.”
연지는 내리지 않고 멍하니 훈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리지 않고 뭘 해. 집에서 기다릴 텐데.”
훈이의 독촉에도 연지는 눈을 감고 차에서 내리질 않고 있었다. 한참동안 앉아있던 연지는 차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울상이 되어 차 앞을 지나 건너갔다. 차가 강북도로에 들어가려는 데 전화가 걸려왔다.
“나한테 전화하지 말아요. 우리 집으로도, 그리고 핸드폰으로도요. 알았죠?”
“알았어. 그런데 왜 그래?”
“너무 괴로워서 그래요.”
“나도 헤어지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파요.”
“내가 전화할 때까지 전화하지 말아요.”
연지의 목소리는 차를 타고 올 때와는 아주 딴판이었다. 분명히 남편과 싸우지 않고는 이렇게 전화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알았어.”
전화를 끊자 다시 전화가 왔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데도 아무 느낌도 없나요?”
“느낌?”
“그래요. 아무 감정도 없느냐 구요?”
“감정?”
“그래요. 당신을 너무 사랑하니까 미치겠어요. 마치 극약을 먹은 것처럼 멍해요. 와서 나 데려갈 수 없어요?”
훈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연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 말을 듣고 있어요?”
“응 듣고 있어.”
훈이는 연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연지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가느다랗게 말했다.
“사랑해.”
“사랑하는 것 좋아하네.”
연지의 말은 투박스러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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