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인, 그러나 대중적인 예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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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인, 그러나 대중적인 예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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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팝 아트전'을 둘러보고

 
   
  ▲ '앤디 워홀'의 [Marilyn]  
 

슈퍼마켓에 잔뜩 쌓여 있는 인스턴트 식품들, TV를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스타들, 그리고 어디서나 넘쳐 흐르는 상업광고들...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 흐르던 1960년대의 미국, 어쩌면 '팝 아트'의 탄생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거부한 '팝 아트'

팝 아트(Pop Art - Popular Art)'는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현대 미술운동이다. 영국의 미술평론가 '로렌스 앨러웨이'가 처음 '팝 아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50년대 중반 영국에서 시작했지만, 60년대 들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부터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된다. 당시 미국의 (대량생산에 따른 대량소비라는) 경제상황이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팝 아트'는 전형적인 '미국의 미술'이라고도 불린다.

 

 
   
  ▲ '앤디 워홀'의 [Campbells Soup Can]  
 

(미국의) 경제상황이 '팝 아트'의 토대가 되었다면, '팝 아트'의 정신은 ('팝 아트'에) 앞서 유행했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내면 세계를 강조한 추상표현주의는 다분히 사색적이고 관념적이었고, 당연히 일반인들에게는 '골치 아픈 예술', '머리를 싸매게 하는 어려운 미술'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반기로, '팝 아트'는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미술을 선호하며, 일상적인 이미지와 물질적인 생활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내기 시작한 것이다.

 

 
   
  ▲ '멜 라모스'의 [Tabacco Rose]  
 

각기 독특한 방식으로 상업적 대중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미술로 담아내기 시작한 '팝 아트'의 작가들은, 대중들에게 너무나 낯익은 이미지들-상업광고, 연재만화, 영화나 TV의 스타 그리고 상표 등-을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새롭게 조합하고 변형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재창조("미술도 운동경기처럼 팝콘을 먹으면서 감상하도록 하자"는 기치를 내건 이들은 영화배우와 유명 배우의 얼굴, 인기 만화, 광고와 상표들을 복제하거나 아예 실제 오브제를 제시하는 등의 다양한 실험을)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들은 '전통적 의미에서의 미술을 극복'하고 매스미디어가 지배하는 산업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미술적 가능성'을 열었으며, 그 결과 미술사에 있어서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하게 다가오는 작품들을 남기게 된 것이다.

60-70년대의 미국을 발견하다

 

 
   
  ▲ '톰 웨슬만'의 [Seascape]  
 

'팝 아트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 전당 내 한가람미술관, 이 곳에 들어서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숨가쁘게 경제성장의 길을 달려나갔던, 그리고 그만큼의 물질적 풍요로움과 소비가 넘쳐 흘렀던 당시 미국 사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12명(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라우젠버그, 재스퍼 존스, 짐 다인, 톰 웨슬만, 로버트 인디애나, 멜 라모스, 래리 리버스, 제임스 로젠퀴스트, 에드워드 류세이, 클라에스 올덴버그)의 '팝 아트'계 거장들의 작품들은 당시 미국의 문화가 어떤 것이었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상품화 시켰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Shipboard Girl]  
 

그래서일까? 미술사적인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미술관을 찾은 이들에게 이 거장들의 전시는 충분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60-70년대 미국의 대중문화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 오기 때문이다.

12명의 거장들은 각각의 작품들을 통해 '대중문화가 쏟아내고 있는 이미지들이 어떤 미술 작품보다도 아름답다'라는 것을, 또한 '이것이 미술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는 것을 당당히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평범하거나 혹은 독특하거나
익숙하거나 혹은 낯설거나

 

 
   
  ▲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Mirrored Flag]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형태의 감정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하나의 미술적 작품이라기보다는 역사적 기록과 같은 예술품들 앞에서 받게 되는 인상은, 분명 (이것이 '팝 아트'가 지지고 당연한 있는 성격이라 하더라도) '익숙함에 대한 새로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거장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여 있기에 그 위력은 더더욱 발휘되고 있다.

'앤디 워홀'의 작품을 통해서 시대적 아이콘을 읽을 수 있고, '로버트 라우젠버그'의 작품을 통해서는 시대의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 또 '톰 웨슬만'의 작품에서는 미국(인들의 일반)적 시각을, '멜 라모스'의 작품에서는 미국 대중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예술영역에서의 미술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린 '재스퍼 존스'나, '팝 아트' 태동에 큰 영향을 끼친 '래리 리버스', 가장 미국적인 '팝 아트'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통해서도 분명 '평범함에 대한 독특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로버트 인디애나'의 [The German Love]  
 

이처럼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당시 '삶을 위한 예술'을 부르짖었던 '팝 아트' 작가들의 예술 세계가 강하게 머리 속을 헤집어 놓는다. '어려운 미술은 이제 가라!'며 미술의 실용주의를 표현하고자 했던 그들은, 일상에 대한 사실적 폭로를 통해 관람자들을 충분히 당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가람미술관을 가득 채운 52점의 작품들을 보면서, 2003년 지금의 우리들 모습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팝 아트'가 60년대 매스미디어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상업문화의 확산이 낳은 미적 산물이었다는 점에서,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의 혁명을 통해 폭발적인 상업문화의 확산을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과 작품 속 세계가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간의 차이를 뛰어 넘은 동질감'에 대한 '친숙함이거나 혹은 (나쁘지 않은 의미에서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다시 한번 둘러보며....

 

 
   
  ▲ '로버트 라우젠버그'의 [Signs]  
 

전시장은 작품의 성격과는 다르게 수수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팝 아트'하면 의례히 떠오르는 '마릴린 먼로'의 얼굴이 찍힌 수십개의 프린트도 보이지 않고, ('팝 아트'적이라 할 수 있는) 전위적인 작품 또한 보이질 않는다. 어쩌면 단조롭다고 느낄 정도로, 작품들은 평이하게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조촐함이, 작품보다 더 큰 패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소박함이 그리고 전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쓰이는 거대한 현수막이 없는 간소함이 오히려 전시회의 분위기를 '팝 아트'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본다면 지나친 과잉해석일까?

엘리트주의와 유미주의적 미의 속성에 반대하면서 보편성과 평준화, 민주화, 대중화라는 개념을 내세웠던 '팝 아트'계 거장들의 작품이 시대를 나타내고 있다면, 그에 따른 분위기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게 당연한 것이 않을까? 아니면 이것마저도 지나친 과잉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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